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안읍성내 향토미술관은 거듭나야한다

내외국인 엇갈린 반응 낙안읍성 향토미술관

등록 2005.07.14 20:53수정 2005.07.15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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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낙안읍성 향토미술관은 100여평의 규모로 20여년전에 건립되었다.

낙안읍성 향토미술관은 100여평의 규모로 20여년전에 건립되었다. ⓒ 서정일

80년대 중반에 지어진 100여 평 규모의 향토미술관은 낙안읍성 중심부에 자리 잡고 있다. 기와를 얹고 전시관의 형태를 갖춘 작지만 제법 그럴싸한 미술관. 하지만 전시된 작품들을 보면 고장의 모습을 알리는 '향토'라는 단어와는 거리감이 있고 시대적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는 고루한 작품들만이 자리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아는바와 같이 낙안읍성이란 곳은 마을 속으로 들어가 고샅길을 걸어도 성곽위에 올라서서 전경을 바라봐도 모두가 한 폭의 그림이요 정겹기 이를 데 없는 아름다운 풍경을 자랑하고 있다. 그런 풍경을 화선지에 먹으로 표현하여 살아있는 실경산수의 작품들을 이곳 미술관에 전시했다면 어떠했을까? 찾아오는 관람객들이 낙안읍성을 이해하고 감상하는데 크게 기여하지 않았을까?

a 작품들 대부분이 동양화와 서예지만 주제에 벗어나 난잡하거나 흔한 작품들 뿐이다.

작품들 대부분이 동양화와 서예지만 주제에 벗어나 난잡하거나 흔한 작품들 뿐이다. ⓒ 서정일

'원더풀' 미국에서 왔다는 크리스티나(38)는 미술관내에 있는 동양화를 보면서 한국문화를 이해할 수 있어서 좋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곳 미술관만의 특징을 말해달라고 부탁하자 뾰족한 대답이 생각나지 않는 듯 머뭇거리다가 그저 좋다는 표현만으로 일관하며 어깨를 으쓱거린다.

반면 진주에서 왔다는 한 관람객은 첫마디부터 실망했다는 표현을 거침없이 사용한다. "관광지 어디를 가나 똑같은 기념품처럼 이곳에 걸려있는 작품들도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흔하디흔한 것 아닌가요?" 라고 반문하며 식상하다는 표정.

이렇듯 낙안읍성내에 자리하고 있는 향토미술관에 대해 외국인은 '원더풀' 내국인은 '실망'이라는 다소 엇갈린 반응을 보인 이유 중 가장 큰 것은 진열된 작품 때문이란 걸 쉽게 확인할 수 있다.

a 향토미술관엔 미술품들만 있는 것이 아닌 지역전시관에 있어야 할 모형등도 한편을 차지하고 있어 창고같은 느낌까지 준다.

향토미술관엔 미술품들만 있는 것이 아닌 지역전시관에 있어야 할 모형등도 한편을 차지하고 있어 창고같은 느낌까지 준다. ⓒ 서정일

그럼 향토미술관엔 어떤 작품들이 있을까? 전시된 작품들 대부분은 동양화이며 서예다. 대략 160여점 정도인데 보는 이로 하여금 산만하다는 느낌을 주고 있는 것은 주제를 낙안읍성으로 해 놓고 있지만 민화형식이거나 추상적인 그림 일색이기 때문이다. 또한 더러는 일반적인 꽃을 그려놓은 것 하며 전혀 관련 없는 산이나 강을 그려놓은 것 까지 어지러움을 주고 있다.


때문에 동양화를 자주 접하기 힘들었을 외국인에겐 어떤 지역을 소재로 삼았든 무엇을 그렸든 관계없이 그저 색다른 미술품을 보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런 반응이 나오는 것은 당연하지만 나고 자라면서 보고 배운 게 그것인 내국인에겐 어디를 가나 흔히 볼 수 있기에 흔한 작품들이요 실망스런 미술관으로 기억될 수밖에 없다.

강산이 두 번 변한 낙안읍성내 향토미술관, 민속마을이기에 동양화가 어울린다는 것엔 모두들 동의하지만 이처럼 주제가 불분명하고 어지럽게 난립된 작품들과 민속전시관에 있어야 할 여러 가지 모형들까지 엉켜있는 창고 같은 분위기엔 고개를 갸웃거린다.


읍성 내에 살고 있는 한 주민은 "얼마 전 뜻있는 지역 젊은 예술인들의 입에서 낙안읍성의 아름다운 풍경들을 화선지에 담아 향토미술관에 전시한다면 찾아오는 관람객들에게도 좀 더 유익한 감상거리를 만들어 줄 수 있지 않겠냐"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면서 매우 의미 있어 보이고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의견을 제시한다.

파릇파릇한 새싹이 돋아나는 텃밭에서 수건을 둘러매고 호미질을 하는 아낙, 온통 초록으로 물들어가는 풍성한 낙안읍성, 끝없이 펼쳐진 파란 가을하늘 아래 초가지붕위에 떨어져 있는 노란 은행잎, 흰눈에 덥혀있는 둥글둥글한 초가집들. 그런 그림들이 진열된 미술관이라면 내외국인 모두에게 환영받는 장소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덧붙이는 글 | 낙안읍성 민속마을 http://www.nagan.or.kr

덧붙이는 글 낙안읍성 민속마을 http://www.nagan.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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