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식물은 다른 식물을 배려하며 자란다

집 앞 텃밭에 여러 모종들을 심으며 얻게 된 생각

등록 2005.05.01 17:20수정 2005.05.02 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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텃밭이 그리 크지는 않지만 여러 모종들을 심을 수 있었습니다. 가장 많이 심은 것은 배추 모종이었습니다. 그것들을 한뼘 한뼘 띄워서 심다보니 무척 허리가 아팠습니다. 그래도 다 심고 났을 때는 무척이나 부자가 된 듯 했습니다.
텃밭이 그리 크지는 않지만 여러 모종들을 심을 수 있었습니다. 가장 많이 심은 것은 배추 모종이었습니다. 그것들을 한뼘 한뼘 띄워서 심다보니 무척 허리가 아팠습니다. 그래도 다 심고 났을 때는 무척이나 부자가 된 듯 했습니다.권성권
집 앞 텃밭에 놀고 있는 땅이 조금 있었습니다. 한 달 전에 심은 한 줄 대파를 빼고는 여러 것들을 심을 수 있는 땅이었습니다. 한 참 동안 무엇을 심을까 고심한 끝에, 드디어 오늘 거기다 여러 것들을 심었습니다.


무엇보다도 먼저 배추 모종을 심었습니다. 여름철 내내 배추김치를 맛있게 해 먹기 위함이었습니다. 내가 생각하기에 그 모종이 스무 줄 가량은 되는 듯 했습니다. 그밖에도 토마토 모종도 네 줄 정도, 오이 모종은 세 줄, 고추 모종은 다섯 줄, 그리고 수박과 참외도 두 모종씩 심었습니다.

그것들을 다 심고 저녁 무렵에 물을 주었을 때는 부자가 된 듯 했습니다. 얼마 되지도 않은 땅에 그것들을 다 심고 보니 정말로 마음 온 구석이 뿌듯했습니다. 그 모종들이 커서 열매를 내놓을 걸 생각하니, 저절로 배가 불러왔던 것입니다.

어린 생명을 가꾸는 일이, 그래서 꼼지락 꼼지락 꿈을 키우는 일인 듯싶었습니다. 지금은 작고 희미하지만 나중에는 뿌리도 내리고 또 열매도 주렁주렁 내놓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생각을 하자니 벌써부터 가슴이 부풀어 오르는 듯 했습니다.

그런데 그 모종들을 살 때만 해도 전혀 몰랐던 것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그 모종들을 심는 방법이 따로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내 생각에는 그냥 심으면 될 것 같았지만 그것을 내다 파는 상인 말은 달랐습니다.

"이것 대충 심어도 되나요?"
"아니에요. 손 한 뼘 정도 띄어서 심어야 해요."
"왜죠? 내 생각에는 그냥 심어도 될 것 같은데요. 그럼 안 되나요?"
"그럼 안 되지요. 나중에 그것들이 자라서 서로 헤칠 텐데요."
"아니, 이것들이 뭐 서로 찌르고 죽인단 말이에요."
"뭐, 꼭 그렇지는 않지만. 서로 붙어 있으면 잘 자라지 못해요."
"아, 그런가요."


배추 모종이며, 토마토 모종이며, 수박이랑 참외 모종도 띄엄 띄엄 심었습니다. 그래야 서로 힘들지 않고 또 헤치지도 않고 잘 자란다고 했습니다. 무릇 사람들 관계도 그렇지 않나 싶었습니다.
배추 모종이며, 토마토 모종이며, 수박이랑 참외 모종도 띄엄 띄엄 심었습니다. 그래야 서로 힘들지 않고 또 헤치지도 않고 잘 자란다고 했습니다. 무릇 사람들 관계도 그렇지 않나 싶었습니다.권성권
그 상인 말에 따라, 저는 그 모종들을 한뼘 한뼘 다 띄워서 심었습니다. 그것들을 다 심다 보니 허리도 조금 아팠습니다. 그래도 반듯하지는 않았지만, 볼만하게 한 줄로 쭉 뻗은 듯한 모종들을 볼 때면 흐뭇했습니다. 이게 식물을 심는 사람들 마음이겠구나, 하는 것을 새삼 느꼈습니다.

무릇 이 땅에 살아가는 모든 식물들은 다들 다른 식물들을 배려하며 크는 것 같습니다.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또 어느 정도 자리를 내어 주며 사는 게 그것입니다. 그래야 제 꿈들을 펼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자기도 제대로 살지 못할 뿐만 아니라 다른 식물들도 힘들게 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 사람들도 '이 땅에 살면서 서로 어느 정도는 거리를 두며 살아야 하지 않겠는가.''어느 정도 자리를 내어주며 살아야 되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야만 나도 그렇고 다른 사람들도 그렇고, 모두 마음껏 숨쉬며 또 마음껏 제 꿈을 펼칠 수 있지 않겠나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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