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산(衡山)에 오르다

[중국배낭길라잡이] 실전편

등록 2005.06.16 19:52수정 2005.06.19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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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시? 창밖을 보니 밖은 아직 깜깜하다. 침대가 내 덕(체온) 본다. 왜 이리 춥냐! 뒹굴뒹굴 어제 산 지도로 대충 검토, 커피도 한잔 타 마셨다.

(필자주: 사실 여행에 필요한 것들은 중국에서도 구입할수 있습니다. 단지, 개인 기호(입맛)에 따른 커피나 치약 같은 건 한국에서 들고 오시는 것이 좋습니다.


보조배낭은 필수입니다. 10~20리터 정도크기의 일반학생배낭정도면 됩니다. 생수통이나 간단한 필기구, 지도 등을 밖에서 꺼낼 수 있는 형태의 배낭이 좋습니다. 매번 안에서 꺼내야 한다면 정말 귀찮습니다.)


보조배낭에 어제 산 생수 2병, 여행 전에 산 초콜릿, 초코파이를 넣었다. '오뜨'는 왜 안보이지 그새 다 먹었네? 언제 다 먹었지? 먹은 기억이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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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지도, 휴지, 사전도 보조배낭에 집어넣고, 여행배낭은 여관주인에게 부탁했다.

(필자주: 돈을 받는 경우도 있습니다. 보통 하루 2위안~5위안)

돈안들어가는 거라 그런지는 몰라도 괜히 친절한 척 이것저것 알려준다. 훗! 이 아저씨야! 이미 늦었어. 난방 나온다고 사기(?)쳐놓고, 손님을 냉장고 비슷한 온도에 자게 만들어 놓고 이제 와서 웬 '고객감동서비스'?


주인이 알려준 '형산패방'에 가니 다마스크기의 빵차들이 기다리고 있다. 형산대문까지 1인당 8위안이란다. 짭! 야들이. 내 표정을 읽었는지 기다렸다 여럿이 타고 가면 '2위안'이란다.

a '형산패방'입니다. 정면으로 볼때, 왼쪽부분이 '형사대문'행 빵차(다마스)타는 곳입니다.

'형산패방'입니다. 정면으로 볼때, 왼쪽부분이 '형사대문'행 빵차(다마스)타는 곳입니다. ⓒ 최광식


짭! 걸어가자! 지도에서 보니 한 2Km 되는 것 같던데, 형산 입구라고 생각되는데 도착, 입구라고 착각한 이유는 즐비하게 늘어선 빵차들. 입산안내판도 있고. 하여간 빵차하나에게 '반산정(半山亭) 가?'라고 물었다. '간다! 5위안 내'이런다. 잉? 내 정보원에 의하면, 여관주인과 주인마누라, 15위안이라던데 5위안이라고?


탔다! 1Km 쯤 가니 표받는 곳이 있다. 사실은 그곳이 '형산대문'이다. 잉! 수상한 예감이 뒤통수를 때리고, 내리기 전에 확인 한번 더했다. '너 반산정까지 가? 안가?' 문표어쩌고 하더니 사오면 기다린단다. 점점 진해지는 의심, 왜냐면 차가 못 들어오게 막아놓았고, 문 안쪽에 차들이 늘어서 있기에.

a 이것이 보이는 데는 '형산입구'가 아닙니다. 여기서부터 산쪽으로 1Km 정도가야 표파는 곳이 나옵니다.

이것이 보이는 데는 '형산입구'가 아닙니다. 여기서부터 산쪽으로 1Km 정도가야 표파는 곳이 나옵니다. ⓒ 최광식


표사고 보니 차를 돌려 내빼려 한다. 얼른 사진 한 장 찍고 '너 중국 여유국에 신고할 거다!' 어쩌고 하니 얼른 내뺀다. 휴우, 정말 한순간도 방심할 수가 없다. 중국에서 여행할 때는. 너무나 다양한 수법으로 여행자를 속인다. 아니! 바보로 만든다.

a 남악 형산 교통안내판입니다. 확대하시면 가격과 노선을 볼수있습니다.

남악 형산 교통안내판입니다. 확대하시면 가격과 노선을 볼수있습니다. ⓒ 최광식


a 1Km 거리를 무려 '5위안'이나 받은 ..  그..

