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장사톨게이트'에서 생긴 일

[중국배낭길라잡이] 실전편 050202 산동 유방 > 호남 장사

등록 2005.06.06 15:23수정 2005.06.06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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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05월 02일 출발 날씨 맑음

'금메달'이라도 딴 선수 정도 되는양, 차주겸 사장형제가 두 손을 들어 환영한다. 쑥스럽게. 기사겸 차장인 세 사람의 운전사에게도 소개한다. '이 사람이 내 친구(朋友)인데 잘 부탁해' 등등.

'어제 좀 더 아픈 척을 할 걸 그랬나?'라는 엉뚱한 생각마저. '기사들과 같이 식사해!'라고도 한다. 흠. 내가 어제 돼지갈비간장조림을 너무 맛있게 먹었나? 하여간, 10시 반에 출발. 지방도로로 간다. 20시간 걸린다고 했으니 내일 새벽이나 아침녘에 도착하겠군. 침대에 누운 총각들에게 말이라도 걸어볼까 했는데 벌써 자고 있다. 이런 이런 책이라도 한 권 들고 올 걸 그랬나? 책은 한 권 있는데, 중국어책이다. 그러나 차가 너무 흔들려서 보는 걸 포기했다.


중간 휴게실에서의 점심시간. '기사'들이 내 눈치를 본다. '나는 그런 공밥은 안 먹어!'라는 고급중국어를 못하기에 따로 가서 먹었다. 중국식 패스트푸드인 '쾌찬(快餐)'이다. 고기 반찬 하나, 풀 반찬 둘, 밥, 종류 미상의 탕 10위안이다. 무척 비싼편이다.

그 후에 고속도로에 진입한다. 잠깐 졸다 깨다가 앞좌석의 VCD를 보니 '남경'이라는 이정표가 보이는 곳까지 왔다. 흠… 산동(山東)성에서 강소(江蘇)성 오는데 얼추 열 시간은 걸리는군. 중국이라는 나라는 여러 가지로 사람을 놀라게 하는데 일단, 넓이와 크기로 사람을 압도한다. 때로 질리게도 하고…. 의외로 물동량이 적다. 몇 년 전 절강성 소주의 강변도로는 화물차로 엄청 밀리던데…. 일부 발전이 빠른 도시 주위를 제외하고는 중국의 고속도로는 한적한 편이다.

한국 서해안고속도로 개통하고 일년인가 안 되서 가봤을 때 군데 군데 땜방한 자국때문에 '한심'과 '분노'를 느낀 적이 있었는데, 우리 나라 도로나 기간 산업은 실명제로 해야 한다. 과거 로마처럼. 하다못해 감리사와 시공사 이름이라도 적어야 한다. 중국고속도로는 땜방으로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된 곳을 몇 미터, 몇 십 미터 모두 걷어내서 다시 깐다. 이런 건 한국이 배워야 하지 않을까 싶다.

저녁을 먹기 위해 들린 '쾌찬'은 정말 심하다. 먹는 거에 별다른 불만이 없는 나지만 고기 반찬 둘, 풀 반찬 셋, 밥, 무국을 15위안이나 받는 건 그렇다 치고 너무 내용물이 빈약하다. 옛날 강소성 남경박물관 앞에서 5위안 주고 먹은 것보다 형편없다. 마치 내가 군복무할 때 먹었던 그런 밥 같다. 설익은 듯한 밥에 맹탕 국물 고기는 1mm쯤 붙어 있고 나머지는 전부 비계덩어리, 그것도 손으로 꼽을 정도로 준다. 새끼손가락 마디보다 적은…. 거기에 양념격인 '불친절', '청소불량', '1회용' 사용을 반대하지만 '1회용 나무젓가락' 준다는 점이 유일한 위안거리다(개인 건강을 위해서 젓가락은 1회용을 사용하시기를 권합니다. 1회용 나무(또는 대나무) 젓가락이 없다면 달라고 하시면 됩니다).

