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문화가 오롯이 남아 있는 보물섬

[섬이야기6] 서남해 어촌의 생활문화 전시장, 신안 '증도'

등록 2005.07.19 23:46수정 2005.07.20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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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우전리에서 본 해수욕장 전경

우전리에서 본 해수욕장 전경 ⓒ 김준


a 해수욕장

해수욕장 ⓒ 김준

장마 끝에 모처럼 하늘이 열리는가 싶더니 불볕더위가 이어지고 있다. 이제 본격적인 여름휴가철이다. 해수욕장도 속속 개장을 하면서 바다와 섬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어디로 갈 것인가, 예산은 얼마나 세워야 되나 고민스런 일이다.

좀 고생스럽더라도 사람이 덜 찾고 장사 속 덜 보이는 곳, 그러면서 자연과 문화가 잘 남아 있는 곳을 찾는다. 하지만 한 눈에 그런 곳을 찾기가 어디 쉬운 일인가. 아무리 인터넷을 뒤지고, 여행잡지를 뒤져봐도 눈에 잘 띄지 않는다.


그 이유는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삶의 이야기에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갯벌을 찾을 때 갯벌생물들의 이야기는 하지만 그곳에 기댄 사람들의 이야기를 잘 들여다보지 않는 것과 같은 말이다. 그래서 여름피서가 더위를 피하는 여행만이 아니라 나와 '다른 삶'을 찾는 여행이라면 더욱 의미가 있을 것이다.

그런 여행을 원한다면 '섬여행'을 적극 권한다. '이야기 있는 섬여행'이라면 더욱 좋다. 신안군 '증도'는 그런 여행을 하기에 안성맞춤이다. 증도는 4km에 달하는 넓은 우전해수욕장, 송원대 보물이 발견된 곳, 우리나라 최대의 소금생산지, 섬에만 잔존한 것으로 알려진 독특한 장례문화 '초분' 등 해수욕만이 아니라 서남해 어촌의 역사, 문화, 사회, 민속 등을 두루 살펴볼 수 있는 곳이다.

a 우리나라 최고의 갯벌로 평가된 증도갯벌 위 짱뚱어다리

우리나라 최고의 갯벌로 평가된 증도갯벌 위 짱뚱어다리 ⓒ 김준


a 증도 갯벌의 농게들

증도 갯벌의 농게들 ⓒ 김준

짱뚱어 뛰고 농게가 춤을 추는 우리날 최고의 갯벌

우리나라 최대의 새우젓 위판장이 지도면 송도에서 배를 타고 사옥도, 병풍도를 지나 30여 분을 가면 증도 버지선착장에 도착한다. 차를 타고 우전해수욕장을 찾아 5분여 들어오면 60여개의 소금창고와 거대한 천일염전이 앞을 막는다. 자유당 정권시절 정치자금을 댈 정도로 벌이가 좋았던 이곳 염전은 1953년 피난민을 정착시킬 목적으로 전증도와 후증도을 연결해 만들었다.

'척방사'라 불렸던 염전은 이후 '대평염전'과 '태평염전'으로 주인과 이름이 바뀌면서 오늘에 이르고 있다. 염전은 140만평으로 단일염전으로 규모가 가장 크며, 4ha씩 66개로 구분되어 소금을 만들도 있으며, 지주인 태평염전과 염주(주민)가 생산량을 반반씩 나누고 있다. 최근 중국산 소금이 수입되면서 생산량이 급격하게 줄어들고 일부 폐전의 고통이 있었지만 섬을 찾는 사람들에게는 대표적인 볼거리이자 주민들의 소득원이다.


a 태평염전의 소금창고들

태평염전의 소금창고들 ⓒ 김준


a 장마 끝에 소금을 내기 위해 준비하는 염부

장마 끝에 소금을 내기 위해 준비하는 염부 ⓒ 김준

증도 갯벌은 2004년 해양수산부가 조사한 갯벌 중 저서동물을 기준으로 볼 때 가장 우수하 갯벌로 평가되었다. 당시 조사한 지역은 여자만, 압해도, 증도, 함평만, 가로림만, 함평만, 강화도, 강진만, 새만금 등 우리나라 8대 갯벌로 증도갯벌은 여자만과 압해도 갯벌과 함께 가장 좋은 갯벌로 평가되었다. 반면에 간척이 이루어지거가 진행된 강진만과 새만금 갯벌이 가장 열악한 상태로 평가되었다.

보물선 600여 년 만에 뭍에 오르다


증도를 사람들은 '보물섬'이라 한다. 임자도와 증도 사이 도덕도 앞바다에서 1975년 5월 한 어부의 그물에 의해 증도 방축리 도덕도 4km 앞에서 발견된 청자매명 등 6점의 유물에 계기가 되어 발견된 14세기 송원대 2만3천여 점 때문이다. 이곳에서 그물질을 하던 주민들은 자주 그물에 올라오는 그릇 등을 처음에는 죽은 사람들의 물건이라며 버렸고, 어쩌다 대접이라도 건져오면 어김없이 개밥그릇으로 사용했었다.

그 가치를 가장 먼저 발견한 사람들은 고물상 엿장수와 도굴꾼들이었다. 한눈에 돈이 되겠다는 것을 알아차린 이들의 눈매는 전문가를 능가하는 식견을 가지고 있었던 모양이다. 범상치 않는 물건임을 알고 밖으로 가지고 나가기 시작하면서 보물섬은 사람들에게 알려졌다.

