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의 거리감

[중국배낭길라잡이]실전편 0213 - 용승에서 삼강

등록 2005.07.22 11:52수정 2005.07.22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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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나 집에서 가져온 커피를 한잔 마시고, 안개가 짙게 깔린 비탈논을 천천히 눈으로 기억했다. 언제 다시 올수 있으려나? 위쪽으로 10분만 더 올라가면 경치가 그만이다! 라고 집주인이 권했는데 날씨 탓에 내키지가 않는다. 광주총각이 내려오기에 딸기파이와 커피한잔 대접, 언제 내려 가냐니까 바로 내려간단다. 그래 나도 같이 가자.

a 위로 올라갈수록 넓어지는 이 지역 건축의 특징입니다.

위로 올라갈수록 넓어지는 이 지역 건축의 특징입니다. ⓒ 최광식


a 용승제전!

용승제전! ⓒ 최광식


버스정류장인 입구에서 물어보니 7시 30분에 첫차라고 하는 데 9시 다 되서 온다. 뭐! 날씨가 궂으면 운전사 맘이란다. 훗~ 학생들 주려고 털실로 짠 주머니 2개(4위안), 은도금팔찌 4개에 10위안, 20위안에 한 개짜리를 4개 10위안에… 흠. 이렇게 깎아도 싸게 산건지는 늘 의문이다.


a 자연스럽게 하라고 권해드렸는데, 나름대로 자연스러운 모습을. 액세사리판매아줌마!

자연스럽게 하라고 권해드렸는데, 나름대로 자연스러운 모습을. 액세사리판매아줌마! ⓒ 최광식


a 은귀걸이!

은귀걸이! ⓒ 최광식


버스로 용승도착, 광주총각이 점심을 사려는지 11시 30분 '삼강(三江)'표를 사란다. 창구에 대고 분명 '11시 30분 삼강'이라고 했는데도 '11시'표를 준다. 에휴~ 짜압! 광주총각에게 짧은작별. 정말 대화가 통하는 중국인이었는데.

버스안내판에는 '65Km(公里)'라고 써있어서 한시간반정도면 도착하겠지 하는데 웬걸 도로공사에다 비포장에다 제한속도 '20'이라고 써있는 곳이 태반이다. 결국 2시간 반, 거의 3시간 되서 도착. 버스터미널에서 보니 다음 목적지인 호남 회화(懷化)가는 버스가 없다. 그나마 제일 가까운, 77Km 떨어져있는 호남 통도도 하루에 한대다. 이 것도 13시 30분 1대다. 휴우~ 기차타고 가야 되는 군(필자주: 2005년 9월 27일까지 공사라 이 구간, 용승->삼강은 전면통행금지랍니다).

'풍우교(風雨橋)'라는 이 지역 소수민족이 만들었다는, 특색의 다리가 보고 싶어서 온 건데. 흠. 여행정보가 전혀 없다. 모 개별여행 여행사 사장님이 알려준 정보 때문에 부러 온 건데. 원래는 용승에서 회화로 갈려다 온 건데 여행지정보는 있어도 여행정보가 적다.

점심은 역시 쌀국수. 맛이 계림에서 멀어질수록 영 아니다. 정보를 얻을 겸 주인아줌마에게 물어보니 말끝을 흐린다. "멀진 않아!…" 어쩌고, 중국식 거리감과 시간감은 한국의 수십 배가 되는 경우가 많다. 도대체 얼마나 멀다는 건지! "보통화(중국표준화)하는 거 귀찮아"라는 말도 한다. 흠! 이 동네 소수민족은 자기들 사투리만 쓰나?

a 계림으로 벗어날수록 기름양이 많아져서 맛이 점점 텁텁한 맛!

계림으로 벗어날수록 기름양이 많아져서 맛이 점점 텁텁한 맛! ⓒ 최광식


a 지역소수민족 건축, 여행예산과 시간여유가 있었으면 이삼일 묵으며 천천히 보고싶었는데.. 늘 아쉬움이 남는 거이 여행인것같습니다.

