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삼성 불법' 증거 이미 갖고있다"

[인터뷰] 김기식 참여연대 사무처장 "98년 이회성 공소장을 봐라"

등록 2005.08.03 09:11수정 2005.08.04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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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김기식 참여연대 사무처장.(자료사진)

김기식 참여연대 사무처장.(자료사진) ⓒ 오마이뉴스 이종호

"검찰은 이미 이학수-홍석현의 대화에 나오는 삼성의 불법행위를 입증하는 증거자료를 갖고 있다. 확신한다."

지난 7월 25일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과 이학수 구조조정본부장 등을 업무상 배임·횡령 등의 혐의로 고발한 김기식 참여연대 사무처장의 주장이다. 지난 98년 세풍 수사 당시 이미 검찰이 삼성의 불법대선자금 전달 루트를 모두 확인했다고 보기 때문이다.

김 처장은 2일 <오마이뉴스>와 인터뷰에서 "검찰이 작성한 이회성(이회창의 동생)씨 공소장을 보면 '삼성그룹이 신세계백화점을 통해 수집한 10만원권 수표 1만매 합계 10억원을 교부받았다'는 문구가 나와 있다"고 강조했다. 바로 '삼성-홍석현-이회성'으로 이어지는 커넥션 일부가 이미 그때 드러났다는 것이다.

그는 "이번 X파일을 통해 당시 검찰 공소장에 나와 있던 삼성그룹과 관련된 자금전달 통로가 더욱 명확해졌다"고 주장했다. 그는 "(도청테이프에서) 이회창씨가 이회성을 (돈전달 루트로) 지목하고, 홍석현이 돈을 전달하기로 했다는 발언이 있다"며 "돈을 전달한 시점(97년 9월)도 이회성씨 공소장 내용과 정확히 일치한다"고 지적했다.

김 처장은 "공소장에 이렇게 쓰려면 적어도 삼성구조조정본부의 누가, 신세계백화점 누구에게 부탁했고, 또 신세계백화점의 누가, 10만원권 1만매를 어떻게 모아, 삼성구조본의 누구에게 전달했는지를 (검찰이) 다 조사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결국 돈을 모아준 삼성구조본의 주체와 돈을 전달한 주체를 검찰은 이미 알고 있다는 셈이고, 검찰의 이같은 공소장 내용은 X파일에 나오는 '이학수-홍석현' 대화가 사실임을 뒷받침하는 가장 확실한 증거라는 게 김 처장의 판단이다.

그는 최근 불법도청 수사 주체로 거론되는 특검이나 제3의 민간조사기구에 대해서는 강한 반대의 뜻을 밝혔다. 지금 특검 등이 논의된다면 오히려 불법을 저지른 검찰과 정계, 재계가 원하는대로 진실이 묻혀버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a 98년 세풍 사건과 관련한 이회성씨에 대한 공소장 중에서 삼성과 관련된 부분.

98년 세풍 사건과 관련한 이회성씨에 대한 공소장 중에서 삼성과 관련된 부분. ⓒ 오마이뉴스 자료사진


다음은 김 처장과의 일문일답.

"98년 이회성 공소장이 '삼성 X파일' 대화내용 증거"


- 정치권 등에서는 검찰이나 특검이 아닌 제3의 민간조사기구가 불법도청 내용에 대해 조사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특검은 (검찰수사가 끝나고 나면) 불가피한 과정이 될 것이라고 본다. 하지만 특검이든 제3의 민간조사기구든 지금 쟁점화 되는 것은 부적절하다. 이는 (삼성의 불법 대선자금 등) 도청테이프 녹음내용을 수사하고싶지 않은 검찰에게 수사를 안할 수 있는 명분만 줄 가능성이 높다."

- 특검이나 제3의 민간조사기구 논의 자체가 진실을 밝히는데 걸림돌이 된다는 뜻인가.
"지금 (X파일 사건은) 이학수-홍석현의 대화내용은 뒷전으로 밀리고 274개 테이프를 공개할 것이냐 말 것이냐, 혹은 누가 수사를 할 것이냐 등으로 (초점이) 바뀌었다. 최초 테이프에 등장하는 삼성-검찰-정치권이 가장 원하는 상황이다. 특검 등을 제기하는 것은 이학수-홍석현 대화내용이 검찰 수사를 통해 확인되기도 전에 다른 문제로 초점을 이동시키는 일이다."

- 검찰은 불법도청 외에 테이프 내용에 대해서는 수사하지 않고 싶어한다는 뜻인가.
"그렇다. 검찰은 지금 무엇보다 특검이나 민간조직의 조사를 원하고 있다고 본다. 검찰은 불법도청 부분만 수사하다가 특검이나 민간조사기구가 가시화 되면 이번 수사를 그쪽으로 명분 있게 떠넘기고 손을 털고 싶어한다. 검찰은 불법 대선자금 등의 내용을 수사할 의지가 없다고 본다. 이 사건을 공안부에 맡긴 것 자체부터 수사할 의지가 없다는 뜻이다."

- 검찰은 실정법을 명백하게 위반한 불법도청부터 먼저 처리한 뒤 테이프 내용을 수사하겠다는 것인데.
"말이 안된다. 불법도청 테이프 제작과 유포 과정에 대한 수사대상과 그 대화내용에 나오는 불법적 부분에 대한 수사대상은 명백히 다르다. 불법도청과 불법 대선자금, 뇌물공여 등의 수사는 동시에 병행돼야 한다. 도청 수사를 하면서 삼성에서 돈 받은 검찰도 함께 수사하면 된다. 또 이학수나 홍석현을 불러서 (불법 대선자금도) 같이 수사해야 한다."