1Km 거리를 무려 '5위안'이나 받은 .. 그.. ⓒ 최광식

형산입구에서 반산정까지는 버스비가 12위안이다. 여관주인이 알려준 것도 부정확한 거군. 이런 이런. 케이블카 타는 데가 있다. 상행 30위안, 하행 26위안, 왕복은 50위안.

안개가 짙어서 걸어가기로 했다. 케이블카를 타야 아무것도 안보일 것 같다. 좀 걷다 보니 차가 한대 서더니 타란다. 헉! 중국에서 이런 일이. 여행경력 6년째지만 이런 경험은 처음이다. '쎄쎄!' 감동 먹었다. 머릿속에서는 이 사람 선물로 뭘 주나 고민하는 사이에 '남천문 20위안!'이런다. 이런 제기! 그러면 그렇지. 남천문보다 위에 있는 '상봉사 15위안'하니 인상쓴다. 나도 인상 썼다. 간단다.

얼른 관광하고. 뭐 정확히 말하면 자욱한 안개만 보고는 이 안개가 비로 변할까 겁나서 얼른 걸어 내려왔다. 흠! 오늘 지로 중국의 오악을 다 올라가봤군!

( 필자주: 五岳 - 동악 태산(1545 m, 지리산 노고단 정도?), 서악 화산(2160m), 남악 형산(1290m), 북악 항산(2017m), 중악 숭산(1512m)

http://www.chinesetea.co.kr/pds/night/night48.htm에서 펌

'청나라 위원(魏源)은 항산은 걷는 것 같고 (恒山如行), 태산은 앉은 것 같고 (泰山如坐), 화산은 서있는 것 같고(華山如立), 형산은 날아가는 것 같고 (衡山如飛), 숭산은 누워있는 것 같다(嵩山如臥)고 했다.)


a 비오는 날  산에 올라가는 건 정말 바보지만.. 짭!  안개만 보고 왔습니다.

비오는 날 산에 올라가는 건 정말 바보지만.. 짭! 안개만 보고 왔습니다. ⓒ 최광식


얼마 걷지도 않았는데 무릎이 아파온다. 휴우~ 중국의 산은 관리상의 이유인지 몰라도 전부 돌계단이라, 무릎에 부담을 많이 준다. 물론 살찐 탓도 있지만.

하산버스에 타고 있으니, 내가 차장쯤 된다고 생각했는지, 중국관광객 한팀이 나보고 이것저것 물어본다. '을매?' '12위안' '언제 출발?' '나도 몰라!' 등등.

신혼부부와 신랑부모, 4명과 내가 하산길 승객전부다. 신랑과 아버지하고 언성이 높다. 대충 들으니 숙소에서 괜히 바가지를 썼다는 것이 신랑이 주장이고 아버지는 어쩔 수 없었다. 대충 이런 내용이다. 이해가 된다. 양 쪽 다.

신랑이 언성을 높이던 중 나보고 성질내며 얼른 가자고 한다. 이런 이런! '잉, 저도 승객입니다만' 이라는 중국어가 생각 안 나서 '이건 내차 아냐!'라고 말했다. 여러 가지로 민망한지 차에 내려서 기사를 부르고 난리다. 훗!

나의 현지인화(化)가 완벽해졌나? 수염도 안 깎고, 머리도 며칠 안 감고, 검은 오리털파커에 검은 코르덴바지, 검은 목티, 흠! 내가 봐도 내가 중국인 같기는 해!

다시 여관 가서 밥을 먹으려다 계림 가는 표부터 사자고 생각해서 버스역 으로 가니 표파는 아가씨가 뭐라고 하는데 된통 알아들을 수가 없다.

그래서 적었다.
'나 한국인! 아가씨 하는 말 못 알아들어!
질문1> 여기서 계림가는 버스 있어 없어?
질문2> 내일도 없어?'

이렇게 적어서 내밀었더니 부산해 진다. 사무실로 데려가더니 이쪽 저쪽 전화! 나보고 1시에 출발한단다.

(필자주: 버스이동시에는 꼭 필수입니다. 확인과 예약, 잊지 마시라! 어느 터미널에서 떠나는 지도 확인하여야 합니다. 그리고 지방으로 갈수록, 게시판만 믿으시면 안 되고, 꼭 담당자(표파는)에게 확인하셔야 합니다.)

