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니 꽃이 먼저 미소짓네

소류지에 핀 수련 의 표정

등록 2005.07.28 19:58수정 2005.07.29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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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류지는 농업용수를 저장하기 위해 만든 담수용량이 적은 저수지를 말합니다. 재작년 구청(대전 대덕구)에서는 뒷산 자락 아래 이제는 논들이 없어져 딱히 할 일이 없어진 소류지에다 수련, 부들 등 환경친화적인 식물을 심고 사람들이 편히 쉬면서 관찰하기 좋도록 정자까지 지어 놓았습니다.

수련은 잎이나 꽃이 늘 물 표면에 떠있습니다. 밤이 되면 꽃잎이 오므라들어 마치 잠을 자는 듯하여 수련(睡蓮)이라고 부릅니다. 특별히 오시(낮 11~12시)에 피는 수련을 자오련, 미시(낮1~3시)에 피는 수련을 미초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그러니까 우리 동네 소류지에서 피는 수련은 낮 한 시에서 피어 세 시 쯤 오므라드는 미초 종류에 속하는 셈입니다. 이때를 놓치면 수련이 핀 풍경을 볼 수가 없지요.

비를 맞은 수련은 "청순한 마음"이란 꽃말에 어울리게 정말 아름다웠습니다.

늦여름 장마비 속에서
흰 꽃을 밀어올리는
수련을 보았습니다
사람이 만든 집과 집 속의 사람이
속수무책으로 젖고 있는데
한사코 자신의 야윈 몸 위로
화사한 꽃을 피우려 애쓰는
착한 모습을 보았습니다
비의 굵은 손바닥 후두둑 후두둑
세상의 등을 때려
큰 절집과 열세 채 작은 절집 품은
영축산 통도사도 단단한 결가부좌를 풀고
눅눅한 오수에 빠져드는데
산번지도 사라진 빈터
깨어진 돌확 속에서
단정한 앉음새로 앉아
가을이 오기 전에는 꽃을 피워야 한다는
그분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세찬 빗속에서도 제 이름 부르는 소리에
예, 라고 대답하며 수런거리는
수련의 소리를 들었습니다

정일근 시 '약속' 전문


김유자


김유자



김유자


김유자



김유자


김유자


김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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