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원
봄의 들녘에는 장과 밥만 있으면 찬거리는 따로 준비할 필요가 없습니다. 논두렁 밭두렁의 돌나물 걷어 씻어 고추장에 버무려 먹으면 밥맛이 절로 납니다. 산자락에 올라 취나물 뜯어 졸졸 흐르는 계곡물에 씻어 쌈을 싸서 먹으면 그 향에 취해 찬밥이라도 꿀맛처럼 느껴집니다. 산의 속내를 잘 아는 어르신을 따라 간다면 두릅은 물론 참나물, 더덕, 고사리, 고비 등도 구할 수 있습니다.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를 책이 아닌 자연에서 배우신 어머니는 이 풍요로운 봄날에 겨울을 준비하고 계십니다. 바위나리 뜯어 매달아 두면 묵나물이 됩니다. 김장독 김치마저 꽁꽁 얼어 붙는 혹독한 겨울이 되면 처마 끝에 매달린 묵나물 내려다가 물에 불린 뒤 기름 둘러 볶아내면 진한 향기 물씬 풍기는 맛난 찬거리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