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원
밤 깊어 까만데 엄마 혼자서
하얀 발목 바쁘게 내게 오시네
밤마다 꾸는 꿈은 하얀 엄마 꿈
산등성이 너머로 흔들리는 꿈
찔레꽃 노래 2절입니다. 한창 바쁜 농번기 때 어른들은 깜깜한 밤중까지 들일을 하셨습니다. 전기도 들어오지 않던 농촌의 밤은 암흑 그 자체였습니다. 그 어둠 속에서 들일을 하던 어머니들은 집에 남겨진 아이들 걱정으로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겠지요. 집에 남아 엄마를 기다리다 깜빡 잠든 아이들은 꿈 속에서도 엄마를 기다렸습니다.
가을밤 외로운 밤 벌레 우는 밤
초가집 뒷산 길 어두워질 때
엄마 품이 그리워 눈물 흘리다
마루 끝에 나와 앉아 별만 셉니다
아이들의 기다림은 하얀 찔레꽃이 지고 빨간 찔레 열매가 달릴 때까지 계속 되었습니다. 마루 끝에 나와 앉아 별만 세다 아이들은 잠이 들고 꿈속에서 엄마가 돌아옵니다. 하얀 발목 바쁘게 뛰어왔습니다. 가쁜 숨 몰아쉬며 돌아온 엄마는 잠든 아이를 안고 방으로 들어갑니다.
찔레꽃 하얀 언덕을 보면 어머니가 떠오릅니다. 가난과 굶주림의 모진 세월과 맞서 평생을 살아오신 어머니의 모습에서 눈부시게 아름다운 찔레꽃이 떠오릅니다. 눈부시게 아름다워 더욱 서러운 꽃이 바로 찔레꽃입니다.
덧붙이는 글 | 제 홈페이지 http://www.giweon.com 에도 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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