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 속의 오름 2개의 분화구를 찾아서

[비양도 3시간 체류기③] 머루 따서 입에 물고 비양봉에 올라

등록 2005.08.08 17:24수정 2005.08.08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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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강임

파도를 날개삼아 비양봉에 오르며

비양도 마을 한가운데에 자리잡은 고목나무 아래에서 섬사람들의 살아가는 얘기를 듣는 순간, 또 한 척의 배가 들어왔다. 대부분 비양도를 찾는 사람들은 '섬 속의 섬의 환상'에 젖어 육지를 떠나온 사람들이다.


김강임
"비양봉에 올라가려면 어디로 가야 되죠?"

비양봉 등반로를 묻는 질문에 섬 마을 아낙은

"싹싹 더운 디 뭘 볼 꺼 있다고 산에 올람수꽈? 그냥 쉬엉가지."

마을아낙의 염려는 우리들의 마음을 너무 몰라준다. 파도를 날개 삼아 비양봉을 훨훨 날아 가고 싶은 마음을.

고목나무 아래에서 수박 한 조각에 땀을 식힌 우리 일행은 서둘러 배낭을 짊어졌다. 그리고 호박꽃이 피어있는 마을 안 길을 따라 콩밭을 지나 고구마 넝쿨이 뿌리를 내리고 있는 언덕으로 올라갔다.


김강임
섬 속의 오름 비양봉

해발 114m, 섬 속의 오름 비양봉. 전설처럼 바다 한운데 떠 있는 이 섬을 두고 왜 사람들이 '화산섬'이니 '중국에서 떠내려온 섬'이니 하며 의견이 분분한지 알 것만 같았다. 그리고 이 섬의 지붕인 비양봉의 봉우리에는 무엇이 있을까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비양봉으로 오르는 등반로는 그리 평평하지만은 않았다. 우거진 수풀, 사람들이 많이 다니지 않은 길, 그리고 등산로에 피어나는 야생화. 그러나 우리들의 발걸음은 빨라졌다.

좁은 길을 오르면서 자꾸만 뒤를 돌아본다. 해무가 뿌옇게 낀 바다에 에메랄드빛 바다풍경을 기다리는 행자의 마음. 그 행자의 마음에 산포도 머루는 포만감을 안겨다 주었다.

김강임
머루 따서 입에 물고

이육사의 '청포도'를 생각할 만큼 토실토실 여물어 가는 머루. 우리 일행은 산삼을 캔 것처럼 들뜬 마음으로 머루를 따서 입에 물었다. 설익은 머루에 무슨 단맛이 날까. 그러나 그 모루의 새콤한 알싸함은 아마 바다를 통째로 마시는 기분일 게다. 그리고 모두가 내 뱉은 말은 "맛있다"라는 거짓말이다.

김강임
좁은 섬 마을에는 풍요가 넘쳐흐른다. 이름을 알 수 없는 열매들이 익어 가는 7월의 비양봉. 무지개 빛 야생화가 지천을 이루는 섬 속의 섬. 바닷바람에 흔들거리며 비양봉을 오르는 기분.

김강임
조금은 가파른 등반로는 땀방울을 맺게 한다. 뒤돌아보면 그 자리에 서 있는 것 같은데도 멀리 등대가 가물거리는 것을 보니 꽤 많은 길을 걸어 왔나 보다.

김강임
출발한지 25분 후 드디어 한 개의 분화구가 보이기 시작했고, 그 봉우리 위로 하얀 등대가 발걸음을 재촉한다.

김강임
1002년에 폭발했다는 화산 분화구

등대 앞에서 보이는 분화구는 2개. 하나는 '큰산봉' 분화구. 또 하나는 '작은산봉' 분화구. 마치 쌍둥이 같은 2개의 분화구는 화산의 흔적을 보는 듯 했다. '큰 산봉'의 분화구 안에는 온갖 7월의 식물들이 뿌리를 내리고 있었다.

김강임
그리고 '작은 산봉' 분화구는 자세히 들여다 볼 수는 없었다. 그렇지만 분화구 주변에는 여기저기 암갈색 자갈과 돌멩이들이 흩어져 있었다 . 마치 화산의 흔적처럼.

우리 일행은 야생화를 카펫 삼아 드러누웠다. 사방이 모두 바다이니 바다 위에 드러누운 기분이다. 풀 냄새, 바다냄새, 꽃 냄새. 그리고 갯바위 냄새. 비양봉의 쌍둥이 분화구는 말이 없는데 우리 일행은 우리가 걸어왔던 수석거리와 해안도로, 그리고 애기 업은 바위와 펄낭을 가리키며 또 하나의 전설을 쌓아가고 있었다.

김강임
차 없는 나라의 한적함

비양봉 봉우리에서 비양항까지는 15분 정도. 그러나 마치 세상구경을 다 한 것 같은 착각. 이것이 바로 섬 탐방의 매력이다. 더욱이 차 없는 나라의 한적함에 젖어 늑장을 부릴 무렵, 비양호는 색소폰 소리를 내며 출항 소식을 알린다.

한림항에서 9시에 출발하면서 비양항에서 출항하는 오후 3시 표를 끊었지만 우리 일행은 서둘러 12시 비양호에 올라탔다. 비양호는 여름 휴가철에는 정원만 채우면 자동적으로 출항을 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우리 일행은 정확히 12시에 비양호에 몸을 싣고 3시간의 비양도 체류일정을 마쳤다. 그리고 바다 한가운데 서서 비양도를 향해 한없이 손을 흔들었다.

관련
기사
- '천년의 자연섬'에는 누가 살고 있을까?



덧붙이는 글 | 비양봉은 비양도의 한가운데 떠 있는 오름이다. 해발 114m로, 올라 갈 때는 20-30분 정도가 걸리며, 분화구에는 하얀 등대가 있다. 특히 2개의 분화구를 볼 수 있다. 날씨가 좋은 날에는 멀리 한라산과 제주도의 풍광을 한눈에 볼 수 있다.

덧붙이는 글 비양봉은 비양도의 한가운데 떠 있는 오름이다. 해발 114m로, 올라 갈 때는 20-30분 정도가 걸리며, 분화구에는 하얀 등대가 있다. 특히 2개의 분화구를 볼 수 있다. 날씨가 좋은 날에는 멀리 한라산과 제주도의 풍광을 한눈에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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