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로뇨의 어여쁜 성당 이글레시아 산 바르톨로메의 입구 천장 장식.김남희
이곳의 성당들을 둘러보다가 내 마음에 쏙 드는 어여쁜 성당을 만났다. 이글레시아 산 바르톨로메(Iglesia San Bartolome). 독특한 입구와 단순하면서 기품 있는 실내 장식, 적당한 규모가 나를 매료시키는, 지금까지 만난 교회 중에 가장 어여쁜 교회이다.
시내 중심가의 성당 네 개를 모두 둘러보고, 라우렐 골목(Calle Laurel)으로 간다. 북부 스페인 지방의 대표적인 간식거리라고 할 수 있는 타파(tapas)를 파는 작은 바로 유명한 골목. 너무도 작은 골목이라 하마터면 놓칠 뻔 했다. 작은 골목에 대여섯 개의 아주 작은 바가 자리 잡고 있다.
한 집에 들어가서는 바게트 빵 위에 새우를 얹은 타파와 야채 샐러드와 절인 멸치를 얹은 타파를 먹고 나와 다시 버섯 타파 한 가지만 한다는 집으로 갔다. 올리브 오일과 마늘, 소금을 뿌려 구운 양송이 위에 새우를 얹어주는 타파가 얼마나 맛있던지 타파 두 개에 스페인 토속주인 로제 와인까지 한 잔 곁들여 마셨다.
와인과 곁들여 타파를 먹는 나에게 주인 아저씨가 “그게 바로 제대로 타파를 먹는 법이야”라며 엄지손가락을 세워 준다. 아, 다른 사람도 아닌 내가, 혼자 바에서, 그것도 대낮에, 와인을 즐기게 될 줄이야! 이 즐거운 변화가 산티아고로 인한 거라면 기꺼이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다.
두 시간 넘게 시내를 둘러본 후 로그로냐를 떠나 다시 걷는다. 한 잔 와인으로 붉어진 얼굴을 하고, 살짝 감겨오는 취기에 몽롱해져서 걷는 길. 잠시 후 길가에 주저앉아 중얼거린다.
“돌팔이 의사 같으니라고! 열흘만 쉬면 괜찮아진다고? 꼬박 일주일이나 쉬고 왔는데 아직도 무릎이 아프잖아!”
오후 내내 무릎이 당기고 시큰거려 울고만 싶었다.
4시가 넘어서야 나바레떼(Navarrete)에 도착했다. 시내 중심부의 3유로짜리 알베르게에는 방이 없어 10유로짜리 사설 알베르게로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