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정보 유포' 기획부동산업체 전격 압수수색

국세청, 95개 기획부동산업체 대상으로 세무조사 실시

등록 2005.06.23 13:58수정 2005.06.23 15:00
0
원고료로 응원
23일 새벽 서울 강남 테헤란로 주변의 A 빌딩에 국세청 조사요원들이 들이 닥쳤다. 이들은 건물 3층에 주소를 둔 부동산 매매업체 사무실에서 회계장부 일체를 압수했다. 올해 초 문을 연 이곳은 200여명의 텔레마케터를 고용해, 일반인을 상대로 허위광고를 내보면서, 전국 일대 토지 매매를 중개해 온 곳이다. 이른바 기획부동산 업체.

국세청이 기획부동산 업체를 상대로 세무조사의 칼을 빼들었다. 국세청은 23일 95개 기획 부동산업체에 대해 대대적인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550여명에 달하는 국세청 조사요원이 투입됐고, 압수된 회계장부만 수만여쪽에 달한다.

한상률 조사국장은 "최근 불고 있는 부동산 투기 바람은 이른바 '투기적 가수요'에 있다고 판단된다"면서 "전국에 걸친 땅에 대해 허위 광고로 땅값을 수십배 뻥튀기는 이들 업체들이 투기를 부추기는 주범 가운데 하나"라며, 세무조사 배경을 설명했다.


관련
기사
- "더이상 못 참는다"... 정부, 부동산투기 '선전포고'


국세청 조사요원, 23일 새벽 부동산업체 전격 압수수색 실시

실제로 국세청이 파악한 이들 기획부동산 업체들 대부분은 서울 강남 일대의 고급 빌딩에 여러개의 회사를 설립하고, 지방의 임야나 농지를 대량으로 싼 값에 사들였다. 이후 이들 땅을 100~200평으로 나누고, 임시직으로 고용한 텔레마케터를 통해 공단 개발 등 허위광고로 땅값을 부풀려 팔아왔다.

이들 회사 대부분의 실제 소유주는 대부분 이름만 내건 '바지 사장'을 내세우고 있으며, 거액의 매매차익을 올린 뒤에는 곧바로 회사 문을 닫는 수법을 써왔다.

국세청은 "거액의 매매차익을 올린 사업주는 자금을 회수 하자 마자 곧바로 법인 폐업 신고를 하고 있다"면서 "피해를 본 투자자들의 항의나 고발 등을 사전에 차단하고, 매매차익에 대한 세금을 탈루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국장은 "이들 업체의 실제 사업자를 끝까지 추적해 세금을 매길 것"이라며 "주로 매출액 축소 신고 여부와 텔레마케터의 인건비와 노무비 조작 등을 철저하게 따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일부 사업주의 경우 회사 돈을 해외로 빼돌린 혐의도 파악해, 외국환관리법 위반 여부등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세청은 부부가 함께 집 3채 이상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 대해서도 주택의 취득과 양도 과정에서의 세금탈루 여부에 대해 정밀 검증에 착수하기로 했다. 국세청이 파악한 부부합산 3주택 이상 보유자는 18만1000세대에 달하며, 이들은 모두 75만2000채의 집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기획부동산, 세금 어떻게 탈루했나

국세청이 최근 다시 불고 있는 부동산 투기의 주범으로 기획부동산을 지목하고 이들에 대해 세무조사의 칼날을 빼들었다.

국세청은 23일 오전 세금 탈루혐의가 있는 기획부동산 95개에 544명의 조사요원을 전격적으로 투입, 회계장부를 압수하는 등 일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이들 업체들 대부분은 자금을 제공하는 실사업자가 소위 '바지사장'을 내세워 강남의 테헤란로 주변의 고급 빌딩에 여러 개의 법인을 설립한 후 지방의 임야나 농지를 대량으로 저가에 매집, 이를 100-200평으로 분할해 텔레마케터를 동원하는 수법으로 3-5배로 가격을 부풀려 팔아온 것으로 밝혀졌다.

국세청이 이날 밝힌 주요 기획부동산들의 매매사례를 보면 지난 2003년에 강남에 개업한 A업체의 경우 작년 9월까지 용인 등 개발이 예상되는 임야 13필지, 5만5000평을 121여억원에 구입한 뒤 100-500평 단위로 분할, 200여명의 텔레마케터를 고용해 소액투자자 277명에게 취득가의 3배인 351억에 되팔았다.

이 과정에서 토지매수자들은 명의상 계약자인 A법인의 통장이 아닌 실질사주 이모씨의 통장으로 매수대금을 입금했으며, 이씨는 대금중 일부인 154억원만 법인 통장으로 입금한 후 나머지 197억원은 개인적 용도로 사용했다.

특히 이씨는 용인지역의 토지매매를 끝낸 후 지난해 9월 A법인을 폐업·청산함으로써 66억원에 이르는 세금을 탈루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4곳의 기획부동산 업체는 실질적인 사주가 전면에 나서지 않고 바지사장과 동생을 업체의 대표와 임원으로 내세운 뒤 지난 2003년에서 2004년까지 여주·원주·목포 등의 임야와 염전 등 33만6000평을 취득했다.

이들 업체들은 이를 100~400평 단위로 쪼갠 후 500명의 텔레마케터를 동원, 1044회에 걸쳐 29만8000평을 양도해 취득단가의 6배 가격을 되팔았다.

서울 강남의 역삼동에 위치한 B업체는 북제주군 구좌급의 임야 1만여평을 지난 2003년 1월 평당 1만원에 구입한 후 올해 1월 토지를 분할한 후 평당 20만원에 양도하는 수법으로 19억원의 차익을 챙겼다.

서초동 소재 C업체도 충남 당진군에 있는 농지와 보존임야 2910평을 평당 2만-2만3000원에 취득한 후 지난해 8월 토지를 분할, 행정기관 이전 예정지로 허위 광고해 평당 23만원-30만원에 양도함으로써 8억원 정도의 차익을 남겼다. / 머니투데이 최석환 기자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콩나물밥 이렇게 먹으면 정말 맛있습니다 콩나물밥 이렇게 먹으면 정말 맛있습니다
  2. 2 한강 노벨문학상 수상에 '조선일보' 왜 이럴까 한강 노벨문학상 수상에 '조선일보' 왜 이럴까
  3. 3 유인촌의 문체부, 청소년은 건드리지 말았어야 했다 유인촌의 문체부, 청소년은 건드리지 말았어야 했다
  4. 4 사진에 담긴 진실... 이대로 두면 대한민국 끝난다 사진에 담긴 진실... 이대로 두면 대한민국 끝난다
  5. 5 윤 대통령 측근에 이런 사람이... 대한민국의 불행입니다 윤 대통령 측근에 이런 사람이... 대한민국의 불행입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