차주겸 사장이 어쩐지 나보고 기사들하고 같이 먹으라고 한 이유를 이제 알 것 같다. 이런 기본이 안 된 쾌찬으로 손님들을 나르고, 그 왕바가지의 일부로 공짜밥을 먹는 것 같다. 우리 나라도 그런 과정을 거쳐 고속도로 휴게실도 이제 많이 깨끗해지고, 먹거리도 다양해지지 않았던가.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야지 별 수 있는가? 일방적인 '불평'이나 '비난'은 공평하지 않을 것 같다. 한국은 정말 많이 컸다. 모두인지는 몰라도 내가 가 본 모고속도로 휴게실은 화장실에 '비데'도 설치되어 있어서 감탄을 한 적도 있다. 우리 나라 휴게실 수준처럼 되기 위해서는 중국도 시간과 자극과 동기가 필요하다.

2월 2일 사용 예산

ㅇ 이동비 : 산동 유방 > 호남 장사 장거리침대버스 무료 (원래금액 292위안)
ㅇ 교통비 : 집 > 버스역 1위안(버스)
ㅇ 숙박비 : 침대버스이용, 없음
ㅇ 식 비 : 점심(쾌찬, 10위안), 저녁(쾌찬, 15위안) 25위안
ㅇ 관람비 : 없음
ㅇ 잡 비 : 없음
ㅇ 소 계 : 1위안 + 25위안 = 26위안

(여행 예산도 전부 공개합니다. 돈 문제를 거론하면 점잖지 못하다고 생각하는 '유교문화' 탓인지는 몰라도 거의 모든 '여행기'가 돈 문제에 초월하더군요. 저는 '점잔' 하고 거리가 먼 사람이라…. 제가 쓰는 경비를 보고 여행 예산 짤 때 참조하시길)


언듯 잠에서 깼다. 몇 시쯤 됐나? 기사 머리 위에 달린 시계를 보니 오전 1:30분이다. 다시 잠을 청했으나, 선잠을 깬 탓인지, 운전사의 운전탓인지 잠이 안온다. 차를 그렇게 몰면 승객들이 잠을 자겠나…. 추월차선이던, 주행차선이던 앞에 차만 있으면 추월한다. 표 안 나게 살살 하면 되는데 급정거에 급차선변환 등. 하도 험하게 몰아서 '배멀미'가 날 정도다. 승객을 '승객'으로 생각하지 않고 '짐'이라고 생각하니까 저런 운전이 가능한거다. 우리 나라도 승객이 '사람' 대우받게 된 건 정말 몇 년 안 된 것 같다. 좋게 표현하면, 하여간 '서비스' 관련 산업은 중국에서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시장이다.

이런 저런 생각 중에 표지판을 보니 호남(湖南)성 장사(長沙)까지 '143Km'란다. 잉? 내 생각에는 6:00에나 도착할 걸로 알았는데 이런 이런 결국 3:40에 '장사톨게이트' 도착. 장사역이나, 장사버스터미널이 아니고 '장사톨게이트'다. 이런 경우는 전에도 몇 번 있어서 담담하다. 새벽에 도착한 건 처음이지만(예를 들어 산동성 청도에서 광동성 광주로 가는 버스라면 경유하는 도시는 전부 톨게이트를 지나 내려주거나 톨게이트 근처에서 내려줍니다. 그 다음은 알아서 해당도시로 들어가셔야 합니다).

같이 내린 세 명의 중국 총각들과 톨게이트 근처 도로변에서 멀쭘하게 있었다. 잠시후 '검은차(黑車)'라고 불리는 불법영업승합차(우리 나라 다마스 크기의)가 온다. '장사까지 얼마냐?'고 묻는 내 발음을 듣더니 '80위안'이란다. 안 가! 왜냐면 적당한 금액인지 알 수가 없어서.

내리기 전에 운전사에게 물어볼 것을. 때늦은 후회. 내가 '안 가!'라고 좀 강하게 말했는지 바로 '40위안'으로 내려온다. 나는 '40위안' 내라고 하고 같이 내린 세 총각들에게는 세 명 합쳐서 30위안 내라고 한다. '어쭈~~ 세워놓고 바지저고리를 만드네' 슬슬 성질이 난다(이런 경우에는, 특히 정확한 지리나 거리를 모를 경우는 많이 깎고, 많이 물어보셔야 합니다. 흑차라고 불리는 불법영업차는 2종류로 하나는 합법적 택시인데 미터기 조작을 하거나 빙빙 돌아가서 바가지를 씌우거나 하는 거고, 다른 하나는 자가용 차량으로 불법 영업을 하는 경우입니다. 후자의 경우는 특히 조심하셔서 혼자 이용하시는 건 가급적 피하시길 바랍니다. 전자는 바가지만 쓸 뿐이지만, 후자는 안전상의 문제가 생길수 있으니 말입니다).

