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들은 가라, 여름철 보양식 '짱뚱어'

등록 2005.07.15 16:22수정 2005.07.17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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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뚱어다리를 지나 갯벌에서 낚시질을 하는 사람을 만났다. 갯벌에서 웬 낚시질일까? 궁금하다. 썰물이 물이 빠진 갯벌 위엔 농게와 칠게가 숨박꼭질 하고, 짱뚱어는 갯벌 위를 날고 있다. 누가 더 높이 뛰나 내기를 하는지, 아무래도 좋아하는 녀석이 있는 모양이다. 한껏 모양새를 내고 지느러미를 세우는가 하면 제 키보다 높게 갯벌을 박차고 뛰어오른다.


a 갯벌 위를 나는 짱뚱어

갯벌 위를 나는 짱뚱어 ⓒ 김준


a 갯벌의 토박이 '짱뚱어와 칠게'

갯벌의 토박이 '짱뚱어와 칠게' ⓒ 김준

우전해수욕장 인근 짱뚱어다리 원둑 밑에 농게를 잡는 사람이 서너 명과 낚싯대를 들고 갯벌이 뚫어지도록 쳐다보고 있는 사람들이 갯벌에 묻혀 있다. 낚싯대를 들고 있던 사람은 순간 낚싯줄을 10여 미터 앞에 던지더니 잽싸게 낚아챈다. 그리고 노란 플라스틱 박스에 낚시에 걸린 짱뚱어를 빼낸다.

조심스럽게 갯벌스키(뻘배)에 걸터앉아 밀면서 다시 갯벌이 구멍나도록 쳐다본다. 그러더니 아닌가 싶은지 다시 두 발로 밀배를 밀고 움직인다. 칠게며 짱뚱어 녀석들 낚시꾼이 나타나면 재빨리 구멍 속으로 사라진다. 그래서 낚싯대와 낚싯줄을 이용해 20여 미터 떨어진 곳으로 던진다.

a 짱뚱어낚시를 하려면 뻘배를 타고 갯벌로 들어가야 한다.

짱뚱어낚시를 하려면 뻘배를 타고 갯벌로 들어가야 한다. ⓒ 김준


a 짱뚱어 낚시를 하는 모습

짱뚱어 낚시를 하는 모습 ⓒ 김준


a 짱뚱어를 찾아 두리번 두리번

짱뚱어를 찾아 두리번 두리번 ⓒ 김준

이런 낚시법을 ‘홀치기’낚시라고 한다. 미끼도 없이 잡고자하는 짱뚱어 앞에 눈치 채지 못하게 던져놓았다가 재빨리 낚아채는 방법이다. 낚싯바늘 4개가 각각 다른 방향으로 함께 묶여 있어 짱뚱어가 쉽게 걸릴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다. 그렇다고 아무나 낚싯질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상당한 숙련이 요구되는 것이다.

30여 년 전 증도에 할머니들은 손으로 짱뚱어를 잡았었다. 짱뚱어는 2, 3개의 연결된 구멍을 갯벌에 만들어 놓고 살고 있다. 손으로 짱뚱어를 잡을 때는 발과 손으로 구멍을 막고 다른 손으로 남은 구멍에 집어넣어 잡았다. 그리고 물이 들었을 때는 서렁게(칠게)를 대나무 가지 사이에 끼워 뜰망에 고정시켜 놓고 물 속에 놓았다가 시간이 지난 후 들어 올리면 짱뚱어, 낙지 등이 올라와 잡기도 했었다고 한다.

a 이남창(66)씨가 아침 8시부터 12시까지 잡은 짱뚱어

이남창(66)씨가 아침 8시부터 12시까지 잡은 짱뚱어 ⓒ 김준

거들떠보지도 않았던 녀석들이다


증도의 갯벌은 전국에서 알아주는 갯벌이다. 갯벌축제가 열리기도 했던 증도는 그냥갯벌이 아니라 미네랄이 풍부한 갯벌이다. 뿐만 아니라 모래갯벌과 펄갯벌을 함께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증도 사람들은 짱뚱어를 그냥 반찬거리 정도 생각한다. 팔아서 돈을 벌 생각을 갖지 않는다는 말이다. 2300여명의 주민들은 대부분 농사(간척지)와 염전에서 일하고 있다. 10여 년 전 외지사람들이 짱뚱어를 일본에 수출하기 위해 기계를 가지고 들어와서 잡기도 했었다. 그리고 3년 전에는 해남사람들이 짱뚱어다리 인근 원둑 아래 갯벌에서 짱뚱어를 잡기도 했다.


