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 18개월 된 나의 아들 윤민에게

네가 있기에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하다

등록 2005.05.05 17:56수정 2005.05.05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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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민에게!


"아들", 그 이름만 불러도 이 아버지는 마음속 깊은 곳에서 우러나는 알지 못할 가슴 벅참을 느낀다. 네가 이 세상에 나온 지도 벌써 18개월이 되어 가는구나. 그 동안 정말로 건강하게 자라 주어서 이 아버지는 너무 기쁘고 감사하다.

a 무엇이든 돌리기 좋아하는 아들

무엇이든 돌리기 좋아하는 아들 ⓒ 서종훈

네가 두 번째로 맞는 어린이날이구나. 아직은 세상을 모르는 너에게 아버지가 어린이날 타령을 하는 것은 너무 앞서간다는 생각도 하지만, 그래도 너에게 의미 있는 날이 되었으면 하고 아버지가 이렇게 몇 자 적어 보낸다. 아마 네가 글을 읽을 줄 알고, 더 나아가 네가 아버지가 되는 날 이 아버지가 보낸 편지를 읽을 수 있었으면 하는 부질없는 희망도 품어 본다.

"아빠"라는 말을 요즈음 부쩍 많이 쓰는 너를 보면서 "자식, 이 아빠를 알고 제대로 부르는 것인가"하고 네 엄마에게 자주 묻곤 한다. 가끔 할머니에게 "아빠"라고 제법 큰 우렁찬 목소리로 말하는 모습을 보고, 네 엄마가 "윤민이가 아빠라는 의미를 알고 그렇게 말하는 것 같지는 않은 것 같아요"라고 하신다. 여하튼 이 아버지는 네가 무엇을 생각하고 의미하든 이 아빠는 중요하지 않다. 다만 네가 힘차고 우렁차게 내 뱉는 그 "아빠"라는 말이 나에게는 그 어떤 말보다는 값지고 행복하게 여겨진다.

아빠와 엄마가 낮에 직장에 나가 있는 동안 할머니 말씀 잘 듣는지 모르겠다. 밖이라도 나가면 혼자서 뭣이 그리 좋은지 달려가 버리는 너를 보면서 혹시 할머니가 너를 데리고 밖에 나다니시면 어떡하나 걱정이 되곤 한다. 네가 뒤뚱뒤뚱 달려가는 모습을 보면서 '그 놈 참 씩씩하구나'하는 생각이 들면서도 한편으론 '저렇게 달려가다 엎어지면 어떡하지'라는 걱정이 앞서기 때문이다. 이 아빠가 참 걱정이 많은 사람이거든.

a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 서종훈

아빠는 가끔 윤민이가 앞으로 살아갈 세상에 대해서 생각해 본다. '우리 아들이 이 아빠의 나이가 되었을 때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라는 엉뚱한 상상을 하기도 한다. 아마도 아들에게 이 아빠가 거는 기대가 자못 커서 그렇지 않나 싶다. 너무 부담스럽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다만 이 아빠는 네가 좀더 아빠보단 세상을 넓으면서도 깊이 있게 살아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무엇을 하든 네가 진정으로 재미와 행복을 느끼는 그런 일을 했으면 좋겠다. 하루 하루를 힘겹게 살아내는 그런 존재가 아닌 진정으로 자신을 느끼면 하루 하루를 살아가는 그런 존재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윤민이가 한살씩 더 먹어가면서 어떻게 변할지 아버지는 자못 궁금하다. 다만 이 아버지는 지금처럼 네가 항상 건강하고 씩씩하게 자랐으면 한다. 지금처럼 열심히 먹고 자고, 그리고 우렁차게 소리 지르면서 자라났으면 좋겠다.


항상 건강하고 씩씩한 사람으로 자라 거라.

2005년 5월 5일 어린이날을 맞이하여 아들에게 아버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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