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학도호국단 운영계획' 공문에 나와 있는 학도호국단 조직 운영표.윤근혁
교육부가 올 3월 시도교육청을 통해 전국 고등학교에 내려 보낸 ‘전시 학도호국단 운용계획’ 공문에 ‘좌경 학생을 격리하고 좌경 교사를 감찰 한다’는 내용이 실려 있다는 보도가 나가자 교육계가 술렁이고 있다.
학부모단체는 24일 “집회하면 좌경 고등학생이냐? 좌경학생 분류의 기준을 밝히라”고 촉구했고, 교원단체는 “군부독재 시대의 학원 감찰을 넘어서는 반인권 행위”라는 성명을 냈다. 이런 반응에 대해 교육부는 이날 오후 “문제가 된 내용을 대폭 고칠 것”이라고 밝혔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이날 성명에서 “학생들은 전시에서도 보호해야 할 존재이지 전쟁에 동원할 대상이 아니다”면서 “학생들의 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교육당국이 이런 문서를 학교에 내려 보낸 것은 우리 안에 냉전 사고가 뿌리박혀 있는 사실을 말해 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좌경교사 감찰 활동’에 대해서도 전교조는 “지금도 교사에 대한 감찰 활동이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 아니냐”면서 “6․15 남북공동선언 5주년을 맞이하고 있는 시점에서 이런 문서를 만든 관련자를 엄중히 문책하라”고 주장했다.
전교조는 앞으로 인권단체들과 함께 ‘전시 학도호국단 운영계획’ 폐기운동을 펼쳐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참교육학부모회 장은숙 사무처장도 “혹시 교육부가 두발 자유와 입시문제 해결을 위해 집회를 벌인 학생들을 좌경학생으로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면서 “좌경 고등학생을 분류하는 기준을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학부모와 학생 몰래 학도호국단을 만들어놓고 연대와 대대 등에 배속해놓은 것은 군사독재시대의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인권운동단체인 인권운동사랑방 박래군 상임활동가도 “학도호국단 자체를 폐지하고 이미 학교와 교육청에 보관중인 학생명부를 폐기하지 않는다면 국제사회에서 인권침해국으로 낙인찍힐 것”이라고 내다봤다.
교육부 “문제된 내용 고치겠으나, 학도호국단은 유지”
한편 교육부는 이날 오전 기자들에게 돌린 해명자료에서 특별한 설명 없이 “보도된 자료는 외부에 유출될 수 없는 문서임으로 보도 자제를 요청 한다”고 밝히는 등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교육부 중견 간부는 이날 오후 기자와 만나, “해마다 공문의 내용을 수정해왔지만 아직 논란이 될 만한 문구가 남아있었던 것 같다”면서 “좌경학생 격리와 좌경 교사 감찰 내용, 그리고 연대 대대 소대 등 군대를 떠올릴만한 명칭과 조직 형태를 대폭 고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남북 분단 상황에서 전시에 대비해 학생들도 준비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 아니냐. 학도호국단은 그대로 유지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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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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