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생제 중독된 위험한 먹거리 먹지 마세요

[책읽기가 즐겁다 135] <항생제 중독>과 <먹지 마, 위험해!>

등록 2005.07.13 13:55수정 2005.07.13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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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부터 옥수수를 따서 쪄 먹고 있습니다. 조금 앞서도 일하다가 잠깐 숨 좀 돌리려고 앞마당에 나와서 해바라기를 하다가 옥수수를 만져 본 뒤 단단하게 익은 녀석을 골라 여섯 송이를 땄습니다. 옥수수를 따서 속을 싼 겉껍질을 벗기는데, 잘 여문 알이 톡톡 떨어지기도 합니다. 그래, 이렇게 떨어지는 알이 아까워서 주워서 낼름 입에 넣었지요. 그때 톡 하고 알이 터지면서 달근한 맛이 입안에 가득 퍼집니다. '아, 잘 여문 옥수수는 날로 먹어도 맛있구나.'

앞마당에 심은 옥수수는 남달리 손써 준 것도 없지만 무럭무럭 자라나서 참으로 고맙게 익어 주었고, 맛난 열매까지 선사합니다. 농약이든 비료든 아무것도 치지 않았어도 그냥 저대로 자라서 열매를 맺었습니다. 생각해 보면, 이 땅에서 살아가는 모든 곡식과 푸나무와 짐승도 저희대로 자라고 크겠지요. 땅심을 받고 햇볕을 받고 바람을 받고 빗물을 받으면서 말입니다.


a 겉그림

겉그림 ⓒ 해바라기

..돼지는 원래 청결한 곳을 좋아하고 신경이 예민한 동물이다. 이런 동물을 콘크리트로 만든 좁은 축사에서 배합 사료를 먹여 사육하기 때문에 위궤양에 걸릴 확률이 증가하게 된다. 또한 어떤 돼지는 스트레스로 인해 병에 걸리기도 한다. 생산자들은 스트레스를 잘 받지 않는 돼지를 선택하여 그 수를 늘이려고 애쓰지만 이 또한 쉽지 않다. 이밖에도 돼지는 폐렴을 비롯한 여러 질병에 만성적으로 시달리기 때문에 사육자들은 돼지에게 엄청난 양의 항생물질을 투여하게 된다 .. <먹지마, 위험해!> 20쪽

요새는 책을 좀 읽거나 짐승을 치는 이한테 이야기를 들어서 '돼지가 더러운 곳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지식을 아는 분들이 늘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사실을 지식으로도 모르는 사람이 훨씬 많아요. 그래, 이런 자그마한 지식조차 모르며 엉뚱한 일을 사실인 듯 살아가는 우리들이니, 우리가 먹는 곡식이나 고기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얼마나 우리 몸에 몹쓸 것을 많이 써 가며 만들어 내는지를 알거나 살피지도 않습니다.

저는 커피를 안 마십니다. 청량음료도 안 마십니다. 마시는 것은 두 가지뿐, 첫째는 물이고 둘째는 술입니다. 차도 잘 안 마십니다. 차를 끓여서 마시는 일도 좋지만, 그냥 맑고 시원한 물을 있는 그대로만 마시기를 가장 즐깁니다.

그래서인지, 지난 서울도서전에 갔다가 아는 분을 만나서 차를 한 잔 마시게 되었는데, 자동판매기에 있는 마실거리로 제가 고를 수 있는 것은 오직 하나, 사이다뿐이더군요. 그래, 사이다는 괜찮겠지 하고 골라서 마시는데, 아… 얼마나 속이 더부룩하고 쓰리던지요. 사실, 이날 마신 사이다는 여러 해 만에 처음으로 마신 사이다입니다. 콜라는 안 마신 지 스물네 해쯤 되었고, 다른 청량음료는 짧으면 대여섯 해, 길면 스무 해 가까이 입에 대지도 않습니다. 마시고 난 뒤 입안에 께름직한 느낌이 들고 무언가 찝찝하면서 이빨이 삭는 듯한 느낌이 싫었거든요.

이리하여 앞으로는 사이다조차 안 마실 생각입니다. 예전부터 사이다는 속이 더부룩할 때 소화제처럼 마시기도 했다지만, 저로서는 외려 속이 울렁거리게 하는 설탕물 같다는 느낌만 들어요. 게다가 이 설탕물 같은 느낌이 들게 하는 '설탕 성분'도 몸에 좋을 수 없는 화학 조합물일 테고요.