결국 '검은차'는 사라지고, 바로 택시 등장. 역시나 '40위안' 내란다. '안 가!', 세 총각한테는 30위안 내라고 한다. 그러더니 '니들 세 명은 알아듣는데 저놈은 못알아들어 쟤는 외지인이야' 어쩌고 한다. 그런데 1년 갓 넘은 내 귀에 다 들리는데 어쩌나. '절대 니 차는 안타!'라고 결심만 굳어질 뿐.

시간은 속절없이 흐르고 또 한 명의 중국 총각이 내렸다. 내려준 장거리 침대버스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어쩌고 저쩌고 하더니 나를 대신해 방금 내린 총각과 협상 '40위안' 중국 총각도 강력히 거부. 시간이 흐르니 나한테 다시 애원조로 부탁한다. '40위안 가주세요!' 어쩌고. 시간은 계속 가고. 나야 돈은 없지만 시간 많은 여행자고, 중국식 천천히(만만디) 문화도 익숙한 사람이니 아쉬운 것 없으니…(어느 종류의 탈것- 오토바이, 자전거, 택시, 버스-를 타시기 전에는 꼭 다른 중국인들에게 미리 물어보셔야 합니다. 그리고 깎은 다음에 타시길).

결국 또 한 삼십 분 지나니 택시기사가 와서 사정조로 애원한다. '아까 내린 애도 본지인인데 30위안에 간대 너도 가라!' 중국 총각도 합세. 흠…. 같이 갈까? 그냥 날 밝을 때까지 기다렸다 장사 들어가는 버스 타고 들어가려고 한 계획 수정. 추운데 떨고 있는 것고 궁상이다. 몸 축나야 나만 손해지. 결국 오케이했다. 쯥! 원래는 무조건 20위안 이하였는데, 10위안 더 쓰자. 하여간 중국 총각의 요구로 미터기 꺾고 '장사역'까지 가니 '47위안'나온다. 한 30~40Km쯤 떨어졌나보다(다 그런 건 아니지만 '기차역'이나 '톨게이트'에서 '시내'까지 들어가는 건 한국하고 많이 달라서 보통 30분에서 한 시간 정도 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도시가 아니라면요). 결국 새벽과 아침의 중간 정도에 '장사역'도착. 에고 힘들어라!

a 결국 5:10  장사기차역에 도착했읍니다. ^^

결국 5:10 장사기차역에 도착했읍니다. ^^ ⓒ 최광식

덧붙이는 글 | ㅇ 이 글은 '인터넷한겨레-차이나21-자티의 중국여행(http://ichina21.hani.co.kr/)', 
중국배낭여행동호회인 '뚜벅이 배낭여행(http://www.jalingobi.co.kr)'에도 올리고 있습니다. 

ㅇ 중국여행에 필요한 자료는 
'인터넷한겨레-차이나21-여행자료실(http://bbs.hani.co.kr/Board/tong_tourdata/list.asp?Stable=tong_tourdata)'을 참고하시면 됩니다. 

ㅇ '여행일기'라 평어체를 사용했습니다. 독자분들의 이해를 바랍니다. 제가 올리고 있는 '중국배낭길라잡이'의 내용을 실전에서 어떻게 사용하는지 잘 봐주시길..

덧붙이는 글 ㅇ 이 글은 '인터넷한겨레-차이나21-자티의 중국여행(http://ichina21.hani.co.kr/)', 
중국배낭여행동호회인 '뚜벅이 배낭여행(http://www.jalingobi.co.kr)'에도 올리고 있습니다. 

ㅇ 중국여행에 필요한 자료는 
'인터넷한겨레-차이나21-여행자료실(http://bbs.hani.co.kr/Board/tong_tourdata/list.asp?Stable=tong_tourdata)'을 참고하시면 됩니다. 

ㅇ '여행일기'라 평어체를 사용했습니다. 독자분들의 이해를 바랍니다. 제가 올리고 있는 '중국배낭길라잡이'의 내용을 실전에서 어떻게 사용하는지 잘 봐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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