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원
어떤 꼬마 녀석은 어디서 주웠는지 긴 막대기 들고 와서 살구를 따려고 합니다. 하지만 녀석이 휘두르는 막대기는 살구나무 가지에 스치지도 않습니다. 몇 번을 휘두르던 녀석은 제 마음대로 안 되어 화가 났는지 막대기를 허공에 던져봅니다. 그래도 살구를 따지는 못했습니다. 그러다 지친 녀석은 아무 소득도 없이 그냥 사라집니다.
한 남자 어른이 왔습니다. 땅바닥에 흩어진 살구는 주울 생각도 않고 살구나무 밑동을 걷어찹니다. 그 서슬에 놀라 살구가 우수수 떨어집니다. 먼저 떨어져 검게 변한 살구는 내버려두고 금방 떨어진 때깔 좋은 녀석만 골라 줍습니다.
그 뒤로도 걷어차고 줍고를 몇 번이나 되풀이했습니다. 그 모습을 사진에 담으려다 실패했습니다. 카메라를 잔뜩 경계하는 아저씨는 기분이 상해서 한참을 노려보다 사라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