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의원, 언론 탓만 할 게 아니죠

[반론] 당신의 말에 상처 받은 이들도 있습니다

등록 2005.05.21 00:56수정 2005.05.21 12:03
0
원고료로 응원
유시민 열린우리당 상임중앙위원이 지난 16일 오전 영등포 당사에서 열린 상임중앙위원회의에서 굳은 표정으로 참석자들의 발언을 듣고 있다.
유시민 열린우리당 상임중앙위원이 지난 16일 오전 영등포 당사에서 열린 상임중앙위원회의에서 굳은 표정으로 참석자들의 발언을 듣고 있다.오마이뉴스 이종호
유시민 의원이 '청년 실업은 각자가 알아서 해결할 문제'라고 했던 말에 대해 논쟁이 일고 있다. 급기야 유시민 의원이 기자들을 향해 국어 공부도 안했냐는 다소 감정 섞인 반응을 보이기까지 했다.

'아 다르고 어 다르다' 했으니 유시민 의원 입장에서 억울한 심정이 들 수도 있다. 그러나 무조건 언론 탓하기 전에 자신의 언행에 무슨 문제는 없었는지 먼저 돌아볼 수는 없었을까.

또 '칼로 만든 상처는 아물어도 말로 만든 상처는 평생 간다'고 유시민 의원이 인정했든 오해의 소지가 있는 말로 상처 입을 수 있었던 청년 실업자들에게 어쨌든 사과 한마디 해주는 넓은 마음을 보여줄 수는 없었을까.

게다가 유시민 의원의 논리에는 허점이 있다. 그것을 허점으로 보지 않더라도 이해할 수 없는 논리 전개가 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정말 국민을 생각하는 정치인이라면 그 국민의 눈높이에서 같은 문제를 바라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관련
기사
- ' 고학력 청년층 실업 ' 보다 더 심각한 사회적 과제는 ' 저학력자 차별 '

그 첫째는 유시민 의원의 본 뜻이 어디에 있는지 짐작하기가 어려운데 있다. 유시민 의원은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질문한 대학생이 마치 국가가 대학 졸업자 성년들의 취업 문제에 대해서 큰 책임을 지고 있다는 뉘앙스로 물어 반어적으로 받았다고 한다.

질문을 반어적으로 받을 수는 없을테니까, 답변을 반어적으로 했다는 뜻일텐데, 그러면 이런 뜻이 된다. 본래 답이 '취업은 각자의 책임'이라고 했으니 이를 반어적으로 해석하면 '취업은 각자의 책임이 아니다'가 되는 것이다.

그런데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 마지막에서 '취직은 각자가 알아서 하는 것이다'라고 답변하고 있다. 이는 일반인이 듣기에는 매우 혼동할만한 상반된 답변이다.


결국 문화일보가 보도한 '취업은 각자 책임'이라는 것으로 결론을 맺고 있는 셈이다.

그 두번째는 유시민 의원이 말한 "그 누군가를 위한 정치"에서 누군가의 정의가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질의 응답할 때 유시민 의원은 고학력 청년 실업 문제를 거론했다. 그리고 뒤이어 누군가를 위한 정치라고 했으니 그 누군가는 고학력 실업자를 가리키게 된다.


그런데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는 90%가 대학생이기에 그냥 청년 실업 문제일 뿐이라고 했다. 만약 그렇다면 유시민 의원의 논리에는 치명적 허점이 발생한다.

본래 누군가를 위한 정치는 고학력 실업자로 제한해 그들만을 위한 정치를 할 수는 없다가 되지만, 그들을 다 청년으로 치환해버리면, 그는 더 이상 특정 계층이라고 말하기 어렵게 된다.

만약 청년층 문제를 각자의 문제다라고 가정하게 되면 노년층을 위한 정책이나 청소년을 위한 정책 역시 해서는 안 되는 셈이다.

본 뜻은 다를지 모르지만, 매번 유시민 의원과 토론을 할 수도 없는 일이고 자료만을 보면 이런 결론이 나온다.

그 세번째는 대학생들에게 불쾌한 감정이 들었다고 말한 일이다. 대학생의 질문이 불쾌했던 이유가 메이저 신문의 논리를 앵무새처럼 읊어서라고 했다.

지금 20대는 인터넷 세대라고 불린다. 언론도 인터넷을 통해 더 많이 접하고 인터넷 언론은 여러 신문을 다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종이신문에 비해 개혁적이기까지 하다.

그렇게 많은 신문을 볼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대학생들이 메이저 신문의 논리를 앵무새처럼 들먹였다면 열린우리당 정책에 대한 반성부터 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철새 정치인을 받아들이고, 헌신짝처럼 내팽겨쳤던 민주당과 합당하자는 오로지 정치놀음에만 신경이 팔린 열린우리당의 모습을 보고 학생들이 과연 좋은 질문을 할 수 있었을까. 이 문제부터 살펴보아야 하지 않았나 싶다.

지금껏 정부 정책이 잘 되어왔고, 유시민 의원의 말이 정말 옳다면 메이저 신문의 논리는 먹혀들 여지가 아예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먹혀들었다는 것은 대학생들의 질문이 불쾌한 수준이었다는 말로 그칠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모습부터 돌아보는 것이 순서다.

마지막으로 청년들이 중소기업에 들어가거나 창업하는 이들도 있다며 취업문제를 거론하는 이들에 대해 충고했는데, 한 번만이라도 청년 실업자의 눈에서 본다면 그런 소리는 쉽게 하지 못할 것이다.

각종 자격증을 다 따고, 외국어 능력까지 구사해도 자기가 투자한 비용에 비해 좋은 대우를 받는 곳에 가기는 힘들어졌다. 게다가 비정규직 문제도 여전히 존재하는 등 대기업이나 공기업이 아니면 고용불안을 겪거나 불합리한 대우를 겪는 경우가 많다.

이런 대우를 받고 싶지 않아 오랜 시간 공부를 한 것이고, 좋은 기업으로 가고 싶어하는 것이다. 이러한 것이 정 마땅치 않았으면 비정규직 문제같은 것들에 대해 대학생들에게 더 얘기해주는 것이 옳았다.

이렇게 볼 때 유시민 의원이 언론 탓하기 전에 좀더 명확하고 쉬운 말로 풀어내지 못한 자신을 돌아보고, 상처받았을지도 모르는 청년 실업자들에게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 해주는 게 좋지 않겠는가.
댓글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6,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세상을 넓게 보고 싶어 시민기자 활동 하고 있습니다. 영화와 여행 책 등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연극인 유인촌 장관님, 이 일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연극인 유인촌 장관님, 이 일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2. 2 울먹인 '소년이 온다' 주인공 어머니 "아들 죽음 헛되지 않았구나" 울먹인 '소년이 온다' 주인공 어머니 "아들 죽음 헛되지 않았구나"
  3. 3 한강 '채식주의자' 폐기 권고...경기교육청 논란되자 "학교가 판단" 한강 '채식주의자'  폐기 권고...경기교육청 논란되자 "학교가 판단"
  4. 4 블랙리스트에 사상검증까지... 작가 한강에 가해진 정치적 탄압 블랙리스트에 사상검증까지... 작가 한강에 가해진 정치적 탄압
  5. 5 [이충재 칼럼] 농락당한 대통령 부부 [이충재 칼럼] 농락당한 대통령 부부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