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 스님 행각에 네티즌 '충격'

'버림받은 아이들의 보금자리' 명성 사찰의 두 얼굴... 은평구 '수경寺'

등록 2005.06.26 19:16수정 2005.06.27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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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25일 SBS <그것이 알고싶다>에 방영된 서울 수경사 스님들의 아동학대 실태. 한 여스님으로부터 '반신욕'을 받은 아이들의 등은 벌겋게 달아올랐지만, 이 스님은 "(자원봉사자들이) 내가 아이를 목욕시키는 게 아니라 튀긴다고 하더라"고 스스럼없이 농담을 던졌다.

25일 SBS <그것이 알고싶다>에 방영된 서울 수경사 스님들의 아동학대 실태. 한 여스님으로부터 '반신욕'을 받은 아이들의 등은 벌겋게 달아올랐지만, 이 스님은 "(자원봉사자들이) 내가 아이를 목욕시키는 게 아니라 튀긴다고 하더라"고 스스럼없이 농담을 던졌다. ⓒ SBS

'버림받은 아이들의 보금자리'로 알려진 서울의 한 사찰에서 최근까지 아동학대가 이뤄지고 있었음이 뒤늦게 밝혀져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이 사찰의 아동학대를 오래 전에 인지하고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던 관계당국은 지난 15일에야 아이들을 사찰로부터 분리 수용했다.

SBS <그것이 알고싶다>는 25일 방영된 '선행 속에 감춰진 비밀-수경사의 두 얼굴' 편에서 서울 은평구의 수경사에 머물고 있는 무연고 아동 13명이 열악한 환경 속에서 방치되어 있는 실상을 보여줬다.

방송에 소개된, 수경사 무인 스님의 육아법은 일반인의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것들 투성이었다.

무인 스님이 뜨거운 물로 '반신욕'을 시키자 고통을 못이긴 아이들이 울음을 터뜨리기도 했는데, 스님은 취재진에게 물을 만져보라며 "이 온도로 안되면 어떻게 해"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그것이 알고싶다> 취재진은 "물의 온도는 어림잡아도 50도 이상"이라며 벌겋게 달아오른 아이들의 등을 보여준 뒤 "(아이들의) 건강을 위한다는 명목아래 실제로는 학대가 이뤄지고 있었다"고 꼬집었다.

자원봉사자들은 "심한 화상으로 물집이 잡혀 고생하는 4살배기 어린이도 있었다"고 증언했는데, 무인 스님은 이 일을 자원봉사자의 실수로 돌린 뒤 해당 아동을 지하방에 손발을 묶은 채로 가두었다고 한다.


자원봉사자들이 몰래 촬영한 동영상에는 아이들이 기저귀 발진으로 고생하고 있는데도 스님이 "오줌 기저귀는 열 번 싸도 괜찮아. 똥 기저귀만 딱 갈아주면 돼"라고 말하는 모습도 나왔다. 스님은 "아이가 탈장, 황달, 폐렴에 걸려도 병원에 안 데려갔다. 병원비가 무서워서가 아니라 애들에게 무슨 약을 먹이고 무슨 주사를 맞게 하냐"고 자원봉사자들을 다그치기도 했다.

무인 스님은 아이들을 불러모아놓고 밥과 국을 한데 버무린 식사를 숟가락 한 개로 일일이 떠 먹였는데, 스님은 "따로 줄 수 없고 나 혼자니까..."라고 말했다.


스님은 또한 낮 시간에 한창 뛰놀 아이들을 방에서 억지로 잠을 청하게 한 뒤 다음날 아침까지 방문을 이중삼중으로 걸어 잠궜다. 스님은 큰 아이들이 방에 들어가려고 해서 방을 잠궜다고 해명했다.

TV카메라 앞에서 선 무인 스님은 유모차 속의 아이가 있는 화장실을 가리켜 '화장실 겸 우리 막둥이 피난처'라며 "여기가 제일 시원하고 얘한테 제일 좋은 곳"이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이 아이는 하루에도 몇 시간씩 두터운 이불에 덮여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자원봉사자들의 증언은 더욱 충격적이다.

