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 영실의 심장은 병풍바위이다김강임
무아지경 영실기암
영실기암 신록은 벌써 초록으로 옷을 갈아입었다. 소나무 숲에서는 찌리륵-찌르륵, 꼬르륵-꼬르륵-. 흉내도 낼 수 없을 새들의 합창이 이어진다.
깊은 계곡 속으로 흘러내리는 계곡물도 지나간 시간들만큼이나 빠른 속도로 흘러간다. 세월의 유수를 실감케 한다.
산은 말이 없는데도 나는 왜 이렇게 할 말이 많은 걸까?
새들에게 인사를 건네기도 하고, 숲길을 인도하는 키 작은 조릿대에게도 '꾸벅' 인사를 한다. 그리고 하늘을 찌를 듯 우두커니 서 있는 기암괴석에도 손을 흔들어 댄다.
모두가 그 자리에서 무심하게 있는데도 내 마음은 왜 이렇게 요동을 치는 걸까? 정말이지 남편의 말처럼 산에 미쳐버린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