아버지 손길 따라 봄이 피어납니다.

<포토 에세이>

등록 2005.05.01 16:42수정 2005.05.01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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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 냄새 풀 냄새와 더불어 평생을 살아오신 아버지 손길 따라 봄이 활짝 피었습니다. 논두렁 밭두렁은 물론 집 마당 구석구석까지 아버지의 손길이 닿는 모든 곳에서는 어김없이 봄 생명이 자라고 있습니다.


논두렁과 밭두렁에서 두릅이 힘차게 자라고 있습니다. 논두렁 밭두렁 무너지지 말라고 아버지가 몇 년 전부터 두릅나무를 심었습니다. 이젠 완전히 뿌리를 내려 무럭무럭 자라고 있습니다. 덕분에 시골집에 가는 날이면 금방 딴 두릅 삶아서 밥 한 그릇 맛있게 먹고 오곤 합니다.

이기원
마당을 돌아가면서 돌나물도 심어놓았습니다. 맨 마당 두어봐야 먼지만 풀풀 나는데, 돌나물 심어 놓으면 보기도 좋고 나중에 요긴한 찬거리가 된다는 것입니다. 고추장에 무쳐놓은 돌나물이나 돌나물로 담근 물김치는 어려서부터 정말 좋아했던 것입니다. 논두렁을 따라 자라던 돌나물을 걷어내서 마당가 그늘에서 다듬던 어머니의 모습이 눈에 선하게 떠오릅니다.

이기원
밭두렁에는 취나물도 자라고 있습니다. 봄철의 향기로 따진다면 취나물의 진한 향기도 빼놓을 수 없지요. 취나물 삶은 잎 한 장 손바닥에 놓고 김 모락모락 나는 밥 한 숟가락 넣고 된장 듬뿍 찍어 쌈을 싸서 먹으면 꿀맛이 따로 없습니다.

이기원
마늘밭에는 마늘이 쑥쑥 자라고 있습니다. 해가 지고 어둑해질 무렵 개울에 가서 달팽이를 주워오면 연한 마늘잎 잘라다 썰어 달팽이와 함께 넣고 된장 풀어 국 끓이면 그 맛이 최고입니다. 달팽이 국 맛은 마늘잎 연할 때 맛이 최고라고 아버지는 늘 말씀하십니다.

이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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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밭에는 마늘뿐만 아니라 달래도 자라고 있습니다. 달래를 뿌리째 캐서 씻어 된장국 끓이면 달래 향과 어우러진 된장국 또한 일품입니다. 집에 갈 때 가지고 가라며 아버지가 호미를 들고 달래를 캐십니다.


이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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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위 줄기 자라는 밭두렁을 따라 걷다보면 하얀 싸리꽃도 피었습니다. 그 역시 아버지가 캐다 심으신 것입니다. 커다란 비닐 하우스 안에서 온갖 귀한 거름 먹고 자란 이름조차 생소한 귀한 꽃은 아니지만 흐드러진 싸리꽃을 보면 정말 눈이 부십니다.

겨우내 암과 싸우신 아버지가 봄이 되면서 많이 좋아지셨습니다. 아버지의 손길 따라 굳게 뿌리내리고 자라는 저 생명체들처럼 아버지의 몸에도 봄의 생기가 힘차게 돌아 건강하게 회복되시길 바라는 마음 간절합니다.

덧붙이는 글 | 기사 중에 나오는 달팽이는 다슬기입니다. 지금도 강원도 횡성 지방에서는 달팽이를 다슬기라 부릅니다. 

 제 홈페이지 http://www.giweon.com 에도 실었습니다.

덧붙이는 글 기사 중에 나오는 달팽이는 다슬기입니다. 지금도 강원도 횡성 지방에서는 달팽이를 다슬기라 부릅니다. 

 제 홈페이지 http://www.giweon.com 에도 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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