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덤불 사이로 붉은 빛깔을 내는 줄딸기.추연만
덤불딸기라 불리는 줄딸기는 새콤달콤한 맛이 일품이다. 초여름이면 산골들녘에 종종 볼 수 있어 산딸기라 불리기도 한다. 가시덤불 사이로 보이는 빨간 빛깔에 이끌려 발걸음은 어느새 덤불 앞에 다가선다. 가시가 손끝을 찌르고 새콤한 맛이 미간을 찡그리게 해도 줄딸기 따기에 시간가는 줄 모른다.
딸기 따기는 어른 아이 가리지 않고 재미있는 산골체험이 된다. 잘 익은 딸기 언저리를 손끝으로 당기면 알맹이와 꼭지가 분리돼 딸기 알이 속 빠지는 느낌이다. 이와 더불어 말랑말랑한 딸기가 주는 특이한 촉감도 느낄 수 있어 더욱 좋은 체험이 된다.
그러나 딸기 따기의 하이라이트는 '따자마자 곧바로 먹기'에 있다. 줄딸기는 따는 즉시 먹어야 새콤달콤한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신맛을 좋아하는 이들은 이 맛을 잊지 못해 매년 딸기 철을 손꼽는다고 한다. 필자의 아내도 누구 못지않게 새콤한 맛을 좋아하는 편이다. 지금도 초여름이 다가오면 '줄딸기 줄딸기'를 노래 부르듯 찾을 정도다.
첫 애를 임신해 입덧을 할 때도 오로지 줄딸기만 찾았다. 요즘과 같이 줄딸기가 거의 끝나가고 복분자가 익을 철이면 산모의 입덧을 진정시킬 딸기를 조달하는 일이 만만치 않았다. 가시덤불을 헤쳐 끝물 딸기를 조달하는 데는 산모의 남편보다 시어머니가 더 많은 역할을 했다.
"줄딸기가 있는 곳은 내가 더 잘 알지."
첫 애에 대한 기대가 남다른 까닭일까? 아니면 어머니로서 사랑의 표현인가? 아니면…. 어쨌든 며느리 입덧을 위해 시어머니가 손수 딸기 따기에 나선 것이다. 시어머니는 줄딸기에 비해 맛과 영양가가 더 많은 복분자도 많이 따 오셨다. 그러나 며느리는 여전히 새콤달콤한 줄딸기만 고집했다. 그래도 한 번도 서운한 내색을 나타내지 않으셨다.
올해도 어김없이 산딸기를 따며 며느리와 아들은 13년 전 어머님의 딸기사랑을 떠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