"검찰, 불법도청 내용수사 손 털고 싶어한다"

- X파일에는 검찰 수뇌부의 뇌물수수 내용도 포함돼 있다. 따라서 검찰이 수사한다는 사실을 못 미더워 하는 국민들도 있다.
"검찰 최고위 간부가 연루됐다고 해서 검찰이 그 간부를 봐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만약 그러면 검찰이 죽는 거다. 검찰의 많은 젊은 검사들은 이번 사건을 매우 치욕적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검찰 간부들이 특정 재벌기업의 관리대상이 돼 돈을 받고 '삼성 장학생'이라고 불리는 상황에 대해 대단히 분개하고 자존심 상해할 것이다. 젊은 검사 스스로가 환부를 도려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지 않겠나."

- 삼성 X파일은 세풍, 97년 불법 대선자금과 관련돼 있다. 테이프 내용이 진실이라는 것을 확신하는가.
"검찰은 이미 이학수-홍석현이 나눈 대화에 나오는 삼성의 불법행위를 입증하는 증거자료 일부를 가지고 있다. 확신한다."

- 무슨 근거로 말하는 것인지.
"98년 검찰이 작성한 이회성씨 공소장에 보면 '97년 9월 초순경 삼성그룹으로부터 동 그룹이 신세계백화점을 통해 수집한 10만원권 수표 1만매 합계 10억원을 교부 받는 등 대선자금 조달에 노력했다'는 내용이 나온다. 이는 (X파일이 97년 4월과 9월에 도청된 내용이라는 점을 볼 때) 테이프 내용의 논의가 말로 끝난 것이 아니라 실행됐다는 확실한 증거가 된다. 테이프에서 이회창씨가 이회성을 (돈 전달 루트로) 지목하고, 홍석현이 돈을 전달한다고 나온다. 돈을 전달한 시점도 정확히 일치한다."

- 검찰도 X파일 테이프 내용이 사실이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다는 얘긴가.
"공소장에 신세계백화점, 10만원권, 1만매 등 자세히 명시됐다는 것은 이미 검찰이 다 조사했다는 거다. 공소장에 쓰려면 적어도 삼성구조본의 누가, 신세계백화점 누구에게 부탁해서, 신세계백화점의 누가, 10만원권 1만매를 어떻게 모아서, 삼성구조본의 누구에게 전달했는지를 다 조사했어야 한다. 즉 검찰은 이미 조사를 했고, 증거자료를 다 가지고 있다. 검찰이 삼성의 뇌물 공여사건 증거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공소장의 한 문장이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a 지난 7월 28일 시민사회단체 대표들이 엄정한 검찰의 삼성 X파일 수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지난 7월 28일 시민사회단체 대표들이 엄정한 검찰의 삼성 X파일 수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X파일, 위법했으나 합헌적인 보도였다"

- X파일 내용 중 기아차와 관련해 YS나 DJ도 조사해야 한다고 보는가.
"법은 만인 앞에 평등해야 한다. 왜 전직 대통령, 재벌 총수라고 해서 혐의가 분명한데 소환조사도 안하고 봐줘야 하나. 이미 전직 대통령인 전두환, 노태우를 법의 심판대에 올린 적 있다. 다만 나중에 처벌 수위는 국민 여론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본다."

- 전직 대통령들이나 이건희 회장, 이회창씨 등이 고해성사를 한다면?
"물론 이런 정도 상황에서는 이건희 회장이나 당사자들이 진상을 스스로 공개해야 한다. 다만 그 고해성사가 사법처리를 면하기 위한 쇼가 돼서는 곤란하다. 반대급부란 없다. 사과에는 진상 공개가 전제돼야 한다. 지난번처럼 삼성이 사실도 인정 안하고 아무 죄도 없는 임직원들 명의로 사과하는 오만방자한 행태를 보이면 안된다. 불법은 총수와 가신들이 했는데 왜 열심히 일한 임직원들이 사과하는가."

- 이미 알려진 X파일뿐 아니라 이번에 발견된 274개의 테이프 내용을 모두 공개해야 한다는 주장도 거세다.
"공개 내용은 구분해야 한다. 공인이라고 하더라도 사생활과 관련된 부분은 공개해선 안된다. 공개해야 하는 내용은 '공인의 공적인 영역에서의 불법행위'에 한정돼야 한다. 전면 공개는 안된다. 공개 주체도 언론과 검찰이어야 한다. 언론은 국민의 알권리 차원에서 보도하고, 검찰은 공인의 공적인 영역에서의 불법행위를 수사하고, 그 결과를 발표하는 형식을 빌려 공개해야 한다."

- 국정원 등에서는 274의 테이프 내용이 공개되면 엄청난 혼란이 올 것이라고 보고 있는 것 같다.
"사회적 혼란이라는 것은 불법행위를 저지른 사람들의 혼란이다. 국민들에게는 혼란이 아니다."

- 삼성 X파일을 유출한 MBC나 이상호 기자가 검찰 조사를 받아야 한다고 보는가.
"이상호 기자는 당당히 검찰 조사에 응해야 한다고 본다. 이번 사건은 예전 총선에서의 낙선운동과 비슷하다. 통신비밀보호법 등 실정법은 위반했지만 헌법에 포함된 국민의 알권리 보장을 위한 행위였다. 말하자면 위법했으나 합헌적인 보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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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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