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정, 대부분 국가서 아주 자연스러운 일"

노 대통령, 논의 공식제안... "공작·밀실야합 떠올리는 건 비정상"

등록 2005.07.05 14:24수정 2005.07.12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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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가운데)과 이해찬 총리(왼쪽), 김우식 비서실장이 5일 오전 청와대 국무회의를 주재하기위해 대화를 나누며 회의실에 입장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가운데)과 이해찬 총리(왼쪽), 김우식 비서실장이 5일 오전 청와대 국무회의를 주재하기위해 대화를 나누며 회의실에 입장하고 있다.연합뉴스 김동진

[기사 보강 : 5일 오후 2시 50분]

노무현 대통령이 5일 오후 청와대 홈페이지에 기고한 '한국정치, 정상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글을 통해 '연정'(聯政)을 포함한 권력구조 개편에 대한 생산적인 논의를 공식 제안했다.

노 대통령은 이 글에서 "연정은 대부분의 국가에서 이뤄지는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라며 최근 논란이 된 '연정'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노 대통령은 "그런데 우리나라는 연정 이야기를 꺼내면 '공작' '밀실야합' 이나 '인위적 정계개편'이라고 비난부터 하니 말을 꺼내기도 어렵다"면서 "(이것은) 비정상이다"고 지적했다.

노 대통령은 아울러 "당내에서 지도자들 간에 원론적인 논의를 한 것을 가지고 무슨 범죄의 동업을 제안받기라도 한 것처럼 비난하지 말고 문제의 본질을 진지하게 생각해보자"면서 "여러 가지 가능성을 놓고 지금부터라도 건설적인 논의가 시작되기를 바란다"고 제안했다.

노 대통령은 우선 "88년 13대 총선이래 선거만 하면 여소야대 국회가 된다"면서 "세계 여러 나라를 보아도 이런 예는 찾아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와 같은 현실과 국민의 견제심리를 노 대통령은 "법 위에 군림하던 대통령 시대는 이미 지나갔는데도 대통령 권력에 대한 견제심리는 그대로 남아있는 결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이유야 어떻든, 문제는 여소야대 구도로는 국정이 원활히 돌아가지 않는다는 데 있다"면서 "생산적인 정치를 위해서는 무언가 대안이 나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 대통령은 그 대안의 하나로 '연정'을 제시했다.

노 대통령은 "결코 비방만 하고 끝낼 그런 문제가 아니다"고 전제하고 "정계뿐만 아니라 학계, 언론계에서도 이 문제를 진지하게 논의해 보아야 한다"면서 "그래야 우리 정치가 정상화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이 문제에 관하여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한 어느 학자의 글도 읽은 적이 있다"면서 "여러 가지 가능성을 놓고 지금부터라도 건설적인 논의가 시작되기를 바란다"고 공식 제안했다.

노 대통령은 "이 문제에 관하여 여러 가지 대안을 가지고 있다"고도 말했다. 노 대통령은 "그러나 사회적 논의가 충분히 이루어지기 전에는 어떤 대안을 말하더라도 사회적으로 수용은 되지 않고 여러 억측과 비난만을 불러일으킬 우려가 있으므로 천천히 상황을 보아서 소견을 말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말해 정치권에서 논의가 되는 과정을 지켜보며 더 구체적인 생각을 밝힐 것임을 시사했다.


김만수 대변인은 노 대통령이 청와대 홈페이지에 직접 글을 올린 취지와 관련 "주요한 우리 사회 현안에 대해 국민에게 투명하게 충분히 설명하기 위한 것"이라며 "앞으로도 대통령의 생각을 정제된 글로 피력할 것"이라고 말해 앞으로도 편지·글을 통한 노 대통령의 대국민 직접 호소가 계속될 것임을 예고했다.

한국정치, 정상으로 돌아가야 한다
노 대통령 청와대 홈페이지 기고글 전문

88년 13대 총선이래 선거만 하면 여소야대 국회가 됩니다. 세계 여러 나라를 보아도 이런 예는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법 위에 군림하던 대통령 시대는 이미 지나갔는데도 대통령 권력에 대한 견제심리는 그대로 남아있는 결과로 보입니다.