지역소수민족 건축, 여행예산과 시간여유가 있었으면 이삼일 묵으며 천천히 보고싶었는데.. 늘 아쉬움이 남는 거이 여행인것같습니다. ⓒ 최광식


배낭매고 알려준 길로 터벅터벅. 도대체 이 동네 사투리는 제대로 알아들을 수가 없다. 한 30분 '기차역'이 있다는 방향으로 걷다가 휘발유 넣는 곳에서 물어보니 "멀지 않아 걸어갈 수 있어!"라고 한다. 걸어갈려다 '중국식 거리감'과 '한국식 거리감'이 엄청 다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다시 물어봤다. "버스 있어? 얼마?" "버스 없어! 저거(다마스형 빵차)타면 3위안"이라고 한다. 몇 대 놓치고 결국 다마스크기의 승합차에 올라탔다. 기사까지 10명이다. 아니 11명이 탔다. 뒷좌석 4명 중간 4명(물론 아이 업고 탄 아주머니도 포함), 앞좌석은 기사포함 3명. 이 승합차 개발한 팀이 봤다면 감격, 아니 감동의 눈물을 흘렸을지도… 결국 간 거리는 십수 킬로미터다. 이럴 줄 알았어! 잘못했으면 한 3시간은 또 걸었어야 했다고(필자주: 중국은 대도시면 기차역이 최소한 3개에서 5개까지, 버스터미널도, 있습니다. 지역으로 내려갈수록 기차역과 시내와 거리가 길어집니다. 보통 버스나 택시로 30~40분 가야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기차로 여행하시는 분들은 꼭 시내까지의 교통편을 확인하시길 바랍니다. 대중버스가 있으니 불법영업차량보다는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기차시간을 먼저 확인 하기위해 기차역으로 간 건데, 우리나라 과거 비둘기호가 서던 역중 가장 작고 지저분했을 만한 역이 '삼강현'역이다. 몇 십분 기다려도 표 파는 창구가 열릴 생각을 안 한다. 결국 역무원 복장한 사람이 지나가기에 쫓아가 물어봤다. ‘나 한국인! 못 알아들어? 회화차 몇 시, 몇 대, 얼마?’라고 적어서 보여주니 "2시 40분 17위안 잉쭤(硬座) 2시에 표팔어!"라고 한다. 잉? 표를 새벽2시에 판다고? 미쳐 미쳐 마침 매점아줌마가 깔끔한 보통화로 거드는 걸 보고 물어봤다. "풍우교 여기서 얼마나 가야해!" "30Km" 헉! 왕복 60Km라고? 뭘 타고 가나. 흠. 일단 방 빌려서 짐 좀 내려놓고 풍우교 갔다 와서 잠 좀 자야지!

a 삼강현 기차역

삼강현 기차역 ⓒ 최광식


a 저녁을 빙자한 점심 10위안

저녁을 빙자한 점심 10위안 ⓒ 최광식


개중 좀 깨끗해 보이는, 중국기준에서, 여관 겸 식당에 가서 물어보니 '10위안'이라고 말한다. ‘좋아!' 방에 짐 내려놓고 내려오니 마침 비가 억수로 온다. 짭! 가지말자! 밥이나 먹고 자자 3시 반에 점심도 저녁도 참도 아닌 걸 먹었다. "10위안 값 알아서!"라고 하니 밥 한 공기, 돼지고기배추볶음, 배추탕을 내준다. 흠! 잘하네. 배추탕은 정말 시원하다. 맥주 한 병 추가.


새벽에 힘들 걸 생각해 눈 좀 붙이려고 방을 빌린 건데 한 시간이나 잤나? TV소리, 왜 1층TV소리가 2층에서 그렇게 생생히 들리는지 이해가 안 된다. 자동차 헤드라이트, 식당에서 떠드는 소리, 천둥번개, 비 오는 소리, 눅눅한 이불, 그리고 뜬금없이 내 방문 열려고 드는 알 수 없는 인간들! 휴우~ 잠자기에는 최악의 조건은 모두 갖춰있다. 띠~~ 안자! 눅눅함을 넘어 축축함에 가까운 이불속에서 한참 뭉겼다.

1층에 내려가서 보니 8시쯤 됐다. 에고! 아직 7시간 남았군. 표나 제대로 살수 있을지….

이번에는 '13위안'값 부탁. 계란 2개를 스크램블에그에 가깝게, 좋게 얘기하면, 만들고 3위안 추가한거다. 역시 맥주 한 병 추가.

a 새벽 2시 39분차

새벽 2시 39분차 ⓒ 최광식


비는 계속 내린다. 2층 여관방 척척하고 눅눅한 이불속에서 일기를 쓴다. 에고! 내일 오전에 '봉황(鳳凰)'에 도착할 수 있으려나? 짐 들고 내려가 곁불이나 쪼일까? 흠… 하루가 허무하게 스러진다.

