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이 알고싶다>, '수경사' 미방송분 속편 방영 검토

등록 2005.06.27 15:47수정 2005.06.27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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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경사 스님들이 우리가 내보낼 방송 내용을 눈치챈 순간이 있었다. 취재에 도움 주신 분들이 걱정되기도 하고, 아이들이 혹시나 엉뚱한 곳으로 가지 않을까 싶어서 관계당국과 협의해 디데이(분리수용) 날짜를 앞당기기로 했다."

서울 은평구 수경사의 아동학대 실태를 방영해 큰 반향을 일으킨 SBS <그것이 알고싶다>의 박상욱 PD는 27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프로그램 제작 뒷 이야기를 담담히 털어놓았다.

<그것이 알고싶다> 제작진이 6월초 수경사에 대한 제보를 처음 받았을 때만 해도 아이들을 단순히 방치하는 것도 학대로 볼 수 있을 지에 대해 내부에서 의견이 엇갈렸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제작진의 현장탐방과 자원봉사자들의 대리 취재를 거치면서 수경사의 아동학대가 단순방치 수준을 넘어선다는 확신을 가지게 됐다고 한다.

<그것이 알고싶다> 방송 내용중 수경사의 아동학대를 인지하고도 줄곧 수수방관했던 관계당국이 갑자기 공권력을 동원해 아이들을 사찰에서 데리고 나오는 장면에 대해 의구심을 표하는 시청자들이 적지 않았다. 그 동안 여론의 눈치만 살피던 공무원들이 방송이 나간 후 비판여론에 시달릴 것을 우려한 나머지 부랴부랴 분리수용을 결행한 게 아니냐는 문제제기였다.

민감한 상황에 대한 박 PD의 답은 "그렇지 않다"였다. 그는 "방송에 나왔듯이 관계기관들이 그게 아동학대라고 할 수 있냐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고, 분리과정에서의 불상사를 굉장히 걱정했던 것도 사실"이라면서도 "우리가 취재할 때 관계기관에서도 마침 이 문제를 어떻게 처리할 지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제작진 앞에서는 아이들의 입양 가능성을 극구 부인하던 무인 스님이 신원 미상의 인물에게 금전적 대가를 요구하며 입양을 알선하려는 장면은 한 자원봉사자가 큰 역할을 했다. 수많은 자원봉사자들이 수경사를 드나드는 동안 무인 스님과 안면을 익힌 사람들이 꽤 생겼는데, 그 중 한 명이 이 부분을 촬영하는 데 결정적인 도움을 준 것이다.

자사의 <모닝와이드>가 수경사 얘기를 미담으로 소개한 것도 <그것이 알고싶다> 제작진에게 부담으로 작용했다. "몸이 아픈 아이가 있어 입원시키자고 했더니 (스님이) '언론을 많이 탔기 때문에 수경사에 타격이 있을 것'이라고 하더라"는 한 자원봉사자의 증언은 무책임한 미화보도에 대한 언론의 무거운 책임을 생각하게 하는 대목이다.


박 PD는 "<모닝와이드>측과 사전에 접촉해서 자료 협조를 받았고, <모닝 와이드>가 28일 사과방송을 내보내기로 했다"며 "이번 사건을 미디어비평 차원에서 다루려고 했던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박 PD는 "(수경사 스님들의) 혐의를 잡기 전에는 우리도 혼란스러워 했던 게 사실이지만, 네티즌들의 반응을 보니 우리의 판단이 옳았던 것 같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좋은 곳으로 가게 됐다는 게 너무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박 PD는 "미방송분과 뒷 이야기를 묶어 속편을 내보내는 문제를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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