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복더위에 끝없는 설원을 날다

발트해 기행<1> 발트해 상공에 펼쳐진 운해

등록 2005.08.07 13:50수정 2005.08.08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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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비행기 차창 너머로 장쾌하게 펼쳐진 운해

비행기 차창 너머로 장쾌하게 펼쳐진 운해 ⓒ 한석종

5년 전 결혼 10주년을 기념하여 발트해 기행을 계획했는데 5년을 훌쩍 넘어선 지난달 24일에야 실행에 옮겼다. 나는 언제부턴가 발트해 주변 국가인 덴마크, 노르웨이, 스웨덴, 핀란드에 대하여 왠지 지상낙원처럼 느껴져 오던 터였다.

그러므로 발트해를 향하는 아내와 나는 설레는 마음을 결코 숨길 수 없었다. 아침일찍 떠나는 우리를 배웅하던 아이들은 "우리를 안 보니까 그렇게도 좋아?" 하며 섭섭함을 노골적으로 토로했다. 우리는 먼저 러시아 모스크바를 경유하여 덴마크 코펜하겐으로 가는 코스를 잡았다.


a 바람을 타고 쏜살같이 흐르는 변화무쌍한 뭉게구름

바람을 타고 쏜살같이 흐르는 변화무쌍한 뭉게구름 ⓒ 한석종

서울의 날씨는 중복을 지난 터여서 그야말로 푹푹찌는 무더위가 맹위를 떨치고 있을 즈음 발트해 주변국의 기후는 선선한 우리나라 초가을의 날씨이므로 긴팔 옷을 별도로 준비해야 한다는 인솔자의 이야기를 듣고 우리의 마음은 이미 가을로 물들고 있었다.

비행기 좌석은 운좋게도 창가쪽이었다. 모스크바까지는 9시간 가량이 소요될 예정이었으므로 차분히 눈을 감고 잠을 청했다. 하지만 지상낙원(?)에 대한 기대감이 커서 그랬을까? 도통 잠이 오질 않았다.

a 한떨기 구름이 산처럼 우뚝 솟았다.

한떨기 구름이 산처럼 우뚝 솟았다. ⓒ 한석종

운신의 폭이 없는 비좁은 비행 공간속에서 9시간을 견디기란 쉽지 않았다. 그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서 조그마한 창 커버를 열자 눈 앞에 새로운 세상이 펼쳐져 있었다.

뭉개구름이 끝없는 바다를 이루며 그야말로 무릉도원 별천지의 파노라마가 펼쳐져 있었던 것이다. 그 눈부신 광경을 보자 그 동안의 답답함은 이내 사라지고 우리나라 한여름의 무더위에 지친 심신이 일순 맑아져 온 느낌이 들었다.

스칸디나비아 반도와 유럽대륙 사이에 낀 내해인 발트해에 인접한 주변국의 여름은 백야현상으로 밤늦게까지 해가 지지 않는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밤 11시면 깜깜한 한밤중일텐데 이곳의 뭉개구름으로 뒤덮인 운해는 마치 넓은 평원의 설원에 밝은 햇살이 비추듯 눈부시게 빛나고 있었다.


a 뭉게 구름이 서서히 띠를 이루는 모습

뭉게 구름이 서서히 띠를 이루는 모습 ⓒ 한석종

처음에는 뭉게 구름이 군데 군데 피어오르더니 얼마를 지나자 그 뭉게 구름이 끝간데 없이 이어졌고 드디어 북극의 끝없는 평원의 설원을 연상케하는 운해가 온 하늘을 뒤덮었다.

이것이 운해냐, 설원이냐?


a 뭉게구름이 서로 엉켜 거대한 바다를 이루고 있다.

뭉게구름이 서로 엉켜 거대한 바다를 이루고 있다. ⓒ 한석종

발아래 펼쳐진 운해의 황홀경에 창문을 박차고 뛰어 내리고 싶은 충동이 강하게 일었지만 그러기에는 아쉽게도 비행기 창문이 너무 작았다. 하지만 한번 산란한 마음을 가눌길 없어 애꿋은 카메라 셧터만 연신 누르고 말았다.

어느덧 비행기 탑승하기 전 마음속에 열대야를 이루던 온갖 상념들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발트해의 신선하고 맑은 대자연이 눈 앞에 아른거려왔다.

a 마치 세찬 눈보라를 뚫고 힘차게 항진하는 모습처럼 보인다.

마치 세찬 눈보라를 뚫고 힘차게 항진하는 모습처럼 보인다. ⓒ 한석종


a 눈 덮인 평원을 연상케하는 운해

눈 덮인 평원을 연상케하는 운해 ⓒ 한석종


a 이것이 설원인가, 운해인가? 저 끝간데 없이 펼쳐진 설원을 달리고 싶다!

이것이 설원인가, 운해인가? 저 끝간데 없이 펼쳐진 설원을 달리고 싶다! ⓒ 한석종


a 서서히 걷혀가는 구름사이로 구비구비 강물이 흐르고 있다.

서서히 걷혀가는 구름사이로 구비구비 강물이 흐르고 있다. ⓒ 한석종


a 무릉도원이 서서히 걷히고 인간세상이 엿보인다.

무릉도원이 서서히 걷히고 인간세상이 엿보인다. ⓒ 한석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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