.. 반면 우리 나라는 수의사들의 처방이 있어야만 살 수 있는 외국의 요주의 의약품을 비롯해 어떤 항생제라도 약품 도매상을 통해 누구든지 살 수 있다. 따라서 지금과 같이 세계 최대 항생제 사용국이 될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 <항생제 중독,시금치(2005)> 24쪽



a 겉그림

겉그림 ⓒ 시금치

가게 진열장에 '유기농 달걀'이라고 적혀 있다고 해서, 그 '유기농'이 제대로 된 유기농일까요? 한번 차분하게 생각해 봐요. 먹을거리를 만드는 회사는 '햇살담은'이니 '청정'이니 하며 참으로 부드럽고 따뜻하고 시원하고 해맑고 산뜻한 느낌이 드는 이름을 씁니다. 그런데 이름은 이렇게 좋다고 하는 그 먹을거리 성분이 어떻게 이루어져 있는지 아시나요? 또 이런 먹을거리 성분이 되는 원래 재료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헤아려 본 적 있는지요? 시장에서 파는 수수뿐 아니라 어떤 이름난 회사 상표가 붙은 수수도, 물에 담가 불려서 일어 보면 물감으로 때깔을 입혀서 그런지 퍼렇거나 시커먼 물이 나오기도 합니다. 어떤 중국집에서는 완두콩에 때깔을 입히기도 하고요.

이런 현실에서 돼지고기든 소고기든 닭고기든, 우유든 달걀이든 참치이든, 도대체 어떤 과정을 거치고 어떤 처리를 거쳐서 우리 밥상까지 오게 되었는지 깊이깊이 살펴보지 않는다면 우리 몸 건강은 지킬 수 없습니다. 우리 몸 건강도 지키기 어렵겠지만, 농사를 짓는 분들이나 고기짐승을 기르는 분들이 착하고 어진 마음으로 깨끗하게 일하는 밑바탕을 다지기도 어려워요.


.. 만원버스에서 우리 인간은 겨우 30분만 참으면 그만이지만, 알을 낳는 닭은 그 상태로 1년 동안 계속 알만 낳다가 그것으로 생을 마친다 ..<항생제 중독> 84쪽


병아리가 며칠 만에 깨어날까요? 대체로 21~22일쯤이면 깨어납니다. 그러면 우리가 통닭집에서 먹는 튀김닭은 보통 얼마쯤 되어서 어른닭으로 자라서 닭요리 공장으로, 또 통닭집으로 올까요? 기르는 곳마다 조금 다르겠지만, 스물나흘 만에 어른닭으로 '만들어'서 내다 판다는 이야기를 이곳, 시골에서 닭공장(양계장이라 하기보다는 닭공장이 알맞는 말이라고 봅니다) 하는 분이 자랑삼아서 이야기합니다. 이 날짜 수는 앞으로 더 줄어들 겁니다. 그러니까 우리가 먹는 닭고기는 보통으로 자라는 닭이라 하면 고작 갓 깨어난 병아리 만한 나이에 어른닭으로 훌쩍 자라버린 비정상 닭이란 이야기예요.

이렇게 항생제에 공업 물질에 화학약품에 방부제에다가 색소나 물감으로 껍데기를 덧씌우고, 제때 제 날짜에 맞춰서 기르는 것도 아닌 먹을거리를 아무것도 모르는 채 먹고 즐기는 우리들입니다. 시골이건 도시건 거의 마찬가지가 되고 있습니다. 그저 입에 달거나 맵거나 짜게만 하면 그 먹을거리가 무엇으로 만들고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는 마음을 쓰지 않게 되어 가고 있습니다.

책 정보

(ㄱ) 항생제 중독
- 지은이 : 고와카 준이치
- 펴낸곳 : 시금치(2005.6.3.)
- 책값 : 10000원

(ㄴ) 먹지마 위험해!
- 지은이 : 일본자손기금
- 펴낸곳 : 해바라기(2004.5.10.)
- 책값 : 13500원
이웃을 조금 더 깊이 헤아리고 살피면서 오순도순 살아가려는 마음이 차츰 사라져 가기 때문일까요? 돈이, 이름이, 힘이 가장 중요한 목적과 목표가 되어서, '무슨 짓을 해서든 1등이 되면 그만'이란 생각이 판을 치기 때문일까요?

웬만한 대학생뿐 아니라 중고등학생도 부정행위(컨닝)를 아주 아무렇지도 않게 합니다. 점수만 잘 따면 그만이라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생각하는 것인데요, 우리가 이 땅에서 태어나 살아가는 뜻을 옳게 세우지 못하고, 착하고 아름답게 어우러지기를 바라지 않는 한편 이웃을 사랑하고 아끼려 하지 않을수록, 나날이 환경은 더러워지거나 나빠질밖에 없고, 농사꾼이든 공무원이든 회사원이든 지식인이든 엉뚱하고 얄궂은 쪽으로 가고 말겠구나 싶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책과 헌책방과 우리 말을 사랑하는 모임인 '함께살기(http://hbooks.cyworld.com)' 게시판에도 함께 올려놓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책과 헌책방과 우리 말을 사랑하는 모임인 '함께살기(http://hbooks.cyworld.com)' 게시판에도 함께 올려놓습니다.

항생제 중독 - 내 아이의 안전한 밥상을 위한 긴급진단

고와카 준이치 외 지음, 생협전국연합회 옮김,
시금치,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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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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