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0년 역사 지닌 국보 허물고, 그 다음은?

국보 11호 미륵사지석탑 복원 계획 없이 해체 작업만 열중 지적

등록 2005.07.01 18:06수정 2005.07.03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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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1992년 완형복원된 동원9층석탑(동탑)

1992년 완형복원된 동원9층석탑(동탑) ⓒ cpn문화재방송국

전북 익산 금마면에 위치한 미륵사지석탑은 백제 무왕(600-641) 때 만들어진 것으로 현존하는 한국 석탑 중 가장 오래된 최대규모의 건축물이다. 본래 9층이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이 석탑은 17세기 이전에 이미 붕괴가 시작되었으며, 1915년 일본이 무너진 석탑 일부를 콘크리트로 보강해 흉물스러운 모습으로 남아있었다.

이것을 1997년부터 1년 동안 한국건설안전기술원이 안전진단을 실시해 1999년 4월 문화재위원회에서 전면 해체정비를 결정, 2001년 10월에 국립문화재연구소가 전라북도와 대행사업 협약을 맺고 해체 정비 사업을 시작했다. 현재는 상단부 해체작업이 완료된 상태이다.


a 1915년 일본이 콘크리트로 일부 보강한 미륵사지석탑 모습

1915년 일본이 콘크리트로 일부 보강한 미륵사지석탑 모습 ⓒ cpn문화재방송국

그런데 1992년 미륵사지석탑 동편에서 발견되어 복원된 바 있는 같은 규모의 동탑과 비교, 국보 제11호인 이번 서탑 복원 과정이 동탑의 전철을 밟으면 안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성균관대학교 건축학과 이상해 교수는 '미륵사지 석탑 해체와 복원의 의미'라는 그의 논문을 통해 "터만 남아있던 것을 1992년에 완형 복원한 동탑의 경우 문화재 본래의 특성을 완전히 상실했다"고 지적했다.

문화유산연대 강찬석 위원장도 "서탑 복원은 절대 동탑과 같은 전철을 밟아서는 안 된다"며 "미륵사지석탑의 경우 압축력과 인장력이 강한 나무와는 달리 인장력이 약한 석재를 이용했지만 형태는 목(木)구조를 취했기 때문에 태생적으로 구조적인 문제를 가지고 있다. 그러므로 해체작업에 앞서 전반적인 건축물에 대한 세밀한 연구가 있어야했다"고 전했다.

a 미륵사지 해체작업이 이뤄지고 있는 전북 익산 정비사업현장. 현재 상단부 해체작업이 완료된 상태이다.

미륵사지 해체작업이 이뤄지고 있는 전북 익산 정비사업현장. 현재 상단부 해체작업이 완료된 상태이다. ⓒ cpn문화재방송국

1998년부터 2007년까지 10개년 사업으로 시작된 이번 복원사업은 예산 80억이 투입될 예정이나 현장 정비사업소의 문화재연구소의 김덕문 연구관은 "해체 작업 이후의 복원계획은 현재로선 구체적으로 나와 있는 것이 없다. 건축물에 대한 조사는 '97년에 실시한 안전진단을 통해 건축물 자체의 안전여부 외엔 확인된 것이 없다"고 전했다. 복원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10여 명의 직원 중 문화재전문가라고 할 수 있는 문화재연구소 직원은 김덕문씨 단 한 명뿐이다.

현재 해체중인 석탑을 덮고 있는 가설 덧집도 문제가 되고 있다. 현장에서 만난 사업소 직원에 따르면 가설 덧집은 전북도청이 지어놓은 것으로 복원완료 후 해체시 상당한 위험이 따를 것으로 우려된다. 실제 석탑 하단부와 덧집 내벽은 양팔을 뻗으면 닿을 정도로 가까운 상태다.

a 해체작업이 이뤄지고 있는 가설덧집 외부 모습. 사업 초기 전북도청이 지은 것으로 현장에 걸맞지 않은 시설물이란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해체작업이 이뤄지고 있는 가설덧집 외부 모습. 사업 초기 전북도청이 지은 것으로 현장에 걸맞지 않은 시설물이란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 cpn문화재방송국

이런 상황에서 '국제기념물 및 유적협의회'인 ICOMOS의 철학적 윤리적 지침이 되고 있는 '베니스 헌장' 제9항은 많은 시사점을 준다.


"보수의 과정은 매우 전문화된 작업이다. 그 목적은 문화재(monument)의 미학적, 역사적 가치를 보존하고 재평가하는 데 있으며 그것은 원래의 자료에 의한 검증된 기록에 의하여야 함을 기본으로 한다. 그것은 추측이 시작되는 시점에서 중지되어야 하며…. 어떠한 경우라도 보수는 문화재의 고고학적, 역사적 연구에 따라 진행되어야 한다."

덧붙이는 글 | 이명주 기자는 CPN문화재방송국 기자이며, 이 글은 IMBC에도 동시에 게재됩니다.

덧붙이는 글 이명주 기자는 CPN문화재방송국 기자이며, 이 글은 IMBC에도 동시에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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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보니 삶은 정말 여행과 같네요. 신비롭고 멋진 고양이 친구와 세 계절에 걸쳐 여행을 하고 지금은 다시 일상에서 여정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바닷가 작은 집을 얻어 게스트하우스를 열고 이따금씩 찾아오는 멋진 '영감'과 여행자들을 반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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