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부동산정책 '헛발질' 버릇됐나

[取중眞담] '분당급 신도시' 대책의 허구... 강남 집값만 올려놓을 것

등록 2005.07.27 10:04수정 2005.07.27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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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정부가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사망 아니면 중상이다."

유시민 열린우리당 의원이 지난 14일 토지정의시민연대 주최로 진행된 '부동산 문제의 원인과 해법' 토론회 토론자로 참석해 이 같이 언급했다. 그는 공급확대론에 대해 분명히 반대 입장을 밝혔다. 투기수요는 달구어진 불판과 같아서 물 몇 잔 붓는다고 열을 식힐 수 없다는 게 그 이유였다.

원혜영 열린우리당 정책위의장 역시 6월 내내 언론 인터뷰를 통해 "단순한 공급 물량 확대는 400조 원이 넘는 투기나 투자 수요를 감안하면 물 한 바가지 더 붓는 것과 같다"며 공급확대론에 제동을 걸었다.

그런데 무슨 이유 때문인지 원혜영 정책위 의장은 26일 "강남과 인접성 있는 지역에 수십만 평 규모의 신도시를 건설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부작용이 큰 대규모 신도시 개발 대신 아파트만 짓는 소규모 신도시를 건설하는 게 합리적인 대안"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중대형 아파트 위주로 신도시를 건설해 공급부족에 따른 가격 상승만큼은 확실히 잡겠다"면서 구체적인 후보지로 강남구 일원동과 송파구 문정동 주변을 지목했다.

갑자기 나온 카드, 신도시 건설

a 판교 신도시 개발로 경기도 분당을 비롯한 경기도 5개 지역 집 값은 11조원, 강남은 23조원 가격이 폭등했다. 사진은 판교 일대 모습.

판교 신도시 개발로 경기도 분당을 비롯한 경기도 5개 지역 집 값은 11조원, 강남은 23조원 가격이 폭등했다. 사진은 판교 일대 모습. ⓒ 오마이뉴스 남소연

8월에 발표될 종합부동산 대책에 '강남 인근 미니신도시 건설'이 포함된다는 내용이 보도되자 이를 비판하는 여론이 높다.


'danmart '아이디를 가진 누리꾼은 "제2의 판교를 만들겠단 얘기군. 강남 아파트 값 또 두배 뛰겠군"이라며 비판했으며, 누리꾼 'dkrak009'는 "부동산 투기 잡는다는 데 신도시 개발? 투기꾼들한테 선거표 얻을려고 작정한 것도 아니고.."라며 비아냥 거렸다.

누리꾼들의 이런 비판은 전혀 근거 없는 주장이 아니다. 정부는 판교 신도시 건설로 강남 집값을 잡겠다고 호언했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경실련 아파트거품빼기운동 본부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판교 신도시 건설로 인해 분당, 용인, 수원, 동백, 동탄 등 주변 아파트 가격이 지난해 10월부터 5월까지 11조원이나 폭등했다. 그 뿐이 아니다. 판교 개발로 강남 4개구(강남, 강동, 서초, 송파)는 올 1월부터 5월말까지 아파트 가격이 총 23조원이나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끝 모르고 치솟는 판교 주변 부동산 가격은 결국 판교 분양 계획을 보류시켰고, 참여정부는 "모든 대책을 원점에서 재검토해 8월까지 대책을 내놓겠다"고 전향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이어 판교를 비롯한 공공택지의 공영개발과 보유세 강화 등의 정책이 검토되면서 부동산 시장은 일시적이지만 잠잠해진 상태다. 그러나 부동산 대책 발표를 앞두고 갑자기 나온 분당급 신도시 건설은 조용했던 부동산 시장를 다시 출렁이게 만들 공산이 크다.

건설업체나 정치권 일부에서는 공급확대론을 통해 부동산 가격을 안정화시킬 수 있다고 말하지만 이는 근거가 부족한 이야기다.

건설교통부에 따르면 2001년부터 2004년까지 공급된 아파트 물량은 250만 가구에 이른다. 90년대 초반의 200만 가구 건설을 상회하는 수치다. 여기에 주거용 오피스텔과 다가구주택을 포함하면 실질적 공급량은 300만 가구가 넘는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문제는 전체 가구 가운데 17% 이상만이 집을 2채 이상 보유하고 있으며, 전체 가구수의 1.7%인 29만 세대가 집을 5채~20채 이상 소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주택소유의 불균형 뿐 아니라 토지 소유 역시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돼 있다.

행정자치부가 15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총인구의 상위 1%인 48만 717명이 전체 사유지의 51.5%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으며, 상위 5%가 82.7%, 상위 10%가 91.4%의 토지를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상위 10%가 국토 대부분을 소유하고 있는 셈이다.

분당급 신도시 다시 투기열풍 몰고올 듯

a 열린우리당 원혜영 정책위 의장은 26일 '분당급 미니 신도시' 카드를 꺼내들었다. 사진은 공사가 한창인 경기도 화성 동탄 신도시.

열린우리당 원혜영 정책위 의장은 26일 '분당급 미니 신도시' 카드를 꺼내들었다. 사진은 공사가 한창인 경기도 화성 동탄 신도시. ⓒ 오마이뉴스 남소연

김병준 청와대 정책실장은 지난 3일 정부의 부동산 대책과 관련 "헌법을 바꾸는 정도로 힘을 들이지 않으면 바뀌지 않을 제도를 만들어 정책의 확실성을 높이도록 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는 특히 "참여정부가 끝나면 옛날로 돌아갈 것이다. 2년 반만 버티자'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계속 부동산 투기를 하고 있다"면서 헌법 같은 부동산 정책을 강조했다.

그러나 열린우리당이 갑자기 꺼내든 카드인 분당급 신도시 건설은 '2년 반만 버티자'는 사람들을 다시 부동산 투기시장으로 끌어들일 가능성이 높다. 송파구에서 부동산 중개업을 하는 홍아무개씨는 "송파구는 법조타운과 제2 롯데월드 호재로 서울에서 가장 부동산 유망지로 꼽히는 지역"이라면서, "정부가 이 지역에 신도시를 건설하겠다는 것은 넌센스"라고 지적했다.

신도시 예정지에서 만난 한 공인중개사의 이야기의 조금 더 노골적이다.

"만약 이번 부동산 대책 나오고 나면 얼마 지나지 않아 부동산 가격은 또 오를 수밖에 없다. 공급확대는 들어갈 수밖에 없을 것이고, 세금 정책 밖에 나올 게 없는데, 집값 오르면 세금은 좀 내면 되지 않느냐."

시장은 정부가 발표할 8월 부동산 정책을 숨죽이며 지켜보고 있다. 공영개발이나 개발이익환수에 대한 획기적인 대책 없이, 신도시를 통한 공급확대를 꺼내들 경우 실패는 자명하다.

'삼성 X파일' 사건 때문에 정치적으로 뒤숭숭한 시기를 틈타, 또 다시 공급론자들의 손을 들어준다면 참여정부의 미래는 없다.

덧붙이는 글 | <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 과정에서 겪은 일화나 미담을 후일담 형식으로 쓰는 코너입니다.

덧붙이는 글 <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 과정에서 겪은 일화나 미담을 후일담 형식으로 쓰는 코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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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시민은 기자다'라는 오마이뉴스 정신을 신뢰합니다. 2000년 3월, 오마이뉴스에 입사해 취재부와 편집부에서 일했습니다. 2022년 4월부터 뉴스본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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