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설이 타령을 하고 있는 할머니입니다. 일흔 여덟이신데도 정말 생긋생긋하십니다. 그런데 기가 막힌 사연을 많이 안고 있는 할머니입니다. 그래서 스물 다섯 해 전까지만 해도 다 잊고 지냈던 각설이 타령이었는데, 이번 여행길에서 처음으로 다시 불러 본 노랫가락이라고 합니다.권성권
가평을 지나 남이섬 주차장에 다다르고 나서야 그 신바람은 멈출 수 있게 됐다. 그리고 한 분 한 분 줄을 지어 배에 올라탔고, 얼마 지나지 않아 곧장 남이섬에 발을 내딛을 수 있었다. 그때부터 사람들 발길에 따라 한 걸음 한 걸음 남이섬 둘레를 구경하기 시작했다.
물론 그 모든 곳들을 둘러보기에는 어르신들 힘이 처질 수밖에 없었다. 당연히 도우미로 따라 나섰던 젊은 분들이 중간 중간에 어르신들 팔을 붙잡고 뒤따라 걸어야 했다. 그래서 너른 잔디밭을 걷기도 했고, 또 배용준과 최지우가 사랑을 속삭였다던 그 길쭉한 소나무 숲길도 걸었다.
그 모든 곳이 멋지고 아름다웠다. 들풀도 잘 자라고 있었고 소나무들도 우거져 있었다. 기찻길도 나름대로 뜻 깊었고 멀리 보이는 수상 보트도 정말 시원했다. 그래도 가장 즐겁고 재미있던 시간은 그 너른 잔디밭에 둘러 앉아 춤사위를 날렸던 시간이 아니었나 싶다. 모두들 차례로 돌아가며 한 곡 한 곡 뽑았는데, 오던 길에 불렀던 노래솜씨와는 또 달랐다.
그 가운데 칠순을 바라보는 두 부부가 손을 붙잡고 춤을 추는 모습은 가장 멋졌다. 할머니는 중풍을 맞아 절뚝절뚝했지만 그래도 할아버지와 호흡을 맞추는 그 모습은 가히 새색시 같았다. 그게 시샘 났던지 도우미로 따라나섰던 오십대 젊은 부부 한 쌍도 멋진 블루스를 추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