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경사 오보, <조선>, <동아>는 더 책임 있지 않나

등록 2005.06.28 10:23수정 2005.06.28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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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수경사 오보에 대한 미디어 매체의 사과는 반쪽이다. 초기 원인 제공이 누군인가를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일단 방송계는 오보에 대해 인정했다. SBS <모닝와이드>, MBC <생방송 화제집중> <우리시대>, KBS 가 수경사 미화 보도에 대한 사과문을 발표했다.

사실 확인을 제대로 하지 않은 상태에서 일방적으로 미화 보도한 것에 대한 잘못의 인정과 반성이다. 그러나 미화 보도를 한 <동아>, <조선일보>는 사과문을 발표하지 않고 있다. 더구나 이들의 보도는 방송 프로그램 제작의 초기 기초 자료가 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동아일보>는 '버려진 아기 6명 기르는 스님들(2002년 12월 27일자)'라는 제목으로, <조선일보>는 올해 2월 11일자 '티 없는 이 생명이 부처님께서 주신 話頭(화두)'라는 제목으로 보도한 바 있다.

이런 자료에 대해서 방송이 제대로 확인을 하지 않은 책임도 크다. 하지만 처음 기사가 사실 확인을 제대로 했다면 이러한 대대적인 오보 사태는 없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조선>과 <동아>는 사과 등을 통한 재발 방지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는 언론 매체로서 무책임할 뿐만 아니라 오보에 평소 태도와 배치된다.

<조선일보>는 2004년 11월 21일자 인터넷 뉴스판에서 '사실 확인 소홀한 '신강균의 사실은…'이라는 제목으로 오보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이 칼럼은 "MBC '신강균의 뉴스서비스 사실은…'의 최대 약점은 종종 사실에 충실하지 않고, 오보를 낸다는 점이다"라며 "지난 1년간 이 프로그램이 줄기차게 주요 신문들의 보도를 문제삼아온 것을 생각하면 자신에 대한 잣대는 너무 느슨한 것이 아닌지, 방송 1주년을 맞아 되짚어볼 때인 것 같다"라고 비판했다. 이번 수경사 어린이 학대 오보 사태를 보자면 <조선일보>가 느슨해 보인다. 자신들이 오보를 냈을 때는 침묵하는 것인가.

<동아일보>, 2004년 10월 30일자 '횡설수설'에서는 "이 참에 기자라는 직업에 대해 생각해 본다. 언론학에서 기자는 '사실을 발굴하는 전문가(fact-finding specialist)'다"라고 했다.


그리고 "기자가 현장을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주변 취재를 통해 한 걸음 더 나간 보도를 한 것이 훗날 거짓 논란에 휩싸일 때 여기서 중요한 것이 '의도'다"라며 "사실 전달 과정에서 객관성이 유지된다면 설령 '초 친 기사'라고 해도 용서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래서 의도만이 중요하기에, 미담을 소개 시켜주려는 의도가 좋았기 때문에 이번에 잘못이 아니라는 것일까? 또한 객관성의 기준이 무제시하지 않아 모르겠지만, <동아일보>의 수경사 보도는 사실의 발굴이 아니고 왜곡이었으며 전달 과정에서 객관성을 유지하지도 못했다.

<동아일보>는 다른 언론매체에게 '잘못된 보도를 부끄러워한다면 앞으로는 자중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2004년 9월 20일자 사설의 한 대목에서 밝힌 바 있다. 이는 <동아일보> 자신에 대한 칼날이 되었다.


"우리는 물론 정당한 비판의 고마움을 잊지 않고 있다. 이는 기자를 반성하게 만들며, 무엇보다 자신이 쓰는 기사가 숙명적으로 완벽할 수 없다는 겸허함을 가르친다."

최보식 기자가 쓴 2003년 8월 18일자 칼럼의 한 부분이다. 이 말에 따르자면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부터 하는 것이 겸허함의 출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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