괘릉 무인상에서 선조 이라크인을 만나다

[인터뷰] 경주에 온 이라크국립박물관 연구원 사드 함자 주게흐·모하마드 살리 아티아

등록 2005.06.22 03:04수정 2005.06.22 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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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3월 20일 미국과 영국이 대량살상무기 제거라는 명목 아래 일어난 이라크전쟁. 이라크 전쟁은 이유 없이 죽어간 수많은 이라크인들과 함께 고대 메소포타미아문명지의 문화재 파괴로도 전 세계인들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이라크국립박물관에서만 1만4천점의 유물이 도난 당했으며 1만여점이 훼손된 사실은 지구촌에서 함께 살아가는 우리로서도 쓰라린 일이다.

이제는 도난된 상당수의 유물들을 되찾아 왔고 복원 작업도 시작됐다고 하니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러한 이라크의 문화재 재건을 돕기 위해 우리 나라 국립중앙박물관이 이라크국립박물관 연구원 두 사람을 초청했다.


a 사드 함자 주게흐씨와 모하마드 살리 아티아씨는 3개월간 우리 나라에 체류하며 유물보존처리 방법 등 문화재 복원을 위한 다양한 기술을 배울 계획이다.

사드 함자 주게흐씨와 모하마드 살리 아티아씨는 3개월간 우리 나라에 체류하며 유물보존처리 방법 등 문화재 복원을 위한 다양한 기술을 배울 계획이다. ⓒ 권미강

지난 5월 1일부터 오는 7월 25일까지 3개월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한 이라크 국립박물관 연구원은 고고학 관련 분야 전공자인 사드 함자 주게흐(35·문화유산부)씨와 모하마드 살리 아티아(35·발굴조사부)씨 등 두 사람이다.

이들은 체류 기간 동안 우리 나라 국립박물관과 문화재청, 문화재연구소 등을 방문해 문화유산 복원에 대한 과학적 보존처리 기술 및 새로운 첨단장비에 대한 폭넓은 정보 교류와 훈련을 받을 예정이며 문화유적 발굴조사 현장도 참관하고 있다. 지난 6월 14일 국립경주박물관 일정을 보내고 있는 이들을 만났다.

- 천년 고도인 경주에 온 소감은?
"아주 멋진 곳에 와서 좋다. 경주의 자연 환경이 너무 좋고 특히 푸른색 나무가 인상적이었다. 또 많은 분들이 환대해 줘 감동 받았다."

- 경주박물관에 와서 주로 하게 되는 일은?
"한국에 오게 된 것은 전쟁으로 파괴된 이라크 문화재를 재건하기 위해 새로운 문화재 보존기술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라크국립박물관에서 한국 국립박물관 측에 요청해 성사되어 한국을 방문하게 됐다. 경주국립박물관에서는 유물보존처리방법과 전시방법 등을 다양하게 익히고 발굴 현장도 답사한다."

- 유물 보존이나 유물 전시 면에서 경주박물관과 이라크박물관이 차이가 있나?
"국립경주박물관의 유물 전시는 집약적인 기술 면에서도 수준이 상당히 높다. 이라크도 문화재 보존이나 전시에 나름대로 신경을 쓰긴 하지만 아직까지는 배워야 할 점이 많다. 이번에 많이 배우고 있다."


- 경주에는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인 남산과 불국사 등이 있다. 이라크에도 비슷한 문화재가 있는가? 있다면 관리와 보존은 어떻게 하고 있는가?
"경주 문화재를 둘러 봤다. 이라크에도 유네스코 지정 문화재 2곳이 있다. 한 곳은 '아슈르'라는 북부 메소포타미아의 티그리스강에 위치한 이라크의 고대 도시다. 종교와 무역의 중심지로 기원전 14세기~9세기 동안 아시리아 제국의 첫 번째 수도였다. 또 하나는 '하트라'인데 파르티아 제국의 요새화된 도시다. 모두 북부 이라크에 있다. 현재 그곳에 문화재관리사무실을 두고 관리하고 있다. 유네스코에서도 지속적인 지원과 관리를 하고 있다."

- 이라크와 한국은 문화적으로 많은 차이가 있다. 그런 면에서 유물도 차이가 있을 텐데.
"양 국의 자연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건축물의 소재가 다른 것 같다. 이라크는 주로 흙으로 되어 있고 한국은 돌과 나무 등이 주 재료인 것 같다. 그게 가장 큰 차이라고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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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미강

- 신라는 실크로드의 종착지이기도 하다. 신라 향가에는 '처용'이라는 사람이 나오는데 그의 외모 때문에 이슬람인(무슬림)이라는 설이 있다. 이것 말고도 괘릉의 무인상도 있다. 이 설로 볼 때 과거 신라 때 중동 지역과의 교류가 있었을 수도 있는데 이라크에도 이런 유물이 있는지?
"여러 가지 학설로 봐서 양국이 관계가 있었다는 것을 확신한다. 이슬람에서도 그 사실을 알고 있고 '이분바투타' 등 실크로드를 연구하는 학자들도 인정하고 있다. 우리들도 괘릉의 무인상을 봤는데 정말 놀랍고 멋졌다. 그래서 양국이 고대의 교류국임을 더욱 확신하게 됐다."

- 신라 유물과 이라크 유물을 한 자리에서 비교하는 전시도 좋을 것 같다.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많기 때문에 생각은 하고 있다. 앞으로 (이라크) 정국이 안정되면 추진할 계획이다."

- 이라크 국립박물관이 전쟁으로 피해 입은 것을 텔레비전에서 봤다. 경주도 신라 때 지어진 동양 최대 규모였던 황룡사 목탑이 몽고난 때 소실되고 또 다른 크고 작은 전쟁 속에서 많은 유물을 잃어 버리기도 했다. 복원할 계획은 있는가? 있다면 진척은 어느 정도인가?
"유감스럽지만 이번 이라크 전쟁에서 문화재 피해를 봤다. 유네스코 지정 문화재인 아슈르도 피해를 봤는데 지금은 어느 정도 복원되고 있다. 유네스코 등에서 많은 도움을 줬다. 이번 한국 방문도 앞에서 밝힌 것처럼 문화재 보존처리 기술을 배우기 위한 문화재 복원 교육프로그램 일환이다. 한국의 좋은 기술을 배워가서 이라크 문화재를 복원에 더욱 힘쓸 계획이다."

짧은 인터뷰였지만 두 명의 이라크인에게서 확실히 유물처리 기술을 배워 본국에 가서 문화재 복원에 힘쓰겠다는 결심이 느껴졌다. 어려운 나라 상황에도 유물 보존 연구 등을 위해 한국과 경주를 방문해 감사 드리고 하루 빨리 이라크의 유서 깊은 문화재들이 복원되길 기원한다는 필자의 마지막 인사에 이들은 진심으로 고마움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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