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방의 주인장은 누구일까?

그들만의 아지트(1) 대형마트 책방

등록 2005.07.04 17:42수정 2005.07.05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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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강임
바야흐로 여름이 초입에 들어가자, 연일 찜통더위가 기승을 부린다. 더욱이 7월부터 시작되는 주 5일 근무는 사람들의 닫힌 마음을 세상바깥으로 끌어낸다.


집안에 있자니 찜통더위이고, 밖에 나가자니 경제적인 사정이 뒤따르는 요즈음, 어디 알뜰한 피서지는 없을까? 7월 3일 제주시내 대형마트, 대형마트 입구에는 수레를 끈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한다. 바깥에서 이미 더위에 묻혀 있던 사람들도 백화점이나 대형마트는 별천지다. 이만큼 시원한 동네가 또 어디 있을까?

이곳에서 제일 인기가 많은 곳은 서점코너다. 이 서점코너에는 초등학교 학생들을 비롯하여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들까지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곳이다. 벌써 책방에는 독서삼매경의 열기가 후끈하다.

김강임
책을 좋아 하는 사람들의 피서지, 그들의 아지트를 살짝 훔쳐보았다.

아이들이 모인 세상은 왁자지껄할 것 같은데 이곳은 쥐죽은 듯 고요하다. 만화책을 읽는 친구, 동화책을 읽는 친구, 땅바닥에 주저앉아 독서삼매경에 빠져 있는 아이들의 표정은 사뭇 진지하다.

엄마와 함께 시장을 보러 온 친구 지혜( 한라초등학교 3년)는 이곳이 바로 공부방이다. 자신의 공부방은 지금 찜통더위인데 이것은 에어컨이 팡팡 돌아가고 있으니 얼마나 알싸한가? 엄마가 시장을 볼 동안 지혜는 대형마트의 서점에서 독서삼매경에 빠졌다.


김강임
특히 이 책방에서는 책을 마음대로 고를 수 있는 재미도 고소하지만, 평소 자신이 보고 싶었던 책을 꺼내서 볼 수 있는 특혜도 주어진다. 평소에는 1시간 정도를 읽어야 다 읽을 수 있는 동화책도 웬일인지 이곳에서는 40분 정도면 다 읽을 수 있으니 이보다 훌륭한 아지트가 어디 있으랴!

아이들에겐 주인장이 누구인지, 서점의 안내자는 누구인지도 고려치 않는다. 그 누구도 책을 읽는 아이들에게 눈살을 찌푸리거나 못 마땅해 하지 않는다. 더욱이 바깥기온은 30도를 오르내리는 찜통더위인데도 이곳 대형마트의 서점의 온도는 18도, 딱 책을 읽기에 알맞은 온도다.


개구쟁이 친구들도 이 책방에만 오면 조용하다. 옆에 친구들이 이미 독서삼매경에 빠져 있으니 잘못하여 기침소리라도 내면 행여 친구들에게 방해가 될까봐 조심, 조심이다. 여름이 아무리 덮다 하지만 자신이 좋아 하는 일을 즐기는 것 또한 더위를 물리치기 위한 피서방법이다.

개구쟁이들의 아지트, 이보다 더 좋은 피서지가 또 어디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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