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행? 전례 없는 불리한 케이스"

투자전문가들 한목소리 "도공 행담도 계약 납득 힘들다"

등록 2005.05.25 16:35수정 2005.05.26 0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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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매립공사 한창인 행담도 불리한 자본유치 협약과 정치권 개입 등 문제가 불거진 한국도로공사의 행담도 개발사업 현장에서 24일 매립공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다.

매립공사 한창인 행담도 불리한 자본유치 협약과 정치권 개입 등 문제가 불거진 한국도로공사의 행담도 개발사업 현장에서 24일 매립공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다. ⓒ 연합뉴스 정윤덕


"공기업이 왜 이런 식으로 투자에 나섰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한국도로공사의 행담도 개발사업 의혹을 바라보는 투자전문가의 시각은 이처럼 냉소적이었다. 왜 도로공사가 불리한 조건, 불투명한 전망에도 불구하고 계약을 체결했는지 좀처럼 납득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나 '잘 되면 대박, 안 되면 쪽박'이라는 위험한 사업에 공기업이 다소 불리한 조건으로 무리하게 손을 댄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는 게 투자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먼저 투자전문가들은 도로공사의 행담도 개발 참여와 관련 "유사한 사례를 찾을 수 없을 만큼 특이한 경우"라며 사례 비교 자체에 힘겨워했다. 업계의 관행을 넘어 상식 밖의 투자와 계약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세계적 부동산 컨설팅 업체 한국 지사의 한 관계자는 "찾아봤지만 비슷한 사례를 발견할 수가 없었고, 일반적인 경우도 아니라서 말하기가 어렵다"며 난감해 했다.

"지급보증을 서 주는 관행은 업계에 없다"

유상철 대우증권 PF팀장의 분석은 약간 더 구체적이었다. 그가 물음표를 던진 부분은 대체로 계약 조건이었다. 특히 매월 매출액의 3%를 취득하는 조건으로 2009년 EKI가 요구하면 1억500만 달러의 지분을 도로공사가 인수한다는 조항은 의구심을 자아낸다고 했다.

유 팀장은 "내가 보기에 지급보증 조건은 특별한 케이스 같다"며 "업계에서 그런 관행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런 경우는 거의 본 적도 없다"고도 했다. 개발사업의 위험도가 매우 높은데도 불구하고 도로공사가 선뜻 1000억원에 달하는 지급보증까지 서 준 것은 "안 되면 망가지겠다는 것"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지방공기업에서 외자유치 업무를 맡고 있는 박영인 인천개발공사 관광사업본부 전략사업팀장은 조목조목 문제점을 짚었다. 우선 일반적으로 공사는 지급보증을 서지 않는다는 말부터 꺼냈다. 박 팀장은 "투자자들이 투자가 잘 못 됐을 때 원금이라도 보장해 달라고 지자체에 요구할 수는 있지만 공사에 요구하지는 못한다"고 설명했다. 왜냐하면 사업 진행에 따른 '리스크'는 투자자들이 당연히 떠맡아야 할 몫이기 때문이다.

인천개발공사의 예로 설명하자면, 투자자가 인천개발공사 출자자인 인천시에 지급보증을 요청하는 경우는 봤지만 직접 해당 지방 공기업에 이를 요구하는 경우는 없었다는 것.


지방공기업 관계자 "리스크는 투자자가 당연히 함께 떠안는 것"

a 행담도 휴게소 오션파크 리조트 조감도

행담도 휴게소 오션파크 리조트 조감도

박 팀장은 정보통신부 우정사업본부와 교원공제회라는 공적 성격의 기관이 EKI의 채권을 매입한 것도 이해하기 힘든 경우라고 말했다. 더군다나 채권 발행에 도움을 준다는 명목으로 문정인 동북아시대위원장이 개입한 것은 "정치적인 부분을 고려한 때문 아니겠느냐"고 추정했다.

매출액의 3%를 매월 도로공사가 가져가기로 한다는 계약 조건도 협상력의 한계를 드러낸 대목이라고 평가했다. 통상 공기업은 인허가 등을 포함한 행정적 '어드벤티지' 때문에 수익의 배분에 있어 우위를 점할 수 있다. 그러한 유리한 조건에도 불구하고 매출액 3%만을 취하기로 한 것은 최적의 배분 형태를 약속받았다고는 보기 힘들다는 것.

물론 보유 지분만큼 순익의 10%를 가져가는 조건과 비교를 해 봐야 한다는 단서는 달았다. 경우에 따라서는 순익기준 배분 원칙보다 매출액 기준 배분 원칙이 유리한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반면, 한때 행담도 개발 사업에 참여한 적이 있는 현대건설의 견해는 약간 달랐다. 계약 조건 등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했지만 당시 행담도 개발사업의 전망은 결코 나쁘지 않았다고 했다. 현대건설은 행담도 개발 사업이 추진될 당시 행담도개발(주)의 지분 26.1%를 보유하고 있었다.

현대건설의 한 관계자는 "당시 현대건설이 사업참여를 포기한 것은 유동성 확보가 시급했던 회사 내부의 사정 때문이었지만 사업 자체 때문은 아니었다"며 "당시 사업을 추진했던 분의 얘기에 따르면 사업자체의 전망은 괜찮은 편이었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회사 내부사정이 급하지만 않았다면 계속 추진할 의사가 있었다는 말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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