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운호수로 놀러 오세요

[잉걸아빠가 사는 법 10] 비 갠 오후, 백운호수까지 걷다

등록 2005.08.03 02:21수정 2005.08.04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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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꼭 한 번 놀러 오세요.

꼭 한 번 놀러 오세요. ⓒ 이동환

그저께 월요일 오후, 밤부터 내리던 비가 잠깐 그친 뒤 뿌옇게나마 북쪽 하늘이 갰다. 아내한테 지나치게 낙천적이라는 소리를 항상 듣는 잉걸아빠 기분이 이상하게도 꾸물꾸물했다. 무슨 일이 있는 것도 아닌데 왜 그러지 싶어 곰곰 생각해보니 이즈막 통 운동을 못한 탓이었다. 맑든지 흐리든지,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늘 지나쳤는데 하늘 빛깔이 유난스레 우울하게 느껴졌고 영 마뜩찮았다.


"나가서 걷자! 움직여야 기분도 좋아지고 몸도 좋아지지."

사실 잉걸아빠는 아무리 바빠도 일주일에 두세 번 이상은 걷기운동을 거르지 않았다. 정 시간이 없으면 새벽 퇴근 뒤라도 꼭 걸었다. 의왕시 오전동 집에서 안양시청까지 왕복 두 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를 걷고 돌아오면 몸과 마음이 거뜬했다. 요즈막에 바쁘다는 핑계로 걷기를 거르다 보니 그새 늘어져 있었던 것이다. 두 말 필요 없이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카메라 챙겨 집을 나섰다. 걷자, 백운호수까지!

백운호수에 꼭 한 번 놀러 오세요!

의왕시 학의동에 있는 백운호수는 1953년에 완성된 인공호수다.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는 북동쪽의 청계산과 남동쪽의 백운산, 그리고 서쪽의 모락산이 만나는 지점에 백운호수가 있다(11만 평). 농업용수를 원활하게 공급하기 위한 원래 목적과 함께 지금은 가까운 지역 시민들의 휴식처로 더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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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동환

의왕시 오전동이나 고천동 쪽에서 가다보면 ‘모락산 산림욕장’을 만나게 된다. 잉걸아빠가 자주 오르는 등산로다. 백운호수 가는 길은 ‘묵배미길’ 이라고 쓴 표지판부터 시작된다고 할 수 있다. 묵배미는 우묵하게 패인 논배미를 이르는 말이다. ‘우묵배미의 사랑’이라는 소설과 영화를 기억하실 터. 물론 이곳이 작품 속 무대는 아니다. 우리 땅 어디를 가나 묵배미라는 이름은 널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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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동환

백운호수 가는 길부터 호수 언저리까지 음식점과 라이브카페가 즐비하다. 차와 음식을 이제 맛으로만 마시고 먹는 게 아니라 사람을 끌어당기는 겉볼안과 분위기도 중요한가 보다. 사진 왼쪽 위, 케케묵은 옛날 냄새 몰씬몰씬 풍길 것 같은 보리밥집은 저렴한 가격과 맛으로만 승부하는 정말 유명한 집이다. 겉볼안 따위 신경 안 써도 되는 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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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동환

백운호수 갈 때마다 잉걸아빠가 붙박인 듯 마당에 서서 감탄하는 집이다. 마당 앞이 바로 호수다. 버섯갓(菌傘)을 모개로 뒤집어쓴 모양새가 너무 정겨운 토담집인데 저런 집 짓고 저런 데서 사는 사람은 얼마나 좋을까. 물론 저 집이야 음식점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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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동환

비 갠 뒤, 잔뜩 안개 낀 백운호수다. 맑은 날도 좋지만 흐리면 흐린 대로, 아무 생각 없이 몸 담그고 싶을 정도로 품이 넉넉하다. 11만 평에 이르는 호수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탁 트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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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동환

호수 서남쪽 끝머리에 있는 물갈이 둑이다. 이곳에 앉아, 좔좔거리는 물소리를 듣노라면 세상 근심 따위 잠시나마 잊는다. 가슴만 시원한 게 아니라 묵은 체증까지 쑥 내려가는 느낌이다. 하염없이 물소리에 빠져들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백운호수까지 걷다가 만난 정겨움

하늘은 찌뿌듯했지만 밤새 물 머금은 풀이며 흙 모두 상큼했다. 가는 길 참참이 텃밭들을 만날 수 있었다. 등은 어느새 후줄근하게 젖어버렸다. 그러나 가는 곳곳 만나는 정다운 풍경들이 맑은 바람처럼 가슴을 씻어주었다.

a 매달린 고추가 어쩐지 실하지 않다. 밤새 내린 비와 살근살근, 지쳤나? ▲ 토란잎이 약 오르기 직전이다. 땅에 귀를 대보면 토실토실 오롯하니 살찌는 소리가 들릴 듯하다. ▲ 밤새 오신 비가 옥수수는 싫었는지 물먹은 수염이 무거운 듯 매가리 없다. ▲ 어느 집 뒤란에 놓인 항아리들. 담긴 장맛은 그냥 일품이겠다.

