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미포조선 해고자 김석진씨 가족을 만났습니다

참혹한 세월 종지부가 찍히길 기대합니다

등록 2005.07.20 00:10수정 2005.07.20 11:27
0
원고료로 응원
【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얼마 전, 현대미포조선 해고자인 김석진씨 가족을 만나기 위해 우리 가족은 울산으로 향했습니다. 아이는 지난 봄 소풍 때 지나쳤던 길이라며 아는 체를 했습니다. 한참을 달리다보니 현대자동차를 지나 현대미포조선이 보였습니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미포 조선의 정문을 보니 몇 년 전 김석진씨를 처음 만났던 기억이 영화필름처럼 스쳤습니다.


저는 당시 구속된 남편 대신 투쟁하던 중 김석진씨의 단식 투쟁 소식을 듣고 달려갔습니다. 악수를 하는데 단식으로 손에 힘이 하나도 없는 김석진씨의 수척한 모습이 매우 안타까웠던 기억이 있습니다.

지난 9일 김석진씨 가족과 함께.
지난 9일 김석진씨 가족과 함께.박미경
전화로 약속한 어느 음식점에 도착하니 김석진씨가 미리 마중 나와 있었습니다. 김석진씨 가족과의 만남은 반가운 일이지만, 마음은 그리 편치 않습니다. 대상은 다르지만 각자 오랜 세월 함께 투쟁하고 있고, 해고자의 삶이 어떠한지 그 사정을 너무도 잘 아는 동지의 끈끈한 정 때문인가 봅니다.

관련
기사
- 현대미포조선 해고자 김석진씨, 복직 판결 날까

김석진씨 가족이 살고 있는 아파트를 방문하곤 속으로 조금 놀랐습니다. 집안 구석구석엔 절약 정신이 짙게 배어 있고, 상상했던 모습보다 빠듯하게 사는 듯했습니다.

현재 살고 있는 사택 아파트는 남편이 결혼 전, 대출로 구입했는데 대출금을 갚자마자 해고되어 난감했다고 합니다. 3년 넘게 시어머니 병 수발하는 동안 외출 한번 못하고 막막한 생계에 어떻게 살아왔는지…. 저는 김석진씨의 아내 한미선씨가 우러러 보였습니다.

컴퓨터는 누군가가 준 것이고, 텔레비전(요즘 보기 힘든 제품)과 장식장은 주워온 것이라고 했습니다. 요새는 안 쓰는 물건 있으면 이웃에서 먼저 전화를 준다며 한미선씨가 웃으며 말했습니다. 우리 가족 사는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았습니다.


김석진씨는 대화도중 자신도 모르게 여러 번 '체'하는 이상한 소리를 냈습니다. 저는 웃으며 '혹시, 비염이 있냐'고 물었습니다. 김석진씨는 박일수 열사 투쟁 때 경비에게 가슴을 폭행 당한 적이 있는데 병원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했다고 합니다.

갑상선에 팔, 다리가 떨리고 치아도 이상이 있는 아내도 아픈 건 마찬가지였습니다. 내색을 안 했기에 몰랐는데, 오랜 해고자 생활로 다들 건강에 적신호가 생기나 봅니다.


김석진씨는 오는 22일에 대법원 선고가 있습니다. 힘들어도 언제나 환한 미소를 가득 띠고, 밝은 얼굴로 살아가는 김석진씨 가족들의 참혹한 세월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도록 대법원의 양심과 상식을 기대합니다.

덧붙이는 글 | 대자보와 피플타임즈에도 송고합니다.

덧붙이는 글 대자보와 피플타임즈에도 송고합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연극인 유인촌 장관님, 이 일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연극인 유인촌 장관님, 이 일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2. 2 성욕 드러내면 "걸레"... 김고은이 보여준 여자들의 현실 성욕 드러내면 "걸레"... 김고은이 보여준 여자들의 현실
  3. 3 울먹인 '소년이 온다' 주인공 어머니 "아들 죽음 헛되지 않았구나" 울먹인 '소년이 온다' 주인공 어머니 "아들 죽음 헛되지 않았구나"
  4. 4 '도이치' 자료 금융위원장 답변에 천준호 "아이고..." '도이치' 자료 금융위원장 답변에 천준호 "아이고..."
  5. 5 한강 '채식주의자' 폐기 권고...경기교육청 논란되자 "학교가 판단" 한강 '채식주의자'  폐기 권고...경기교육청 논란되자 "학교가 판단"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