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이 그리 크지는 않지만 여러 모종들을 심을 수 있었습니다. 가장 많이 심은 것은 배추 모종이었습니다. 그것들을 한뼘 한뼘 띄워서 심다보니 무척 허리가 아팠습니다. 그래도 다 심고 났을 때는 무척이나 부자가 된 듯 했습니다.권성권
집 앞 텃밭에 놀고 있는 땅이 조금 있었습니다. 한 달 전에 심은 한 줄 대파를 빼고는 여러 것들을 심을 수 있는 땅이었습니다. 한 참 동안 무엇을 심을까 고심한 끝에, 드디어 오늘 거기다 여러 것들을 심었습니다.
무엇보다도 먼저 배추 모종을 심었습니다. 여름철 내내 배추김치를 맛있게 해 먹기 위함이었습니다. 내가 생각하기에 그 모종이 스무 줄 가량은 되는 듯 했습니다. 그밖에도 토마토 모종도 네 줄 정도, 오이 모종은 세 줄, 고추 모종은 다섯 줄, 그리고 수박과 참외도 두 모종씩 심었습니다.
그것들을 다 심고 저녁 무렵에 물을 주었을 때는 부자가 된 듯 했습니다. 얼마 되지도 않은 땅에 그것들을 다 심고 보니 정말로 마음 온 구석이 뿌듯했습니다. 그 모종들이 커서 열매를 내놓을 걸 생각하니, 저절로 배가 불러왔던 것입니다.
어린 생명을 가꾸는 일이, 그래서 꼼지락 꼼지락 꿈을 키우는 일인 듯싶었습니다. 지금은 작고 희미하지만 나중에는 뿌리도 내리고 또 열매도 주렁주렁 내놓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생각을 하자니 벌써부터 가슴이 부풀어 오르는 듯 했습니다.
그런데 그 모종들을 살 때만 해도 전혀 몰랐던 것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그 모종들을 심는 방법이 따로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내 생각에는 그냥 심으면 될 것 같았지만 그것을 내다 파는 상인 말은 달랐습니다.
"이것 대충 심어도 되나요?"
"아니에요. 손 한 뼘 정도 띄어서 심어야 해요."
"왜죠? 내 생각에는 그냥 심어도 될 것 같은데요. 그럼 안 되나요?"
"그럼 안 되지요. 나중에 그것들이 자라서 서로 헤칠 텐데요."
"아니, 이것들이 뭐 서로 찌르고 죽인단 말이에요."
"뭐, 꼭 그렇지는 않지만. 서로 붙어 있으면 잘 자라지 못해요."
"아, 그런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