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원
7월, 그 뜨거운 여름의 태양 아래에 무방비로 노출된 고야는 빨갛게 익어갑니다. 학교 수업 마치고 한 시간도 넘는 신작로 길을 걸어 돌아온 아이들은 노간주나무 울타리 사이를 비집고 자란 고야 나무 아래로 갑니다.
고무신 벗어 놓고 가지를 타고 올라가기도 하고 돌멩이를 던져 따기도 합니다. 그렇게 딴 고야를 옷자락에 담아 샘물가로 가서 씻어 먹습니다. 얼음처럼 시린 샘물에 씻은 빨간 고야를 입에 넣고 오물거리면 달콤한 맛이 입안 가득 퍼져갑니다.
"장마 지면 싱거워진다. 장마 지기 전에 많이 따 먹어라."
조무래기들이 고야 나무 아래에서 안간힘을 쓰며 고야를 따는 걸 보며 어른들께서 하신 말씀입니다. 장마 진 뒤에 남은 고야는 싱겁기만 합니다. 장맛비에 달콤한 맛이 씻겨 버린 탓입니다. 그 싱거운 고야마저도 장마 뒤에는 구하기 어렵습니다. 장맛비에 고야는 대부분 떨어져 버리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