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두·오디·뱀 딸기를 보실래요?

새콤달콤한 열매 맛의 추억

등록 2005.06.02 12:06수정 2005.06.02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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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딸 가영이가 먹기 전에 앵두를 보여주고
둘째 딸 가영이가 먹기 전에 앵두를 보여주고추연만

앵두
앵두추연만
빨간 앵두가 촘촘히 달린 나무가 옆 집 대문 앞에 서 있는 걸 보았다. 7년을 같은 동네에 살아도 옆집 앵두나무를 본 건 올 해가 처음이다.


탱글탱글한 빨간 앵두는 오가는 눈길을 머물게 할 뿐 아니라 특이한 맛으로 구경꾼의 입안을 침으로 가득 고이게 한다. 눈치를 살피며 슬쩍 한 알 따 먹으며 말을 붙인다.

“할머니, 앵두가 다 익어 땅에 떨어지려는데 안 땁니까?”
“먹을 사람이 있어야지. 요즘 어린애들은 앵두 맛을 모르나봐.”

한 알씩 따 입에 넣은 앵두 맛은 ‘새콤달콤’ 그 자체였다. 시골서 자란 이들은 앵두에 대한 추억이 남다르다. 앵두나무는 고향마을에 한 집 건너 한 나무씩 있을 만큼 많이 있었고 물가에 심은 ‘물앵두’는 알도 굵고 맛도 더 달콤해 동네 아이들은 먼저 따먹을 나무로 ‘찜’하곤 했다.

촘촘하게 달린 탱글탱글한 앵두
촘촘하게 달린 탱글탱글한 앵두추연만

앵두나무
앵두나무추연만
군것질이 여의치 않던 그 시절엔 앵두와 더불어 뽕나무 열매인 오디도 아이들 간식거리로 인기가 높았다. 오디는 앵두보다 달콤한 맛이 강해 초여름 뽕밭엔 아이들 소리가 떠들썩하다. 오디 따먹기에 열중하던 아이들이 옆 친구들의 얼굴을 보고 일제히 웃음보가 터진다. 새까만 뽕나무 열매 액이 흘러 입 주위는 온통 보라색으로 뒤덮이기 때문.

새콤한 맛은 입맛을 돋우는 성질이 있어 초여름 아이들은 밥을 더 많이 찾는다고 어른들이 말씀을 하신다. 보리를 수확하는 때, 쌀이 귀한 탓에 보리밥이 자주 밥상에 올라 친구들은 밥투정을 했던 기억에 요즘 얼굴이 화끈거린다는 말을 나누곤 한다.


이와 함께 시골아이들은 앵두와 오디에 이어 줄 딸기가 익는 걸 알아 또 간식거리를 찾아 들로 산으로 나간다. 이에 떠들썩한 목소리가 사라져 마을은 고요해지고 오뉴월 햇볕은 곡식을 더 잘 여물게 한다.

달콤한 오디 맛을 보러 손님(?)이 왔네
달콤한 오디 맛을 보러 손님(?)이 왔네추연만

뽕나무에 열린 열매를 '오디'라 부른다고?
뽕나무에 열린 열매를 '오디'라 부른다고?추연만

뱀이 나올 철이라 조심하라고 '뱀 딸기'?
뱀이 나올 철이라 조심하라고 '뱀 딸기'?추연만

하얀 찔레꽃. 새순을 먹기도 했다.
하얀 찔레꽃. 새순을 먹기도 했다.추연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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