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문화, 대중과 너무 멀지 않았나요?"

작가로 불리고픈, 녹차 권하는 의사 김용주

등록 2005.06.20 03:29수정 2005.06.20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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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책을 쓰기 시작하면서 녹차에 흠뻑 빠진 김용주 원장, 손님이 오면 항상 녹차로 대접한다.

책을 쓰기 시작하면서 녹차에 흠뻑 빠진 김용주 원장, 손님이 오면 항상 녹차로 대접한다. ⓒ 서정일

"녹차 한 잔 하실까요?"

원장실이라고 하지만 열려진 공간, 찾아오는 사람들은 부담 없이 김 원장을 만나고 또 차 한 잔을 마신다. 여러 가지 다양한 모양새를 갖고 있는 찻잔들은 널찍한 탁자 위에 가지런히 놓여 있고 한편에선 은은한 차향이 피어오르고 있다.


삭막할 것 같은 병원, 하지만 순천시 연향동에 있는 김용주정형외과는 조금은 남다른 독특함이 묻어나온다. "작가라고 불러주시겠습니까?" 김용주(52) 원장은 차 한 모금을 마시더니 생뚱맞은 표현인 '작가'라는 단어를 던지며 넌지시 나의 표정을 살핀다.

전혀 예상치 못한 질문이다. 그저 김용주 원장하면 지역사회에서 유능한 의사 정도로만 알고 있었기에 선뜻 맞장구를 칠 수 없는 어색한 질문, 눈만 멀뚱멀뚱 뜬 채 연거푸 찻잔만 들어올린다. 한 잔, 두 잔, 그리고 세 잔.

a 김용주 원장은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엮어 이미 세권의 책을 낸 적이 있다. 탁자에 놓여있는 그가 쓴 책들.

김용주 원장은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엮어 이미 세권의 책을 낸 적이 있다. 탁자에 놓여있는 그가 쓴 책들. ⓒ 서정일

"살아오면서 느낀 것 그대로 옮겼습니다"라고 말하며 책꽂이에서 녹차에 관한 것을 포함, 모두 네 권의 책을 꺼낸다. 흘낏 보니 모두가 김용주 지음이다. 뜨끔했다. 왜 김 원장이 작가라 불러 달라 나에게 주문을 했는지 탁자 위에 놓인 책만 멍하게 바라보다가 후다닥 싸들고 문을 나섰다.

"김용주 작가님 계세요?"

정확히 3일 후, 나는 병원 문에 들어서며 원장이 아닌 작가 김용주를 찾았다. 독자로서 작가를 만나는 의미 있는 시간, 그리고 그때와는 달리 내가 먼저 말을 건넸다. "녹차 한 잔 하실까요?" 여지없이 웃음이 쏟아진다. '서로 통하였느냐?' 하는 어느 영화 대사처럼 다시 만난 독자와 작가는 결국 책으로 통하고 말았다.


사실 '녹차 한 잔 하실까요'는 김 원장이 얼마 전에 펴낸 책 이름이다. 편안하게 물과 땅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의사의 시각으로 차가 우리 몸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가를 비교적 소상히 설명해 놓았다.

일반적으로 차 얘기 하면 어려운 구석이 있지만 김 원장의 차 이야기는 깊이 있는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단숨에 읽힌다. 만약 누군가 나에게 이 책에 관해 얘기해 달라고 하면 나는 스스럼없이 단숨에 읽었던 책이라 말하고 싶다.


한마디로 줌렌즈로 피사체를 당기듯 멀게만 느껴지던 차에 관한 얘기들, 그리고 다도라 말하는 차 문화에 관한 얘기들을 코앞까지 가져와 펼쳐놓았다고 할 수 있는 책이다.

"차 문화, 그동안 대중들과 너무 멀리 떨어져 있지 않았나요?"

충분히 공감하는 부분을 김용주 원장이 되짚는다. 서로 통하였느냐 하는 것은 바로 이것을 두고 하는 말, 21세기의 화두는 뭐니 뭐니 해도 문화라는 단어인데 그것은 특정인의 문화가 아닌 일반인들의 곁에 와 있는 시민문화여야 한다는 것. 녹차 또한 반드시 그래야 한다고 말한다.

a 21세기의 화두는 문화인데 그동안 너무 특정층에 집중되었다면서 시민의 곁에 와서 결실을 맺기를 김 원장은 희망했다.

21세기의 화두는 문화인데 그동안 너무 특정층에 집중되었다면서 시민의 곁에 와서 결실을 맺기를 김 원장은 희망했다. ⓒ 서정일

왜 그가 녹차라는 주제로 책을 펴내고 독자의 눈과 마음을 끌어당겨 단숨에 읽힐 수 있도록 했는가를 어렴풋하게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결국 그는 녹차가 우리의 정신건강은 물론 몸건강에 매우 이로운 것임에도 우리 생활 속에 자리하지 못한 것은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문제가 아닌가 하는 의문을 제기한다.

의사로서 몸을 치유하고 작가로서 마음을 치유하는 조금 특별한 사람 김용주 원장. 그가 순천 땅에서 녹차 얘기를 시작할 때 넌지시 귀 기울이며 함께 녹차를 마셔 보는 것은 우리의 몸과 마음속에 건강한 새싹 하나를 키우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덧붙이는 글 | 김용주 원장은 '존재의 진실을 찾기 위한 끝없는 리허설''금지된 벽을 넘어 부는 바람' 사이버클리닉 소설 '와인'을 이미 펴 낸 바 있다.

덧붙이는 글 김용주 원장은 '존재의 진실을 찾기 위한 끝없는 리허설''금지된 벽을 넘어 부는 바람' 사이버클리닉 소설 '와인'을 이미 펴 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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