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교육감 과잉영접 논란' 교감 목숨 끊어

유가족들 "교장·교육청 압박이 자살 원인"

등록 2005.06.06 18:00수정 2005.06.06 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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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의 영정앞에 놓인 도교육감과 옥천교육장이 보낸 조화를 유족이 땅바닥에 내던지자 교육청 직원들이 급히 수습하고 있다. ⓒ 장재완

김천호 충북도교육감의 과잉영접 논란을 일으켰던 충북 옥천의 모 중학교가 이번에는 교감의 자살원인을 놓고 논란을 빚고 있다.

이 학교 교감 김모(61)씨는 6일 새벽 5시경 대전시 동구 인동 모 아파트 잔디밭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아파트 옥상에 김씨의 슬리퍼가 남겨져 있고 가족에게 남긴 유서에 "미안하다" "잘 지내라" "떳떳하지 못해 미안하다" 등의 내용이 담긴 점 등에 미뤄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중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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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유가족들은 김씨가 사망하기 몇일 전부터 '해당 학교 교장과 상급기관인 도교육청에서 목을 조인다'고 고민해 왔다며 "억울한 죽음을 밝혀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김씨의 부인 A씨는 이날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해당 교장이 자신의 교육감 과잉영접 건이 공론화 된 이후 '전교조와 짜고 그런 것(사건을 인터넷에 올린 것 아니냐) 아니냐'고 되레 추궁하고 도 교육청에서는 남편에게 책임을 떠넘기기 위해 '경위서' 제출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A씨는 "남편이 며칠 전 '기사 내용('교육감 과잉영접 논란'보도)이 모두 사실인데도 교장과 도교육청에서 누구와 짜고 했는지를 밝히라고 요구하는 등 내 목을 죄려 하고 있다'고 하소연한 바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남편이 '내가 죽으면 죽었지 어떻게 다른 사람에게 (뒤집어) 씌우겠느냐'고 말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실제 유가족들은 이날 오후 도 교육감과 옥천 교육장의 이름이 새겨져 있는 조화가 영정 앞에 놓이자 "갖다 버리라"며 밖으로 내팽개치는 등 분개했다. 이 때문에 교육감과 교육장의 조화는 곧바로 철거됐다.

이에 앞서 A씨는 이날 오후 김천호 도교육감이 대전 대덕구 모 병원에 마련된 김씨의 빈소를 찾자 흥분해 정신을 잃어 응급실로 실려가기도 했다.

또 다른 유가족도 "평소에도 교장이 고인에게 스트레스를 많이 준다고 말해 왔다"며 "고인께서 일부에서처럼 소심해서 죽음을 택한 것이 아니라 압박을 견디지 못한 때문"이라고 말했다.

유가족들은 "잘못을 저지른 사람이 이를 남에게 뒤집어 씌우려 하고 인간적으로 모욕을 줬다"며 "사실을 밝혀 억울함을 풀어 달라"고 거듭 호소했다.

이에 대해 도 교육청 및 군 교육청 관계자는 "고인이 교육청을 직접 찾아와 사건 내막을 설명한 바 있다"며 "하지만 대내외적으로 어떤 압박이나 강요도 한 바 없다"고 반박했다.

해당 교장은 지난달 31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를 통해 "교감선생님께서 평소 주머니에 손을 넣는 습성이 있다"며 "이날도 '보기 좋지 않다'는 지적을 가볍게 한 것이지 면박을 주거나 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전교조 충북지부 오황균 지부장은 "정확한 사건 경위를 파악중"이라면서도 "권위주의적이고 관료적인 교육풍토와 윗 사람에게 잘 보이면 된다는 풍토가 낳은 억울한 희생이다"고 말했다. 오 지부장 등 임원들은 이날 빈소를 방문해 정확한 사건 진위를 조사하고 있다.

한편 지난달 말 지역신문 인터넷에는 해당 학교 교장이 김천호 교육감의 학교 방문을 전후해 수업도중 청소를 시키고 관악부원에게 환영 연습연주를 하게 하는 등 과잉 영접하고 교감에게 모멸감을 줬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 논란을 빚어왔다.

교장 "참담하고 비참... 처음 올린 글 사실 아닌 것 너무 많다"

이에 대해 해당 학교 교장은 전화를 통해 “참담하고 비참한 심정으로 유가족에게 위로의 말씀밖에 더 이상 무슨 얘기를 할 수 있느냐”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인터넷에 처음 올려진 원문 글은 사실이 아닌게 너무 많다”며 “그럼에도 문제가 또다시 확대돼 괴롭다”고 말했다.

그는 “오늘 조문을 다녀왔지만 유가족에게 심심한 사과와 위로의 말을 어떻게 말로 다 표현할 수 있겠느냐”며 “다만 사실관계는 경찰 조사를 통해 밝혀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해당 교장은 언론보도 후 논란이 일자 지난 1일 해명 글을 통해 “교감과의 관계가 실제와는 달리 학교 운영 문제로 많은 갈등이 있는 것으로 비춰지고 사실이 아닌 부분이 과장되게 알려진 점 등에 대해 매우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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