어촌계에서 관할 구역인 바탕(갯벌)을 해남사람에게 허락하고 얼마간 이용료를 받았다고 한다. 외지인들은 전문 짱뚱어 낚싯꾼들로, 해남일대가 간척과 매립으로 짱뚱어 서식지가 파괴되면서 새로운 낚싯터를 찾아 증도에 들어왔던 것이다. 그리고 한 사람이 아닌 네 사람씩 짝을 지어 들어와 아이스박스를 수십 개씩 놓고 짱뚱어를 잡아갔다.

그 전부터 외지인들이 들어와 짱뚱어 낚시를 하는 것을 보고 기술을 익혔던 장고리에 거주하는 이남창(66)씨는 몇 년 전까지 한 자리에서 이동하지도 않고 200∼300마리는 손쉽게 잡을 수 있을 정도로 짱뚱어 천지였다. 필자가 증도를 찾았던 12일 아침 8시에 나와 12시까지 짱뚱어 낚시를 해 80마리를 잡았다. 필자를 안내해준 증도면사무소에 김용환씨도 한 물에 600마리를 잡기도 했었다고 한다. 이곳 갯벌은 짱뚱어가 천지였고, 여기저기에서 뛰는 모습이 장관이었다고 한다. 이씨는 증도의 유일한 짱뚱어 낚시 전문가이다.

짱뚱어는 한 마리에 500원에 거래되고 있다. 많이 잡을 때는 500∼600마리는 금방 잡기 때문에 그 소득이 솔찬하다. 그렇다고 매일 짱뚱어를 잡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갯벌에 물기가 없으면 짱뚱어들은 구멍 속에 들어가 생활한다. 바닷물이 짱뚱어다리 갯벌까지 들어오는 세물에서 아홉물 사이에 짱뚱어 낚시를 할 수 있다.

a 짱뚱어 알

짱뚱어 알 ⓒ 김준


a 짱뚱어탕 맛을 결정하는 '애', 겨울잠을 잘때 식량을 저장해 두는 곳이다.

짱뚱어탕 맛을 결정하는 '애', 겨울잠을 잘때 식량을 저장해 두는 곳이다. ⓒ 김준

아이들은 먹지 마라

생업으로 짱뚱어 낚시를 하지는 않지만 반찬거리로 잡았었다. 그때 짱뚱어는 어른들 특히 남자들만 먹었다고 한다. 보양식이었던 탓에 여름철에 섬마을 최고 음식이었다. 그래서 아이들이 먹으면 ‘고래를 잡아야 한다’는 말도 안 된다는 금기 아닌 ‘금기’를 만들어내기도 했던 음식이다.

증도의 ‘고향식당’에서 만들어준 짱뚱어탕은 지금까지 먹어본 국물 중에 가장 맛이 있었다. 시원한 국물은 술 먹고 난 뒤에 속풀이로는 최고일 듯싶다. 된장을 풀어서 만든 짱뚱어 탕의 맛을 결정하는 것은 짱뚱어 속(애)이다. ‘애’는 엄지손톱만 한다. 손질을 할 때 내장을 꺼내 ‘애’를 떼어서 모아두어야 한다. 홍어국에 홍어 ‘애’가 반드시 들어가야 하는 것처럼 짱퉁어탕에 ‘애’가 반드시 들어가야 한다.

짱뚱어가 겨울을 날 때 영양분을 축적해두는 곳도 바로 맛을 결정하는 ‘애’라고 한다. 또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짱뚱어회이다. 짱뚱어를 회로 먹을 수 있냐고 반문할지 모르지만 사각사각 씹히면서 맛이 다른 회에서 느낄 수 없는 맛이다. 사실 필자도 짱뚱어 회는 처음 먹어보았다. 짱뚱어가 ‘농어목’에 속한다. ‘망둑어과’에 속하지만 횟감으로 최고라는 ‘돔’과 같은 부류인 것이다. 그렇지만 씹히는 맛이나 색깔이 돔보다 한 수 위인 것 같다. 흠이라면 한 마리에 두 점밖에 나오지 않는다는 점이다.

a 짱뚱어 회

짱뚱어 회 ⓒ 김준


a 짱뚱어탕은 자식들도 못(?)먹게 하며 남편에게만 주었던 여름철 보양식이다.