어민들은 고기잡이 대신 그물을 보물을 건지기 시작했고, 도굴꾼들도 끊이질 않았다. 급기야 도굴꾼들이 경찰에 검거되면서 해저유물발굴이 필요성이 강력히 제기되었다. 우리나라 최초의 해저유물발굴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모 방송국에서는 '보물섬'로 알려지면서 한 어촌 사람들의 이야기 <검생이의 달>이 드라마로 제작되기도 했다. 이 드라마의 촬영은 해저유물발굴 장소인 방축리 검산마을로 마을 주민들은 '검생이'라고 부른다.

a '검생이의 달'이 촬영된 검산리 어촌마을, 마을 앞바다에서 해저유물이 발견되었다.

'검생이의 달'이 촬영된 검산리 어촌마을, 마을 앞바다에서 해저유물이 발견되었다. ⓒ 김준


a 신안해저유물발굴기념비

신안해저유물발굴기념비 ⓒ 김준

보물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침몰 선박(목선)이 인양되었다는 점이다. 조사결과 이 선박은 중국에서 건조한 선박으로 중국제 도자기 및 동전을 비롯한 동남아의 생약재 등을 싣고 중국을 출발해 일본으로 향하던 중이었다. 이 선박은 인양되어 목포해양유물전시관에 복원전시 되어있다.

보물을 건져 올린 바다가 보이는 방축리에 기념비가 세워져 있다. 목포해양유물전시관이 만들어진 것도 모두 증도에서 발견된 해저유물 때문이며, 당시 인양된 보물과 복원된 보물선도 그곳에 전시되어 있다.

a 증도 초분

증도 초분 ⓒ 김준

증도에 가면 꼭 잊지 말고 찾아야할 것이 초분이다. 가장 쉽게 찾을 수 있는 초분은 검산리로 가는 길 도중에 바다가 보이는 길가 작은 초분이다. 현지 주민들은 증도에 5-6개의 초분이 있다고 알려줬다. 초분은 짚을 깔고 그 위에 관을 두고 상부에 이엉으로 덮고 풀이나 나뭇가지를 얹는다.

초분은 초빈, 고빈, 빈소, 출빈, 촐분 등 다양한 이름으로 명칭을 가지고 있으며, 초분을 헐고 뼈를 추려 매장하는 것을 '원장', '본장'이라고 한다. 지역에 따라서 본장을 하지 않고 관의 상부에 짚이나 나뭇가지만 새로 갈아주는 경우도 있다. 증도의 경우 초분은 정월에 초상이 났을 경우나, 좋지 않는 일로 화를 당했을 경우, 부모보다 먼저 자식이 죽었을 경우, 객사를 해 산송장으로 선산에 들어가지 못할 경우 등이 이유로 초분을 하고 있다.

증도는 잘 조성된 곰솔 숲 아래 해수욕장만이 아니라 염전, 갯벌, 초분, 해저유물 등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로의 시간여행을 하는데 더 없이 좋은 곳이다. 날씨가 도와준다면 짱뚱어 다리 위나 해저유물발굴 기념비가 있는 방축리에서 아름다운 일몰을 볼 수 있다. 이번 여름에 불편하지만 조용하고 개발되지 않는 자연을 보고 싶다면 '증도'를 적극적으로 권한다.

덧붙이는 글 | * 증도 가는 길
서해안 고속도로 함평IC - 무안읍(1번국도) - 지도(24번국도) - 사옥도(선착장) - 증도

* 선박운행시간
사옥도에서 증도
오전 06:50, 08:30, 10:30
오후 12:00, 14:30, 16:00, 17:00, 19:00

증도에서 사옥도
오전 07:30, 09:30, 11:00
오후 13:00, 15:30, 16:30, 18:00

* 운임 및 소요시간
운임 : 승객 2,000(왕복) / 자가용 13,000(왕복)
소요시간 : 20분

*숙박안내
우전해수욕장에 다수 민박시설이 있으며, 식당은 소재지에 4개 정도 있다. 우전해수욕장에서 소재지까지는 자가용으로 15분 정도 소요된다. 증도에는 전문 횟집은 물론 전문식당은 없다.

덧붙이는 글 * 증도 가는 길
서해안 고속도로 함평IC - 무안읍(1번국도) - 지도(24번국도) - 사옥도(선착장) - 증도

* 선박운행시간
사옥도에서 증도
오전 06:50, 08:30, 10:30
오후 12:00, 14:30, 16:00, 17:00, 19:00

증도에서 사옥도
오전 07:30, 09:30, 11:00
오후 13:00, 15:30, 16:30, 18:00

* 운임 및 소요시간
운임 : 승객 2,000(왕복) / 자가용 13,000(왕복)
소요시간 : 20분

*숙박안내
우전해수욕장에 다수 민박시설이 있으며, 식당은 소재지에 4개 정도 있다. 우전해수욕장에서 소재지까지는 자가용으로 15분 정도 소요된다. 증도에는 전문 횟집은 물론 전문식당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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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 년 동안 섬과 갯벌을 기웃거리다 바다의 시간에 빠졌다. 그는 매일 바다로 가는 꿈을 꾼다. 해양문화 전문가이자 그들의 삶을 기록하는 사진작가이기도 한 그는 갯사람들의 삶을 통해 ‘오래된 미래’와 대안을 찾고 있다. 현재 전남발전연구원 해양관광팀 연구위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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