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덕여대 총학생회장 무기한 단식 돌입

학내 분규사태 빠른 해결 촉구 위해...대학당국 "노력하겠다"

등록 2005.06.04 12:08수정 2005.06.04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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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적인 대학 운영을 둘러싸고 대학당국과 직원노조가 첨예하게 충돌하고 있는 동덕여대 분규가 54일째 계속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 학교 총학생회장이 학내 분규의 빠른 해결과 ▲학생자치권 탄압 중단 및 등록금 동결·환불 ▲민주대학 건설을 위한 대학운영위원회 구성 등을 촉구하며 무기한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a 동덕여대생 70여명은 3일 오후 교내 민주광장에서 집회를 열고 학교 정상화와 등록금 동결을 촉구했다

동덕여대생 70여명은 3일 오후 교내 민주광장에서 집회를 열고 학교 정상화와 등록금 동결을 촉구했다 ⓒ 진용석

한새해(국어국문 4) 총학생회장은 3일 오후 교내 민주광장에 열린 '노조 파업으로 인한 학생 피해 해결과 부당 인상된 등록금 환불을 위한 동덕인 결의대회'에서 "파업이 길어지면서 학생들의 피해가 커지고 있는데도 학교당국은 사태를 적극적으로 풀기보다는 방관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학교당국의 즉각적인 사태 해결을 촉구하기 위해 무기한 단식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한 총학생회장은 "직원노조의 파업이 충분히 예견되었음에도 학교당국이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함으로써 애꿎은 학생들만 학습권과 수업권이 박탈되고 있다"면서 "혼란한 학내 상황에 대한 책임이 직원노조에도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더 큰 책임은 학교 운영 책임이 있는 학교당국에 있다"고 말했다.

이날 한새해 총학생회장은 70여명의 학생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무기한 단식농성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자신의 심경을 밝히면서 울음을 터뜨려 주변을 안타깝게 했다.

한새해 총학생회장은 이 자리에서 "며칠 전 총학생회 후배가 찾아와 단식을 결의한 선배를 걱정하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습니다. 대학에 들어와서 즐거운 일만 가득할 거라고 생각했고, 좋은 사람들을 만나서 동덕이 너무나 좋았다던 후배는 '이게 뭐야, 이게 뭐야'라고 되뇌며 울음을 그치지 않았습니다…"라며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한편 동덕여대 총학생회는 이날 학생회 선거시행세칙의 일부 조항에 대해 학교당국이 고칠 것을 지시했다고 주장하며 학생자치 탄압 의혹을 제기해 파문이 예상된다.

총학생회는 "학생 대표들이 스스로 판단하여 결정한 선거시행세칙에 대해 학교당국이 자신의 입맛에 맞게 바꾸지 않으면 당장 2학기부터 학생회비를 걷어주지 않겠다고 협박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조은샘 부총학생회장은 "이는 학생회 선거에 학교당국이 직접 개입하여 꼭두각시 학생회를 세우기 위한 명백한 자치권 탄압이자 유린"이라고 비난했다.


총학생회는 결의문을 통해 "2003년 동덕민주화 대투쟁으로 부패한 옛 재단을 몰아냈을 때만해도 동덕교정에는 학생이 주인되는 민주적인 대학이 꽃필 것이라는 기대를 했었다"며 "그러나 2년이 채 지나지 않은 지금 우리가 되돌려 받은 것은 권력을 움켜쥔 몇몇 보직자들에 의한 부당한 등록금 인상과 민주화로 포장된 환상과 처절한 절망 뿐"이라고 개탄했다.

총학생회는 이어 "일류대학을 위해 7000 학우들의 희생을 정당화하는 학교, 학교의 명예를 위해 학생들의 침묵을 강요하는 학교, 특성화라는 이름으로 일방적인 학사행정이 진행되는 학교, 등록금을 올린 것은 잘못한 일이라고 총장이 학생대표에게 미안하다고 하면서도 바뀌지 않는 학교, 이 모두는 우리가 옳지 않아서가 아니라 힘을 모으지 못하기 때문"이라며 학생들의 동참을 호소했다.


a 한새해 동덕여대 총학생회장이 무기한 단식에 들어가는 자신의 심경을 밝히면서 울음을 터뜨리고 있다

한새해 동덕여대 총학생회장이 무기한 단식에 들어가는 자신의 심경을 밝히면서 울음을 터뜨리고 있다 ⓒ 진용석

조은샘 부총학생회장은 "민주동덕 건설을 위한 총학생회장의 결연한 단식투쟁이 외부의 힘에 의해 깨지거나 훼손되지 않도록 전체 학우들의 힘으로 끝까지 총학생회장을 엄호하고 지켜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학생들의 집회를 지켜본 한 교수는 "상식이 지배해야 하는 상아탑이 언제부턴가 몇몇 보직자들에 의해 병들어 가고 있으며 총학생회장이 목숨을 건 단식투쟁을 해야 할 만큼 지성은 마비되어 있다"고 개탄했다. 그는 "대학당국이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상식적인 해결책을 빨리 내놓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에 대해 대학당국은 "학생들의 충정은 이해하지만 더 나은 대학을 만들기 위해 시간이 다소 걸리고 있는 것"이라며 학생들의 이해를 구했다. 특히 학생 자치권 탄압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것에 대해 "선거를 통해 평화로운 정권 교체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보다 성숙된 시스템을 만들어 학생 자치를 실현하라고 조언했을 뿐"이라며 적극 해명했다.

유극렬 기획처장은 "공명선거실천시민운동협의회 상임대표로 오래 활동한 손봉호 총장께서 지금의 학생회 선거시행세칙으로는 평화로운 정권 교체를 위한 공명선거를 치를 수 없다고 판단하고 공정한 룰 속에서 투명하게 선거가 치러질 수 있도록 일부 조항을 바꾸도록 학생대표에게 조언한 것이지 학생자치에 개입하려는 것이 결코 아니다"라고 말했다.

유 처장은 대학운영위원회 구성 요구와 관련해서도 "학교당국에서도 원칙적으로 찬성하는 입장"이라고 밝히고 "다만 사립학교법이 개정될 때까지는 학교 운영에 관해 구성원들이 논의하고 의견을 전달하는 총장 자문기구를 만들어 운영하고, 사학법이 개정된 다음 모든 것을 정비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지난 2년간 등록금을 동결하고 학교 재정상 등록금 의존율이 해마다 높아지는 현실에서 등록금을 올리는 것은 불가피했다"면서 "아동학과와 문헌정보학과, 사회복지학과 등 부당하게 과다 책정된 일부 학과에 대해서는 최고 18%까지 오히려 등록금을 내렸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안으로 60명의 신임 교원을 채용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김병일 교무처장은 직원노조의 파업과 관련 "학생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가능한 빨리 사태를 해결한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하고 "그렇지만 시간이 다소 걸리더라도 건전하고 정상적인 노사관계 정착을 위해서는 단기적인 미봉책이 아닌 합리적이고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지난 2003년 동덕여대 총학생회는 족벌 재단과 부패 총장을 몰아내기 위해 100여일의 총장실 점거와 50여일에 걸친 수업거부, 총학생회장의 단식 및 삭발투쟁 등을 진행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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