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은 '친노 낙선자'들 집합소?

이철·이해성, 철도공사-조폐공사 사장 내정... '보은성 인사' 논란

등록 2005.06.23 13:04수정 2005.06.23 14:50
0
원고료로 응원
a 각각 한국철도공사와 한국조폐공사 사장에 임명된 이철 전 의원과 이해성 전 홍보수석.

각각 한국철도공사와 한국조폐공사 사장에 임명된 이철 전 의원과 이해성 전 홍보수석. ⓒ 오마이뉴스


이철 전 의원과 이해성 전 청와대 홍보수석이 각각 한국철도공사와 한국조폐공사의 사장에 내정된 것과 관련 또다시 '보은성 인사'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17대 총선 낙마에 대한 정치적 배려라는 것.

'친노인사'로 분류되는 두 사람은 지난 17대 총선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부산에서 열린우리당 후보로 출마했다가 낙선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이 전 의원은 정형근 의원을 상대로 부산 북·강서갑에 출마했다가 낙선했고, 이 전 수석도 부산 중·동에 출마했다가 정의화(한나라당) 의원에게 패했다.

이철 전 의원은 2002년 대선 당시 정몽준 후보를 지지했다가 후보단일화 이후 노무현 후보의 부산선거대책위 공동위원장을 맡았다. 하지만 선거 전날 정 후보가 노무현 후보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자 국민통합21를 탈당했다. 당시 그는 국민통합21의 조직위원장을 맡고 있었다.

12·13·14대 의원을 지낸 이 전 의원은 노 대통령과 함께 국민통합추진회의(통추)에서 함께 활동한 인연을 가지고 있다. 특히 참여정부 출범 초기 문화관광부장관과 한국방송광고공사 사장으로 거론되다가 논란이 일자 스스로 고사한 바 있다.

또한 이해성 전 홍보수석은 MBC 기자출신으로 참여정부 초대 홍보수석을 지냈다. 이 전 수석은 최근까지 한국토지공사 비상임이사를 지냈으며 작년까지 열린우리당 중앙위원과 부산시지부장으로 활동했다.

야당의 반발 "전문성 무시, 경력 무시, 노조반대 무시, 특정지역 우선"

이러한 보은성 인사에 대해 정치권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제1야당인 한나라당은 노 대통령을 "낙하산 부대장" "낙하산 대통령"이라고 비꼬며 맹비난을 퍼부었다.


이정현 부대변인은 23일 논평을 통해 "노 대통령 낙하산 인사는 전문성 무시, 경력 무시, 국민비난 무시, 노조반대 무시, 충성도 우선, 특정지역 우선이 원칙"이라며 "대통령과 친한 사람들, 대통령의 마음에 '걸리는 사람들'을 잘 먹고 잘 살게 해주겠다는 배려"라고 꼬집었다.

이 부대변인은 "더욱 가관인 것은 낙하산 내정을 해놓고도 형식적으로는 공모를 한다고 연막을 피운다는 점"이라며 "이것도 노 대통령 방식의 개혁인지 대통령은 답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맹형규 정책위의장도 이날 상임운영회의에 참석해 "이번 인사는 공천 탈락자 배려 차원의 낙하산 인사"라며 "이러한 인사는 공기업 부실의 원인이 된다"며 '파행인사 중지'를 촉구했다.


민주당은 '전문성을 무시한 아마추어 인사'라고 지적했다. 김재두 부대변인은 "참여정부 들어 공기업과 정부의 입김이 들어갈 만한 100여 곳 이상을 노무현 대통령의 사람들 특히 지난 총선에서 열린우리당 후보로 출마해 낙선한 인사들이 낙하산을 타고 자리를 꿰찼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 부대변인은 "어느 나라든 정권에 따라 공직이 바뀌고 심지어 미국의 경우에는 3만개 이상의 공직이 바뀐다고 하니 우리라고 예외일수 없을 것"이라면서도 "그렇지만 아무리 정권차원이고 보은차원이라지만 아마추어들을 보내서야 되겠는가?"라고 꼬집었다.

열린우리당의 한 핵심당직자도 "충분히 보은성 인사로 보일 수 있는 인사"라고 시인하면서 "그 사람들을 꼭 그렇게 예우해줘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60여명 회원의 '청맥회' 주목... 공기업 등에 사장·감사·이사로 나가

이러한 보은성 인사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노 대통령이 당선 직후 "인사청탁하면 패가망신시키겠다"고 '엄정한 인사'를 강조했지만 전문성을 무시한 '정치적 인사'들이 횡행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지난 20일에는 한이헌 전 경제수석이 기술신용보증기금 이사장으로 임명됐다. 한 전 수석은 2002년 당시 민주당 후보로 부산시장 선거에 출마해 큰 표 차이로 낙선했다. 6월초에는 김학민 전 청와대 인사수석실 자문위원이 한국사학진흥재단 이사장으로 임명됐다. 민청학련 출신인 김 이사장은 2002년 대선 당시 경기 용인선거대책본부장을 맡았다.

또 작년말에는 노조의 반대에서 불구하고 이영탁 전 국무조정실장을 증권선물거래소 이사장으로 임명했다. 이 전 실장 역시 17대 총선에서 경북 영주에 출마했다고 낙선했다. 작년 총선에서 경남 통영·고성에 출마했던 정해주 전 통산산업부장관은 한국항공사 사장, 경남 창원갑에 출마했던 공민배 전 창원시장은 대한지적공사 사장으로 임명됐다.

이러한 보은성 인사와 관련 '노무현 정권 탄생에 직·간접으로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공기업이나 유관기관에 진출한 인사들의 모임'인 '청맥회(淸脈會)'가 주목받은 바 있다. <시사저널>이 지난해 10월 공개한 명단에 따르면 회원수만 대략 60여명에 이른다. '공기업 개혁'을 명분으로 내건 이들의 다수는 공기업 사장이나 감사·이사로 나가 있다.

노무현 후보의 외교특보를 지낸 이충렬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 감사,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을 지낸 조광한 한국가스공사 감사, 노무현 후보 농업정책 특보를 지낸 이봉수 한국마사회 부회장, 청와대 국정홍보모니터비서관을 지낸 곽해곤 부동산신탁연합회 상근 부회장 등이 청맥회에 참여하고 있다.

a 지난해 10월 <시사저널>이 공개한 '청맥회' 명단.

지난해 10월 <시사저널>이 공개한 '청맥회' 명단. ⓒ 시사저널 제공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얼굴 창백한 계산원을 보고 손님이 한 행동 얼굴 창백한 계산원을 보고 손님이 한 행동
  2. 2 일타 강사처럼 학교 수업 했더니... 뜻밖의 결과 일타 강사처럼 학교 수업 했더니... 뜻밖의 결과
  3. 3 유럽인들의 인증샷 "한국의 '금지된 라면' 우리가 먹어봤다" 유럽인들의 인증샷 "한국의 '금지된 라면' 우리가 먹어봤다"
  4. 4 꼭 이렇게 주차해야겠어요? 꼭 이렇게 주차해야겠어요?
  5. 5 알고도 대책 없는 윤 정부... 한국에 유례 없는 위기 온다 알고도 대책 없는 윤 정부... 한국에 유례 없는 위기 온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