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기념물 '달전리 주상절리' 관리 엉망

포항시 "인근 토지 매입 어려워, 보호 대책 미흡"

등록 2005.06.14 11:56수정 2005.06.15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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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풍처럼 둘러쳐진 주상절리 지대가 볼 만하죠?
병풍처럼 둘러쳐진 주상절리 지대가 볼 만하죠?최찬문
경상북도 지정문화재인 해당화 자생군락지가 훼손된 후 포항시가 훼손자를 고발한 가운데 천연기념물인 포항시 연일읍 달전리 주상절리(용암이 식으면서 만들어진 규칙적인 틈을 가진 돌기둥)가 심각한 원형 훼손 위기에 놓여 있어 당국의 보존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포항시 송라면 화진리 소재 해당화 자생군락지가 고의로 훼손된 사실이 지난 5월 목격돼 <오마이뉴스>가 5월 31일자로 보도했다. 이에 포항시는 “토지소유자가 지정문화재란 사실을 모른 채 경작을 목적으로 밭을 조성하기 위해 해당화를 훼손했다”는 사실을 확인한 후 지난 8일 토지소유자를 고발 조치했다.


이 군락지는 동해안 최남단 해당화 자생지로 지난해 문화재청이 천연기념물 관련 현지조사를 한 곳이며 경상북도도 지난해(12월 6일)에 문화재(기념물) 제 149호로 지정된 곳.

그러나 해당화 군락지 훼손에 대해 화진2리 주민들은 “해안가 개발을 노린 고의 훼손이다”는 의견이 다수인 가운데 “지금까지 포항시는 해당화 훼손을 방지할 어떠한 노력도 하지 않았다. 심지어 마을 이장에게도 해당화 관리를 의뢰하지 않았다. 이런 것이 탁상행정 아닌가?”며 문화재 보호에 무책임한 행정을 나무랐다.

천연기념물인 '달전리 주상절리'가 심각한 원형 훼손을 입은 채 방치되고 있다.
천연기념물인 '달전리 주상절리'가 심각한 원형 훼손을 입은 채 방치되고 있다.최찬문
이와 더불어 천연기념물 제415호로 지정된 ‘달전리 주상절리’도 당국의 보존대책 미흡으로 심각한 원형훼손 상태에 있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지 5년이 지났으나 포항시는 주상절리 인근 사유지를 매입하지 못한 이유로 보존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있는 실정.

달전리 주상절리는 바닷가에 볼 수 있는 일반적인 주상절리와 달리 내륙에서 발견된 특이성과 200만 년 전 생성된 문화유산인 점 등을 인정 받아 지난 2000년 4월 천연기념물로 지정됐다.

용암이 식어 만들어진 주상절리(규칙적인 틈을 가진 돌기둥)는 물이 용암을 냉각하는 매개체가 되기 때문에 주로 제주도나 울릉도 등 바닷가에서 많이 발견된다. 그러므로 바다와 멀리 떨어진 내륙에 생성된 '달전리 주상절리'는 그 희소성의 가치뿐 아니라 일부 지질학자들이 '이곳이 과거엔 바다였을 수도 있다'고 주장하기도 해 학술적 가치가 매우 높다.


또한 울릉도, 제주도 등에서 발견된 주상절리가 신생대 제4기(3십만 년 전)에 생성된 것인데 비해 달전리 주상절리는 신생대 제3기(약 2백만년 전)에 형성된 것으로 지질학적 가치도 높은 걸로 평가됐다. 주상절리는 5각형과 6각형의 신기한 돌기둥이 병풍처럼 둘러쳐져 있어 일반인이 언뜻 봐도 탄성을 지를 만큼 경관이 장관이다.

돌기둥은 약 80°경사에서 거의 수평에 가까운 경사로 기울어져 있는 특이한 모양을 보여주며 발견 당시에는 높이 20m, 폭 100m 규모의 거대한 암벽지대로 이루어져 있었다.


주상절리는 화산활동 때 분출한 용암이 식어 5각 6각형 돌이 이어져 기둥으로 만들어진 것임
주상절리는 화산활동 때 분출한 용암이 식어 5각 6각형 돌이 이어져 기둥으로 만들어진 것임추연만
이에 2000년 4월 달전리 주상절리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됐고 포항시는 야외 관찰학습장, 시민문화공간으로 활용하는 등 문화재 보존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현재까지 포항시는 아무런 보호대책 없이 방치되고 있어 원형훼손이 더욱 심각한 상태다.

암벽 오른쪽 주상절리는 대부분 무너져 내려 무너진 돌기둥이 아무렇게나 나뒹굴고 있으며, 주상절리 지대는 높이 1/3 정도가 흙더미에 묻혀 있는 상태다. 천연기념물이라는 말이 부끄러울 정도로 원형이 많이 훼손되어 있고 장마철이 오면 산 정상 흙이 아래로 무너질 것 같은 우려가 들기도 한다. 또한 주상절리를 찾아가는 도로변에는 천연기념물을 안내하는 표지판조차 찾을 수 없는 지경이다.

포항시 관계자는 "달전리 주상절리가 심각한 훼손상태에 있는 것은 알지만 인근 사유지 매입이 여의치 않아 보호 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 땅주인 4명과 추진한 토지보상이 가격 차이로 인해 마무리 되지 않고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산 정상 부근의 주상절리. 흙이 무너져 돌도 덩달아 무너질 우려가 높다.
산 정상 부근의 주상절리. 흙이 무너져 돌도 덩달아 무너질 우려가 높다.추연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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