'잉? 니들 게시판에는 오후 3시출발이라고 적혀있는데 웬 1시'라는 긴 중국어를 못하기에 짐챙겨온다고해서 여관 가서 짐찾고 다시 오니 나를 데려갈 사람이 기다렸다 가자고 한다. '형양(衡陽)'가는 버스 기사다. '형양'은 '남악'에서 1시간~1시간 반 거리에 있다. 형양 버스터미널에서 '남악->계림'행 버스로 인계해준다. 원래는 당연히 '남악->계림'행 버스가 남악에서 출발해야 하는데 기사와 차장이 형양에서 농땡이를 피운 거다. 그래 니들은 편했겠지만 손님인 나는 무척 피곤해졌단다. 흘.

a 호남성 '남악 형산' 에서 광서성 '계림'가는 버스표.

호남성 '남악 형산' 에서 광서성 '계림'가는 버스표. ⓒ 최광식


2시쯤 됐나? 언제 출발 하냐고 물어보니 4시 반 출발이란다. 차장총각이 먹는 도시락을 빤히 쳐다보니 '밥 안 먹었냐?'고 물어본다. '안 먹었다!'고 하니 먹고 오란다. 근처 신강요리집에 량반라면 큰 그릇(3.5위안) 하나 먹었다. 맛없다. 맵기만 하고.

a 신강(新疆)면요리집 메뉴판, 한번 읽어보시면 재미있습니다.

신강(新疆)면요리집 메뉴판, 한번 읽어보시면 재미있습니다. ⓒ 최광식


형양버스터미널에 들어가서 몇 가지 확인했다. 계림 가는 버스가 얼마인지, 얼마나 자주 있는지 물어보려 했지만 사림이 너무 많고 안내하는 곳도 안 보인다. 버스일정표 한 장 찍고 '전주(全州)'가는 버스가 있다는 것만 확인.

a 형양버스터미널에서 찍은 계림방향안내판

형양버스터미널에서 찍은 계림방향안내판 ⓒ 최광식


바나나 3위안(1근 1.3위안)어치 사서 기사 2개, 차장 2개 주고 내가 3개 먹는 걸로 부실하고 맛없던 점심을 보충했다. 일기를 쓰고 있는 현재 15:00분 아직 한 시간 반이나 기다려야 한다. 에고 심심해라!

덧붙이는 글 | ㅇ 이 글은 '인터넷한겨레-차이나21-자티의 중국여행(http://ichina21.hani.co.kr/)', 
중국배낭여행동호회인 '뚜벅이 배낭여행(http://www.jalingobi.co.kr)'에도 올리고 있습니다. 

ㅇ 중국여행에 필요한 자료는 
'인터넷한겨레-차이나21-여행자료실(http://bbs.hani.co.kr/Board/tong_tourdata/list.asp?Stable=tong_tourdata)'을 참고하시면 됩니다. 

ㅇ '여행일기'라 평어체를 사용했습니다. 독자분들의 이해를 바랍니다. 제가 올리고 있는 '중국배낭길라잡이'의 내용을 실전에서 어떻게 사용하는지 잘 봐주시길.. 

ㅇ 중국어는 경어가 거의 없기에, 사실에 가깝게 번역했읍니다. 현장감있는 번역이라고 주장하고 싶군요. 

ㅇ '여행지정보'보다는 '여행정보'에 치중했습니다. 괜한 그리고 많은 '여행지'사진은 스포일러(영화결말을 말하는..)같아서. ^^;

덧붙이는 글 ㅇ 이 글은 '인터넷한겨레-차이나21-자티의 중국여행(http://ichina21.hani.co.kr/)', 
중국배낭여행동호회인 '뚜벅이 배낭여행(http://www.jalingobi.co.kr)'에도 올리고 있습니다. 

ㅇ 중국여행에 필요한 자료는 
'인터넷한겨레-차이나21-여행자료실(http://bbs.hani.co.kr/Board/tong_tourdata/list.asp?Stable=tong_tourdata)'을 참고하시면 됩니다. 

ㅇ '여행일기'라 평어체를 사용했습니다. 독자분들의 이해를 바랍니다. 제가 올리고 있는 '중국배낭길라잡이'의 내용을 실전에서 어떻게 사용하는지 잘 봐주시길.. 

ㅇ 중국어는 경어가 거의 없기에, 사실에 가깝게 번역했읍니다. 현장감있는 번역이라고 주장하고 싶군요. 

ㅇ '여행지정보'보다는 '여행정보'에 치중했습니다. 괜한 그리고 많은 '여행지'사진은 스포일러(영화결말을 말하는..)같아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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