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대학들을 보면 작은 도시 한가운데 여러 개의 건물로 이루어져 있는 곳이 많다. 함양 초등학교에는 차길 건너 우체국이, 대각선 지역에 커다란 정자 학사루가 있다. 학교는 마을과 벽 없이 소통하며 자란다.박태신
학교 건물과 그 앞 작은 산책로를 지나면 바로 차길! 아! 도시 몇 군데 대학교에서 진행 중인 담장 없애기 사업이 이곳에서도 있었던 것일까 싶었습니다. 군청과 학교 건물 사이의 샛길로 들어서니 드디어 운동장이 나왔습니다. 그런데 저 멀리 맞은편도 담장 없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수많은 아이들이 운동장에 나와 뛰어놀고 있었습니다. 태엽이 탱탱하게 감긴 인형처럼 뛰어놉니다. 태엽이 풀릴 때까지 내버려 두어야 할 아이들... 산이 멀리 보이는, 담장 없는 학교 운동장에서 아이들이 뛰어놀고 있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습니다. 주변에 막힘이 없어 뛰어놀기도 잘하는 것 같습니다.
그 아이들 속으로 들어가 잠시 있어 보았습니다. 제가 학교 건물을 찍고 있으니 한 남자 아이도 디지털 카메라로 그런 내 모습을 찍습니다.
늦은 점심을 먹고 버스로 10여 분 거리에 있는 정여창 고택에 가려고 공용터미널에 갔습니다.
지방 소도시의 시내, 시외 버스터미널은 하나의 출발선상이 되곤 합니다. 숙박을 하며 머물 경우, 한 고장의 여러 장소를 이 곳을 거쳐 오고 가곤 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버스 터미널에는 여러 번 오게 되고, 주변 동네도 익숙해지게 됩니다. 다음 코스와의 시간 안배도 하게 되고요. 사실 금방 머물다 가는 곳이고 낯선 사람들만 있는 곳이라 친숙해지기 어려운 곳인데 이런 곳을 잘 활용하는 방법은 없을까 생각해 봅니다. 여행지에 대한 정보도 구하고, 차 시간도 알아 두고, 지도도 구하고, 잠시 TV도 시청할 수 있습니다.
2002년 월드컵 때 안동, 울진을 돌고 있었는데 그 다음 목적지인 동해의 시외버스 터미널에서 한국과 스페인 경기를 시청했습니다. 홍명보 선수가 승부차기를 마지막으로 성공하고 두 손 들고 뛰는 모습을 그때 보았습니다.
시골 버스 안 풍경은 도심의 그것과 사뭇 다릅니다.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많으시고 들고 내리는 짐도 많습니다. 이런 분들이 정류장에서 타거나 내릴 때 기사 아저씨들이 배려해 주시는 것은 물론입니다. 안면을 트고 지내는 것도 다반사구요.
작년 여름 때 제천에서 버스를 탔는데 손님이 저밖에 없어서 기사 아저씨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사방이 트인 녹색물결 사이 도로를 달리는 기분이 좋을 것 같은데 정작 버스 운행은 적자를 면치 못한다는 말을 긴하게 들었습니다.
정여창 고택은 지곡면 개평마을이라는 곳에 있습니다. 버스에서 내려 한적하고 잘 포장된 길을 걷습니다. 한 초등학교가 있었습니다. 들르지 않을 수 없지요.
작은 마을치고는 꽤 컸습니다. 알고 보니 통합된 학교였습니다. 지곡 초등학교로 불리다 배재 초등학교로 통합되었다고 합니다. 1층 한 교실이 유치원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