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유목하는 행복 게릴라 부부"

‘행복의 가치전환 시대를 사는 서른 살 부부의 新행복론’

등록 2005.08.05 12:41수정 2005.08.05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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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신세계연구원

강원도 산골 오두막집에서 홀로 삶을 누리고 있는 법정(法頂)스님은 ‘무소유의 삶’을 실천하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서울시내 도심에 자리하고 있는 성북동 길상사(吉祥寺) 회주자리에서 물러나 자연에 동화된 삶을 찾아 나선 스님은, 풍족하고 복잡한 현대사회를 참답게 살아가려면 오히려 ‘가급적 적게 소유하고, 적게 듣고, 적게 보고, 적게 먹으라‘고 권유한다.

자연생태환경에도 관심이 높은 이러한 스님의 삶과 가르침은 로하스(Lifestyles Of Health And Sustainability)니 참살이(Well being)니 하는 요즘 사회문화적인 흐름 가운데 우리에게 시사해 주는 바가 크다. 최근 들어선 아예 시골로 삶의 보금자리를 옮기는 귀농현상이 증가하고 있고, 미래 삶에 대한 욕심보다는 현재생활에서 행복과 만족을 찾고자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전북 무주 한 산골마을에 보금자리를 틀고 자연 속에서 남다른 삶을 누리고 있는 결혼 4년차 서른 살 부부의 잔잔한 이야기가 최근 한권의 책으로 선보였다. 이들 부부는 서울대와 카이스트를 졸업한 이력에서 풍기는‘인텔리’라는 도회적인 인식과는 달리, 장래가 보장된 미래를 버리고 시골생활에서 소박한 삶의 가치와 행복을 찾고 있다.

‘행복의 가치전환 시대를 사는 서른 살 부부의 新행복론’이라는 부제가 붙은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는 이 독특한 서른 살 부부가 시골생활을 통해 부부간의 신뢰관계를 성숙시켜가는 과정과 보통 부부와는 사뭇 달라 보이는 삶에 대한 통찰과 자신들의 가치관을 실행해 옮기며 자연에 적응해 가는 과정이 살갑게 전해져 오는 책이다.

‘빈중충만(貧中充滿), 모든 게 넉넉하고 편안하기만 해야 행복한 것이 아니라 적당히 불편하고 모자란 중에 더 진한 행복을 느낄 수 있다’는 이들 부부의 삶은 올해 초, 한 방송사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 5부작으로 소개된 적이 있었다. 필자 또한, 당시 이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잔잔한 감동을 느낀 바가 있었다.

도시에서 자란, 막 쪄낸 서른 살 부부가 억센 산골생활에 적응해 가는 과정이 신선한 자극을 주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모든 것을 자급자족해야 하는 산골에서 스스로 밭을 일구고, 닭을 기르며 땔감으로 난방을 해결하는 등 억척스럽게 적응해 가는 젊은 부부의 이야기는 지금도 기억에 새롭다.

이번에 책으로 소개된 이들 부부의 이야기는 하나의 인연으로 만나 ‘엽기적인 결혼식’을 올리고 자연에 묻혀 살고자 했던 ‘서로 너무 닮았지만 또한 다를 수밖에 없었던’ 두 부부의 가치관이 서로 상생하는 방법과 그 과정을 더욱 자세하게 엮어 나갔다.


평소 남매 같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닮은 외모의 내면에 존재하던 서로 다른 성향과 가치관은 오히려 이 부부가 녹록치 않은 시골생활을 살아가는데 서로 보완관계를 형성한다. ‘우리의 생각은 서로 틀린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것일 뿐’이라며 타인의 취향을 존중해 주는 부부의 지혜는 대자연의 넉넉한 품과도 닮아 있다.

“사람이 존재한다는 것(being)은 사실 어떤 식으로 만날지 모르는 죽음을 향해 끊임없이 가고 있는 것(going)과 같은 것이다. 그런 점에서 살아간다는 것은 죽어가는 것이고 그 본질은 그저 가고 있는 것(going)인지도 모른다. 삶이라는 길을 가다가 어느 순간 그 길의 끝자락에 도달했을 때, 스스로에게나 떠나보내는 사람에게나 편안하게 아쉬움 없이 그 길을 마무리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마지막 눈감는 순간에 빙긋이 웃을 수 있는 그런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는 이 부부는 현재의 삶 가운데 행복과 만족을 꿈꾸는‘잘 살고 잘 돌아가기 (Well going)’를 소망한다.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이러한 삶을 살기위해 이들 부부가 터득한 몇 가지 삶의 지혜는 이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주는 하나의 보너스다.

각 장을 마무리하는 단계에 소개된 ‘시골가기 대작전 5가지’, ‘부부의 유목하는 마음가짐 5가지’, ‘이보다 더 불행할 수 없는, 행복의 엉덩이를 차는 10가지 습관’등은 행복의 가치전환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 부부의 단순하지만, 남다른 가치관을 설명하고 있다.

“우리에겐 함께 살아간다는 말과 함께 여행하고 있다는 말이 더 잘 어울린다. 어찌 보면 어머니의 뱃속에서 나와 세상을 살다가 흙으로 돌아가기까지의 삶이란 끊임없이 새로운 곳을 찾아다니는 여행과 같은 것인지도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나무네 집에 정착을 한 것이 아니었다. 아내와 나의 공통점은 유목민적인 기질이 강하다는 것이다. 우리는 행복을 찾아 어디로든 떠날 준비가 되어 있는 유목하는 행복 게릴라라고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다.”

책의 에필로그를 장식하고 있는 이들 부부의 유목하는 행복 게릴라 부부론은 요즘 추세로 보았을 때 결코 특별하거나 소수의 사람만이 체득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이미 우리는 이러한 행복에 대한 가치전환시대의 중심에 접어든 시대를 살고 있기 때문이다.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박범준.장길연 지음, 서원 사진,
정신세계원,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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