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공해 청정지역 몽골에서 진행된 ‘백야 마라톤’

[여기는 울란바토르 1] 제3회 한몽국제우정마라톤 현장

등록 2005.07.03 18:43수정 2005.07.05 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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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3년부터 민간교류차원으로 진행되고 있는 ‘한몽국제우정마라톤대회’. 지난 6월 25일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에서 3회 대회를 개최했다. 몽골 10대 국가행사로 자리 잡고 있는 마라톤 행사의 이모저모를 3차례에 나누어서 보도한다. / 필자주

6월 25일, 몽골 울란바토르 근교 테를지 국립공원, 마라톤 출발선. 오른쪽에 북한측 깃발, 인공기도 날리고 있다.
6월 25일, 몽골 울란바토르 근교 테를지 국립공원, 마라톤 출발선. 오른쪽에 북한측 깃발, 인공기도 날리고 있다.허미옥

개회식에 참석한 선수들
개회식에 참석한 선수들허미옥

지난 25일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 근교 테를지 국립공원에서는 제3회 한몽국제우정마라톤대회(이하 마라톤)가 열렸다. 2003년부터 민간교류차원으로 시작된 마라톤대회는 이제는 몽골을 대표하는 10대 국가행사로 자리를 잡고 있다.

이번 마라톤 대회는 지난 1, 2회 대회와 몇 가지 점에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지난 2년 동안 마라톤대회는 한몽문화교류진흥원(원장 : 박상훈, 이하 한몽교류원)이 독자적으로 어렵게 준비해왔었다. 하지만 올해는 CBS방송(사장 이정식)과 공동 주최했고, 문화공연단이 함께 참가 몽골의 백야의 밤을 노래와 춤 등으로 수놓았다.

북한대사관, 참가의사 표명 했지만 아쉽게 불참

한국측 관계자 100여명과 몽골측 시민과 선수 500여명, 몽골거주 외국인 다수가 참석한 이번 대회에서 가장 아쉬웠던 점은 북한 선수들과 함께 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행사장에 나부끼는 인공기를 보면서 한국측 참석자들은 ‘남북이 함께 마라톤을 할 수도 있다’는 기대에 부풀었다.

이와 관련 한몽교류원 관계자는 “몽골측 조직위원회 측에 의뢰해본 결과, ‘북한 대사관에서 참석 의사를 밝혀 행사장에 인공기를 걸었지만, 당일 마라톤 장소에는 나타나지 않았다’고 최종 확인 했다”고 밝혔다.

한편 몽골측 조직위원회에서는 한국 선수들을 위해 특별한 선물을 준비했다. 만일 한국 선수가 마라톤 풀코스에서 1위로 골인하게 되면 받는 부상은 말 한 필. 이를 한국 돈으로 환산하면 10여만원선에 해당한다. 몽골 일반가구 월 평균 수입이 3만원 정도임을 감안한다면, 말 한필의 가치는 꽤나 높다고 할 수 있다.


몽골대통령 취임식과 여름방학으로 인해, 참석자 다소 축소

계명대 육상부 선수들
계명대 육상부 선수들허미옥
3회째 대회는 1, 2회 대회보다는 참석률이 저조했다는 것이 조직위원회 측의 판단이다.
“24일이 몽골대통령 취임식이었다. 많은 해외 축하 사절단들이 몽골을 방문했기 때문에 비행기표를 구하기 어려웠다”며 “마라톤대회에 늦게 신청한 30여명의 시민들은 내년을 기약해야 했다”고 밝혔다.


또한 “몽골의 대학생이 예년에 비해 참석이 저조했다”는 조직위 관계자는 “학기 중에는 학교를 통해 행사를 홍보하면 되지만, 방학이 되면 학생들이 자신들의 고향인 시골로 돌아가 버리기 때문에 제대로 홍보할 수가 없다”며 아쉬워했다.

드넓은 초원에 곳곳에 산재한 천막형 주택(겔)으로 흩어져버리면 연락자체가 어렵다는 점이다.

한편 이번 대회에서 여자 5km 1위와, 남자 10km 1,2,3위는 모두 한국측 선수들이 휩쓸었다. 전지훈련을 위해 몽골에서 한 달간 머무를 계획인 계명대 육상부 선수들은 현지 적응훈련을 위해 10km코스에 도전했고, 금, 은, 동메달 모두를 얻게 된 것이다.