짱뚱어탕은 자식들도 못(?)먹게 하며 남편에게만 주었던 여름철 보양식이다. ⓒ 김준

짱뚱어는 봄에 시작해서 서리가 오는 가을철까지 잡으며, 겨울철에는 겨울잠을 잔다. 섬사람들보다 육지사람들에게 더 인기가 좋은 짱뚱어탕 덕에 순천만과 여자만 등 남도의 갯벌에는 짱뚱어 낚시 전문가들이 등장했다. 바다 낚시의 손맛이 ‘뱅어돔’ 낚시라면 갯벌낚시의 손맛은 짱뚱어 낚시라 할까. 그것도 갯벌이 살아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눈이 튀어 나온 '짱뚱어'
자산어보에 '철목어'(凸目漁)라 했다


짱뚱어는 농어목 망둑어과에 속한다. 눈은 머리위로 툭 튀어 나와 있고 가슴지느러미를 이용해 갯벌위를 걸어 다닌다. 간석지 표면에서 서식하며 갯벌 위 해조를 먹으며, 우리나라 서해, 일본의 아리아게 주변, 중국, 타이완 등에서 발견되고 있다.

짱뚱어는 12월부터 3월까지 겨울잠을 잔다. 잠을 많이 자는 사람을 ‘잠퉁이’라 하는데 짱뚱어의 이름도 여기에서 비롯된다고 한다. 그리고 『난호어목지』를 쓴 서유구는 “눈이 툭 튀어나와 마치 사람이 멀리 바라보려고 애쓰는 모양 같아서 망동어(望瞳魚)라 한다”고 적고 있다. 같은 책에 짱뚱어는 탄도어(彈塗魚)라고도 칭하는데 진흙(갯벌) 위에 달리는 모습이나 뛰는 모습을 표현한 것으로 생각된다. 작은 고기 이름에도 생김새와 움직이는 모습을 보고 이름을 지었던 조상들의 멋스러움에 감탄할 뿐이다.

정약전은 짱뚱어를 철목어(凸目漁)라하고 속명은 장동어(長同魚)라 하였다. 그는 짱뚱어를 ‘큰 놈은 5-6치이다. 모양은 대두어를 닮았다. 빛깔은 검고 눈은 볼록하게 튀어나왔다. 헤엄을 잘 치지 못하고 오히려 뻘 위에 있기를 좋아한다. 물 위를 도약하면서 수면을 스치듯이 뛰어다닌다.’고 적고 있다.

짱뚱어와 흡사한 말뚝망둥어가 있다. 서식지와 모습이 짱뚱어와 비슷하며 지역에 따라 짱뚱어라고 부르기도 한다. 정약전이 이들을 모두 같은 종으로 보고 철목어라고 구분하였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참조 : 자산어보(정약전), 현산어보를 찾아서(이태원), 한국해산어류도감(김용억) / 김준

덧붙이는 글 | 신안 증도의 식당에 짱뚱어요리를 항상 먹을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특별히 주문을 해서 잡는다면 맛을 볼 수 있습니다. 순천만이나 여자만 인근의 식당에는 쉽게 짱뚱어탕이나 구이 등을 먹을 수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신안 증도의 식당에 짱뚱어요리를 항상 먹을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특별히 주문을 해서 잡는다면 맛을 볼 수 있습니다. 순천만이나 여자만 인근의 식당에는 쉽게 짱뚱어탕이나 구이 등을 먹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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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 년 동안 섬과 갯벌을 기웃거리다 바다의 시간에 빠졌다. 그는 매일 바다로 가는 꿈을 꾼다. 해양문화 전문가이자 그들의 삶을 기록하는 사진작가이기도 한 그는 갯사람들의 삶을 통해 ‘오래된 미래’와 대안을 찾고 있다. 현재 전남발전연구원 해양관광팀 연구위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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