11시에, 2시차라 12시쯤 알려달라고 분명 다짐까지 받았는데, 내려가니 불을 다 꺼져있고 문도 잠가 놓았다. 짭! 황당 곁불 좀 쬐고 나가려고 했는데, 닫친 문을 한 30분 두드리니 위에서 주인아줌마가 내려오며 역정이다. 이런 이런 적반하장이라더니.

11시 반 대합실에 도착하니 아무도 없다! 인기척에 놀라보니 누가 비닐거적을 덮고 자고 있다. 사실 사람이 제일 무서움을 느끼는 건 사람한테서이다. 에고 무서라!

a 삼강현 역 대합실. 오른쪽 구석의 나를 놀라킨 중국총각

삼강현 역 대합실. 오른쪽 구석의 나를 놀라킨 중국총각 ⓒ 최광식



<2월 12일 사용경비 내역>

ㅇ 이동비 : 없음
ㅇ 교통비 : 10 위안
용승 > 삼강 (버스, 10위안), 삼강 > 삼강현역(빵차, 3위안)
ㅇ 숙박비 : 10위안
역앞 여관, 2인실
ㅇ 식 비 : 26 위안
-아침 : 아침겸 점심 계림쌀국수 3위안
-점심 : 점심겸 저녁 10위안
-저녁 : 저녁을 빙자한 참 13위안
ㅇ 관람비 : 없음
ㅇ 잡 비 : 없음
ㅇ 총 계 : 46 위안
*계산편의를 위해 사사오입

덧붙이는 글 | ㅇ 이 글은 '인터넷한겨레-차이나21-자티의 중국여행(http://ichina21.hani.co.kr/)', 중국배낭여행동호회인 '뚜벅이 배낭여행(http://www.jalingobi.co.kr)'에도 올리고 있습니다. 

ㅇ 중국여행에 필요한 자료는 
'인터넷한겨레-차이나21-여행자료실(http://bbs.hani.co.kr/Board/tong_tourdata/list.asp?Stable=tong_tourdata)'을 참고하시면 됩니다. 

ㅇ '여행일기'라 평어체를 사용했습니다. 독자분들의 이해를 바랍니다. 제가 올리고 있는 '중국배낭길라잡이'의 내용을 실전에서 어떻게 사용하는지 잘 봐주시길.. 

ㅇ 중국어는 경어가 거의 없기에, 사실에 가깝게 번역했읍니다. 현장감있는 번역이라고 주장하고 싶군요. 

ㅇ '여행지정보'보다는 '여행정보'에 치중했습니다. 괜한 그리고 많은 '여행지'사진은 스포일러(영화결말을 말하는) 같아서. 

ㅇ 중국돈 1위안은 그 당시 여행할 때는 한국돈 130원(팔때 기준) 정도였습니다.

덧붙이는 글 ㅇ 이 글은 '인터넷한겨레-차이나21-자티의 중국여행(http://ichina21.hani.co.kr/)', 중국배낭여행동호회인 '뚜벅이 배낭여행(http://www.jalingobi.co.kr)'에도 올리고 있습니다. 

ㅇ 중국여행에 필요한 자료는 
'인터넷한겨레-차이나21-여행자료실(http://bbs.hani.co.kr/Board/tong_tourdata/list.asp?Stable=tong_tourdata)'을 참고하시면 됩니다. 

ㅇ '여행일기'라 평어체를 사용했습니다. 독자분들의 이해를 바랍니다. 제가 올리고 있는 '중국배낭길라잡이'의 내용을 실전에서 어떻게 사용하는지 잘 봐주시길.. 

ㅇ 중국어는 경어가 거의 없기에, 사실에 가깝게 번역했읍니다. 현장감있는 번역이라고 주장하고 싶군요. 

ㅇ '여행지정보'보다는 '여행정보'에 치중했습니다. 괜한 그리고 많은 '여행지'사진은 스포일러(영화결말을 말하는) 같아서. 

ㅇ 중국돈 1위안은 그 당시 여행할 때는 한국돈 130원(팔때 기준) 정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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