"(스님이) 아이들을 사람으로 취급하지 않았다. 아이들이 조금만 울면 스님이 감금시키는 경우도 있었고, 사람이 아니라 짐승이라고 하더라."

"왜 아이들을 왜 저렇게 재우냐고 하니 당신은 아이들 냄새 맡는 것도 지겹고 너무너무 싫대요. 아이가 다가오면 아이 귀를 확 잡아서 머리가 땅에 닿도록 휙 던져요. 자기한테 온다고... 이렇게 하면 애가 머리를 꽝 하잖아요."


"절 앞에 버려진 아이들을 거두었다"는 스님의 설명도 앞뒤가 맞지 않았다. 아이를 입양하길 원하는 사람이 찾아오자 이 스님은 모 산부인과에서 발급한 신생아 출생증명서를 제시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는 "말 같은 소리를 해라. 누가 아이들을 왜 기르냐고 하자 '내가 얘를 얼마 주고 사왔는데...'라고 말한 것이 와전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방송에서는 스님이 "(아이를 데려가는 대가로) 땅을 사주든지 주차장 공사대금을 내라"고 요구하는 장면이 나왔고, 실제로 수경사에 목욕탕을 지어주고 아이를 입양한 사례를 증언한 사람도 있었다.

a 수경사 여스님이 아이들의 기저귀를 제때 갈아주지 않는 바람에 기저귀가 거의 넘치는 상태로 다니는 아이들이 적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자원봉사자들이 기저귀를 갈아주려고 하면 스님은 "오줌 기저귀는 열 번 싸도 괜찮다"고 말하곤 했다.

수경사 여스님이 아이들의 기저귀를 제때 갈아주지 않는 바람에 기저귀가 거의 넘치는 상태로 다니는 아이들이 적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자원봉사자들이 기저귀를 갈아주려고 하면 스님은 "오줌 기저귀는 열 번 싸도 괜찮다"고 말하곤 했다. ⓒ SBS

수경사의 어린이들이 이처럼 스님의 학대에 시달리는 데에는 관찰 지자체와 정부당국도 상당한 책임을 면할 수 없다.

한 자원봉사자들는 "아동학대예방센터에 글을 세 번인가 남겼는데, 시정명령 나오고 경찰이 왔다갔다. 그런 걸 할 필요가 없는 게 그럴 때마다 애들만 시달렸다"고 전했다.

2003년부터 수경사의 아동학대를 인지하고 있었던 서울 동부아동학대예방센터 관계자는 "센터의 개입만으로는 아동을 분리해내는 데 한계가 있었다. 관할구청에 협조공문도 발송했었다"고 말했다.

<그것이 알고싶다>는 "은평구청은 미인가시설에서 아동학대가 이뤄지고 있었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강제로 법 집행을 했을 때의 불상사가 두려워 섣불리 접근할 수 없었다고 했다"고 전했다. 경찰도 "종교단체라서 함부로 할 수 없었다"고 변명했다.

은평구청은 아동들을 위해 매달 360만원의 기초생활수급지원금을 수경사에 보내줬는데, 자원봉사자들은 "절에서 아이들에게 해준 것은 거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자원봉사자들은 "여스님이 자신을 수십 억원의 재산가로 전국 곳곳에 땅을 가지고 있다고 소개했다"고 말했는데, 스님은 이같은 의혹 제기를 극구 부인했다.

무인 스님이 수경사에 오게 된 내력도 의문이다. 이 스님은 52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사미니(비구니의 전단계로 일종의 예비승려)인 것으로 밝혀졌는데, 스님 자신은 "13살 때 출가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조계종의 관계자는 "그분은 아직 정식적인 스님으로서의 자격을 갖추지 못했다"고 말했다.

수경사의 아동학대를 보다못한 아동학대센터 직원들과 경찰은 지난 15일 수경사에 진입해 아동들을 사찰에서 분리해냈다. 아동들은 현재 서울시립아동복지센터에서 보살핌을 받고 있다.

경찰은 현재 수경사 주지스님과 여스님의 아동학대 혐의를 수사하는 중인데, 네티즌들은 25일 SBS 방송이 나간 후 시청자 게시판에 무려 수천 건의 글을 올려 이번 사건에 대한 분노를 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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