이유야 어떻든, 문제는 여소야대 구도로는 국정이 원활히 돌아가지 않는다는 데 있습니다. 국회와 정부, 여당과 야당이 부닥치는 일이 많다 보니 생산적일 수가 없습니다. 생산적인 정치를 위해서는 무언가 대안이 나와야 합니다.

대부분의 나라들은 이런 경우 연정을 합니다. 연정을 하니까 여소야대라는 문제는 생기지 않는 것입니다. 연정은 대부분의 국가에서 이뤄지는 아주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연정 이야기를 꺼내면 ‘야합’ 이나 ‘인위적 정계개편’이라고 비난부터 하니 말을 꺼내기도 어렵습니다. 매수하고 협박하고 밀실 야합하는 공작의 시대는 이미 지나갔는데도 우리들의 생각은 옛날 그 시절에 머물러 있는 것입니다. 비정상입니다.

거의 모든 나라에서 정부 수반은 여당의 지도자로서 제도적인 권한을 가지고 당을 이끌어 갑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정부 수반은 당권을 가질 수 없도록 했습니다. 역대 대통령들의 당에 대한 막강한 권한 때문에 질식해버린 당내 민주주의를 살리기 위하여 당정분리를 제도화한 것입니다. 대통령이 여당에 대해 지도력을 행사할 수 있는 아무런 지렛대도 없으니 어느 나라보다 힘없는 정부 수반입니다. 그 나름의 연유가 있기는 하지만 힘이 드는 것이 사실입니다.

야당의원들과 개별적으로 접촉하면 ‘공작’이 되고 야당에게 협력을 제안하면 ‘밀실 야합’이 되는 것이 우리 정치의 풍토입니다. 여당에게조차 단합된 지원을 얻기 위해선 선처를 구하는 길 이외에는 별다른 수단이 없습니다. 이런 대통령에게 야대 국회는 각료 해임건의안을 들이댑니다. 각료들이 흔들리고 결국 대통령의 영이 서지 않게 됩니다. 역대 정권에서 정부 관료들의 반대와 무성의로 개혁이 좌절된 적이 한 두번이 아닙니다. 대통령이 흔들리니 개혁은 지지부진할 수밖에 없습니다.

대통령에겐 국회 해산권이 없습니다. 정부가 일방적으로 몰리니 국정이 제대로 되기 어렵습니다. 미국의 여소야대를 말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미국과 우리의 대통령제는 제도와 문화가 전혀 다릅니다. 우리나라 국회의원에게는 당적통제가 아주 강하고 자유투표가 거의 불가능하여 미국처럼 대통령이 개별 의원을 설득하거나 협상할 여지가 없습니다. 우리는 대통령이 야당의원을 만나는 것도 자유롭지 못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에게 법도 고치고 정부를 통솔하여 경제도 살리고 부동산도 잡고 교육과 노사문제도 해결하라고 합니다. 이 모두가 정상적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비정상적인 정치를 바로 잡아야 국정이 제대로 될 수 있습니다.

저는 이 문제에 관하여 여러 가지 대안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사회적 논의가 충분히 이루어지기 전에는 어떤 대안을 말하더라도 사회적으로 수용은 되지 않고 여러 억측과 비난만을 불러일으킬 우려가 있으므로 천천히 상황을 보아서 소견을 말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당내에서 지도자들 간에 원론적인 논의를 한 것을 가지고 무슨 범죄의 동업을 제안받기라도 한 것처럼 비난하지 말고 문제의 본질을 진지하게 생각해 봅시다. 결코 선명성 경쟁이나 하듯이 비방만 하고 끝낼 그런 문제가 아닙니다. 정계뿐만 아니라 학계, 언론계에서도 이 문제를 진지하게 논의해 보아야 합니다. 그래야 우리 정치가 정상화 될 수 있습니다. 이 문제에 관하여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한 어느 학자의 글도 읽은 적이 있습니다. 여러 가지 가능성을 놓고 지금부터라도 건설적인 논의가 시작되기를 바랍니다.

2005년 7월 5일
대통령 노 무 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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