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손에 대한 배려

등록 2005.05.16 19:46수정 2005.05.16 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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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전 쯤 난 아파트 관리비를 내기 위해 시흥시에 있는 농협을 갔다. 그곳에 도착하자마자 볼 일이 급해졌다. 화장실에서 볼 일을 보고 평소 습관적으로 오른 손으로 물 내리기를 찾았으나 오른 쪽에는 물 내리는 것이 없었다. 내가 위치를 잘못 짚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뒤를 돌아 볼 생각은 하지 않고 몇 번인가를 다시 물 내리기를 시도했지만 물 내리기 버튼은 손에 잡히지 않았다.


몇 번의 실패를 하고 난 뒤 나는 뒤를 자세히 살펴보았다. 그런데 오른 쪽에는 물 내리기 버튼이 없었다. 이리저리 살펴보니깐 물 내리기 버튼은 왼쪽에 있었다. 참으로 생소했다. 나는 그곳 농협을 한 달에 한번은 이용하고 화장실도 몇 번이나 가 봤었다. 하지만 몇 번이나 화장실을 사용했었지만 무심하게 넘기고 말았다. 하지만 그날은 다른 날과는 달리 많이 불편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물을 내리고 가만히 생각해보니 그것은 왼손을 쓰는 사람들의 배려가 아니었나 생각하게 되었다.

a 왼손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배려 (시흥시 농협)

왼손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배려 (시흥시 농협) ⓒ 정현순


a 오른손 사용하는 사람의 배려

오른손 사용하는 사람의 배려 ⓒ 정현순

그런 후 난 다른 공중화장실을 가봤지만 어느 곳도 물 내리기가 왼쪽으로 된 곳은 없었다. 모두가 오른손잡이를 위한 오른쪽 물 내리기였다. 그 단순한 물 내리기도 오른손잡이가 왼손 물 내리기는 불편하기 짝이 없었다.

언제부터인지 난 생각이 나면 왼손과 왼발을 사용하는 습관이 생겼었다. 밥을 먹을 때도 왼손으로 숟갈을 들고 밥을 먹기도 하고 젓갈을 들고 반찬을 집어 먹기도 해봤다. 처음에는 왼쪽을 사용한다는 것이 불편하고 어색하기 짝이 없었다. 그러나 자주 사용하니깐 왼발로 발걸음을 먼저 떼거나 숟갈을 사용하는 것은 그런대로 할 수 있었지만 왼손으로 젓갈을 들고 반찬이나 밥을 먹는다는 것은 무척 어려웠다.

또 계단을 오를 때도 오른발을 먼저 옮겼지만 생각날 땐 왼발을 먼저 올려놓기도 했다. 하지만 오래된 생활 습관인지라 왼쪽을 사용한다는 것은 생각만큼 그리 쉽지가 않았다. 그래도 난 포기하지 않고 생각이 나면 왼발과 왼손으로 사용하는 연습을 해왔다.

그래서인가 아직은 서툴지만 처음보다는 많이 익숙해졌다. 내가 왼손을 사용한 후 왼손잡이들이 주변에 생각보다는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부모들이 그런 것을 꺼려해서 어려서 부터 오른손을 쓸 것을 강요했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나는 요즘 될 수 있으면 두 손을 모두 사용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안 쓰던 손을 사용하면 두뇌 계발에도 도움이 된다는 말도 있지만 안 쓰던 왼손을 사용하니깐 왼손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고충을 조금은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펜으로 글씨를 쓰는 것은 전혀 되지 않고 있다.


나는 그런 짧은 왼쪽의 경험으로 얻은 것이 의외로 많다. 그들의 고충과 불편을 알게 되었으니 어떤 사물을 볼 때 '만약 왼손을 쓰는 사람이라면?' 하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나의 작은 바람이 있다면 왼손잡이와 오른손잡이들이 모두 불편이 적은 사회가 되었음을 하는 새로운 바람을 가져보게 된 것이다.

내가 왼쪽을 사용하고 난 뒤 나의 편견의 일부가 많이 사라진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러게 사람은 죽을 때까지 배워야하고 삶에 정답은 없다는 것을 새롭게 얻은 것이 수확 중에 큰 수확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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