몽골판 ‘말아톤’ - 뇌성마비 16세 소년 ‘MVP'

뇌성마비의 장애를 딛고 20km를 완주한 몽골 측 참가자 (16세)
뇌성마비의 장애를 딛고 20km를 완주한 몽골 측 참가자 (16세)허미옥
이번 3회 마라톤대회에서 가장 돋보인 주인공은 뇌성마비를 앓고 있는 16세 소년이었다. 현재 중학교 3학년이고, 내년이면 고등학교에 입학하는 이 소년은 20km를 완주하면서 골인지점에 들어올 때, 많은 진행요원과 가족들로부터 박수를 받았다.

통역을 통해 소년의 어머니로부터 들은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어릴 때 정상으로 태어나지 않아, 방 안에만 있었다. 학교도 다닐 수 없었다. 어느 날 조금씩 뛰어보자고 제안했고, 아들은 조금씩 움직이려는 노력을 보였다. 아들은 ‘엄마 뛰고 있으면 아프지 않아요’라고 해서, 계속 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마라톤 참가는 이번이 2번째이다.”


한편 뇌성마비 소년이 마라톤을 한다는 것은 별로 알려지지 않았다. 이는 한국측 진행요원에 의해 발견되었다. 한몽교류원 박상원 원장은 “물 보급 사정이 좋지 않아, 차를 이용 반환점까지 가고 있었다. 그런데 절뚝거리며 뛰던 한 선수가 반환점에서 쓰러지는 것이었다”고 한다.

그때까지는 이 선수가 어떤 병을 앓고 있는지 몰랐다고 하면서 “다리에 쥐가 난 것 같아 주물러 주고, 앰뷸런스를 타라고 했지만 소년은 더듬더듬 거리며 계속 뛰겠다고 했다”고 한다.

결국 박 원장은 몽골측 관계자에게 소년의 상황을 물어봤고, 그때서야 뇌성마비를 앓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고 한다.

결국 소년은 제3회 마라톤대해 MVP상을 받게 된 것이다.

몽골 밤을 수놓은 한몽 문화교류 한마당
‘다랑’시 고아원을 위한 즉석 모금도 이루어져

▲ 위: 공연 마지막 한국과 몽골측 참가자들이 '아리랑'으로 어우러졌다. 아래 : '다랑'시 고아원에서 준비한 축하 공연

제3회 한몽국제우정마라톤대회의 성공을 기원하는 축하공연이 26일 저녁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 시내 문화궁전에서 개최되었다. 몽골 시민, 한국측 참가단, 몽골 한국 대사관 관계자 등 1000여명이 참석한 이날 행사에서 음악을 통해 서로 어우러질 수 있었고, 공연 마지막은 참석자전체가 손을 맞잡고 아리랑을 불렀다.

한국측에서는 CBS 이깐단띠 중창단의 다양한 공연, 쌍검부, 가야금 병창, 트롯트 공연과 몽골측에서는 가수의 노래, 전통악기 연주 등이 함께 어우러졌다.

한편 이날 공연에는 ‘다랑’시 고아원 어린이들도 함께 했다. 기간 한몽교류원 등에서 지속적으로 후원해온 ‘다랑’시 고아원에서는 이번 행사 성공을 기원하며 스스로 공연을 준비했다고 한다.

공연 중에 ‘다랑’시 고아원을 돕기 위한 즉석 모금도 이뤄졌다. 모금함이 객석을 순회하면서 모인 총 금액은 57만원(한국돈으로 환산)이었다. 모금함 속에는 몽골돈 1만원도 5장이나 포함되어 있었다. (몽골 일반가정의 월 평균 수입이 3만원인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금액이 모인 셈이다.)

이날 공연장에서는 25일 진행된 마라톤에서 만났던 한국과 몽골측 참가자들의 감격적 만남도 있었다.

김경옥씨(강릉에서 참가)는 20km를 뛰었는데, 풀코스를 뛴 몽골 선수와 동시에 결승점에 도달했다고 한다. “너무 감격적인 순간이어서 얼싸안고 좋아했었다, 그런데 여기에 와서 다시 만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몽골 군대에서 근무하고 있다는 이 선수는 “문화궁전 공연에 한국선수들이 다시 온다고 해서 이 곳을 찾았다”며 “내년에 4회째 마라톤대회에서는 꼭 집으로 모시고 싶다”고 밝혔다.
/ 허미옥 기자

덧붙이는 글 | 허미옥님은 참언론대구시민연대 사무국장입니다.
자세한 문의 : 053-423-4315/http://www.chammal.org

덧붙이는 글 허미옥님은 참언론대구시민연대 사무국장입니다.
자세한 문의 : 053-423-4315/http://www.chammal.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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