매달린 고추가 어쩐지 실하지 않다. 밤새 내린 비와 살근살근, 지쳤나? ▲ 토란잎이 약 오르기 직전이다. 땅에 귀를 대보면 토실토실 오롯하니 살찌는 소리가 들릴 듯하다. ▲ 밤새 오신 비가 옥수수는 싫었는지 물먹은 수염이 무거운 듯 매가리 없다. ▲ 어느 집 뒤란에 놓인 항아리들. 담긴 장맛은 그냥 일품이겠다. ⓒ 이동환

a 신난 건 논배미들이다. 물감이나 크레파스로는 저런 색깔 어림없다. 농약을 치지 않은 논이라 바람 불 때마다 상큼한 냄새가 코끝에 감기는 게 너무 정겹다. 모가지를 곧추 세운 벼들이 의기양양, 손가락을 대보면 스윽, 밸 것만 같은 서슬이다.

신난 건 논배미들이다. 물감이나 크레파스로는 저런 색깔 어림없다. 농약을 치지 않은 논이라 바람 불 때마다 상큼한 냄새가 코끝에 감기는 게 너무 정겹다. 모가지를 곧추 세운 벼들이 의기양양, 손가락을 대보면 스윽, 밸 것만 같은 서슬이다. ⓒ 이동환

a 어느 화원 마당에 사피니아가 지천이다. 잔뜩 흐린 날씨에 더욱 돋보이는 앙칼진 분홍 색깔을 보니 정신이 번쩍 난다.

어느 화원 마당에 사피니아가 지천이다. 잔뜩 흐린 날씨에 더욱 돋보이는 앙칼진 분홍 색깔을 보니 정신이 번쩍 난다. ⓒ 이동환

a 이 꽃 이름, 누가 알면 좀 가르쳐주세요. ‘고흐’ 그림에서나 느껴봄직한 약간 붉은빛을 머금은 노란색, 그 끈적끈적한 열정에 빠져 잉걸아빠는 한동안 자리를 뜨지 못했다.

이 꽃 이름, 누가 알면 좀 가르쳐주세요. ‘고흐’ 그림에서나 느껴봄직한 약간 붉은빛을 머금은 노란색, 그 끈적끈적한 열정에 빠져 잉걸아빠는 한동안 자리를 뜨지 못했다. ⓒ 이동환

덧붙이는 글 | 걷기는 두 말 필요없이 좋은 운동입니다. 저도 8월 들어 새롭게 다짐했습니다. 아무리 바빠도 일주일에 두세 번씩은 꼭 걷자고요. 여러분도 걸어보세요. 그리고 시간 날 때 백운호수에 한 번 놀러 오세요.

자가용 타고 오실 때 :
과천에서 군포방향으로 오세요. 인덕원사거리에서 좌회전하시면 2.5km 지점에 백운호수 표지판이 보입니다. 거기서 우회전해 1km 정도만 더 들어오시면 됩니다.
사당 → 인덕원사거리 → 백운호수(14km, 25분 걸림).
수원 쪽에서 오시는 분들은 의왕시 고천에서 우회전해 표지판 보고 차 한 잔 마실 시간이면 도착하지요. 

대중교통을 이용하실 때 :
4호선 전철 인덕원역 2번 출구로 나와서 농업기반공사 쪽을 보시면 30분마다 한 번씩 도는 백운호수 행 마을버스가 있습니다. 마을버스는 인덕원사거리에서 의왕시 ‘선병원’까지 운행 되지요. 인덕원사거리에서 백운호수까지는 15분밖에 안 걸립니다.
좌석버스 → 서울 명동 신세계백화점 앞에서 ‘고천’ 행 버스를 타고 인덕원사거리에서 내리세요. 위에 설명한 마을버스를 타시면 됩니다(고천 행 좌석버스 배차시간 5분 간격, 인덕원사거리까지 40분 정도 걸림).

덧붙이는 글 걷기는 두 말 필요없이 좋은 운동입니다. 저도 8월 들어 새롭게 다짐했습니다. 아무리 바빠도 일주일에 두세 번씩은 꼭 걷자고요. 여러분도 걸어보세요. 그리고 시간 날 때 백운호수에 한 번 놀러 오세요.

자가용 타고 오실 때 :
과천에서 군포방향으로 오세요. 인덕원사거리에서 좌회전하시면 2.5km 지점에 백운호수 표지판이 보입니다. 거기서 우회전해 1km 정도만 더 들어오시면 됩니다.
사당 → 인덕원사거리 → 백운호수(14km, 25분 걸림).
수원 쪽에서 오시는 분들은 의왕시 고천에서 우회전해 표지판 보고 차 한 잔 마실 시간이면 도착하지요. 

대중교통을 이용하실 때 :
4호선 전철 인덕원역 2번 출구로 나와서 농업기반공사 쪽을 보시면 30분마다 한 번씩 도는 백운호수 행 마을버스가 있습니다. 마을버스는 인덕원사거리에서 의왕시 ‘선병원’까지 운행 되지요. 인덕원사거리에서 백운호수까지는 15분밖에 안 걸립니다.
좌석버스 → 서울 명동 신세계백화점 앞에서 ‘고천’ 행 버스를 타고 인덕원사거리에서 내리세요. 위에 설명한 마을버스를 타시면 됩니다(고천 행 좌석버스 배차시간 5분 간격, 인덕원사거리까지 40분 정도 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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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이 커서 '얼큰샘'으로 통하는 이동환은 논술강사로, 현재 안양시 평촌 <씨알논술학당> 대표강사로 재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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