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프라이스 교수는 ""캐나다 군인이 한국전 당시 민간인을 상대로 저지른 만행은 대단히 충격적"이라며 "60건에 이르는 민간인에 대한 살인 및 강간, 상해사건이 벌어졌다"고 증언했다. 오마이뉴스 남소연
- 한국전쟁 당시 캐나다군이 민간인을 상대로 벌인 범죄 관련 연구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을 연구 중인지.
"성공회대 교수들의 도움으로 지난해 생존자 신씨를 인터뷰할 수 있었다. 한국전쟁 당시 캐나다 군인이 그의 부친을 살해했고, 그 역시 심한 부상을 입었다."
- 신씨 사건에 대해 자세히 들려 달라.
"신씨 부친은 한국전쟁 당시 총상을 입고 숨졌다. 신씨는 왼쪽 팔과 허벅지에 총상을 입어 30일 동안 입원치료를 받았다. 사건 이후 노동능력을 잃은 신씨는 어렵게 생계를 꾸려가야 했다. 캐나다 정부는 내 편지를 받고, 국방부와 외교부를 통해 신씨 사건을 검토했다."
- 한국전쟁에 캐나다 군인이 참전했다는 사실 자체를 아는 이들도 많지 않은데.
"캐나다군이 한국전 당시 저지른 만행은 대단히 충격적이었다. 60건에 이르는 민간인에 대한 살인 및 강간, 상해사건이 한국전쟁 중에 벌어졌다. 연루된 병사들은 군사법정에 회부됐고, 60명이 캐나다 육군법정에서 유죄가 인정돼 단기형에서 무기징역 등 실형이 선고됐다. 하지만 이들은 귀국 뒤 모두 석방됐다."
- 한국전 당시 캐나다군은 얼마나 참전했나?
"5000∼7000명이 상시 주둔했다. 해군과 공군도 있었고, 일부는 미군 항공기를 조종하기도 했다. 1년마다 교체되는 식이었는데 전체 참전자는 연인원으로 따지면 2만여 명 정도다."
- 민간인 피해사건은 주로 어느 지역에서 벌어졌나?
"서울 북부 연천 등 주로 지금의 휴전선 부근에서 저질러졌다. 군사법정에 회부된 사건은 주로 3∼4명이 연루되거나, 어떤 경우엔 10명이 연루되기도 했다. 한국군 병사가 살해되거나, 3명의 여성이 성폭행을 당하거나, 3명이 다치거나 하는 식이다. 노근리 사건 같은 집단범죄는 아니었지만, 대부분 1명 이상의 병사가 연루돼 벌어진 사건들이다."
- 범죄와 피해자 규모가 어느 정도나 되나?
"150∼300명 정도가 피해를 입은 것으로 안다. 현재 연구조사를 더 하고 있다."
"전쟁 중 일어난 60건 범죄, 대부분 가해자가 여러 명"
- 캐나다 정부 차원의 기록이 남아있는 것은 없나?
"처음 신씨 사건을 접한 뒤 자료를 뒤지다보니 캐나다 종군기자들이 쓴 신문기사를 발견할 수 있었다. 군법회의에 회부된 사건들에 대한 기사를 찾을 수 있었는데, 신씨 사건도 포함돼 있었다. 우선 신문스크랩을 한 뒤 다른 학자들과 연구를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60건에 이르는 사건을 찾아냈다. 캐나다 국립기록보관소에 이와 관련된 기록이 보관돼 있을 것이며, 이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 그럼 현재 준비중인 책은 한국전 당시 캐나다군의 민간인 대상 범죄에 대해서만 다루고 있나?
"책 제목은 <전쟁의 희생자들-캐나다, 아메리카 제국, 그리고 동아시아>로 잡았다. 다루고 있는 주 내용은 1935년부터 1955년까지 동아시아에서 벌어진 분쟁이다. 이 가운데 한국 관련 사항은 모두 3장인데, 일본의 식민지배와 제2차 세계대전, 한국과 중국의 종군위안부와 강제징용 문제도 다루고 있다. 아시아의 전쟁이라는 관점에서, 미국이 전쟁을 통해 얼마나 강력한 국가가 됐는지를 밝히고자 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캐나다가 어떻게 미국을 지원했는지도 다뤄졌다."
- 신씨 사건 이외에 다른 사례가 공개된 것은 없나?
"한국에서 신씨 이외에 다른 생존자를 아직 만나지 못했다. 하지만 자료는 가지고 있다. 한국 국방부에 캐나다군이 저지른 범죄와 관련해 청원이 접수된 것은 신씨 사건이 유일하다. 공식적인 문제제기가 된 것은 지금까지 신씨 사건이 유일하고 다른 사건은 희생자들이 나서지 않고 있어, 여전히 조사가 되지 못한 채 묻혀 있는 상태다."
- 관련 정보를 찾아내는 데 어려움이 있는 건가?
"정보를 얻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자료가 기록보관소에 있다보니, 현지에서 연구하는 것이 쉽지 않다. 캐나다 정부가 나서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캐나다로 돌아가는 대로 다시 정부와 접촉을 시도할 계획인데, 이번에도 별다른 움직임이 없으면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생각이다."
- 캐나다 정부를 상대로 신씨를 대신해 공익소송을 제기하겠다는 건가?
"지금까지는 편지를 보내거나, 전화를 하는 등 조용히 움직여왔다. 하지만 이번에 신씨를 다시 만나 변호사를 고용하고, 이 문제를 공론화 시켜도 좋다는 동의를 받았다. 캐나다에서 이 문제가 공론화되면 상당히 어려운 싸움이 될 텐데 신씨도 이에 대해 마음의 준비가 있어야 한다. 한두 달 안에 캐나다 내에서 신씨 사건과 관련한 공공캠페인을 벌일 계획이다."
"미국은 그저 하나의 국가일 뿐, 이 점을 기억해달라"
- 내년 6월, 캐나다 밴쿠버에서 열릴 예정인 세계평화포럼(WPF) 관련 활동에 참여하고 있는데.
"나는 밴쿠버 시의회 공식 조직인 평화정의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다. 세계평화포럼이 밴쿠버에서 열리게 돼 포럼 공동조직위원회 위원으로 참여하게 됐다. 그 동안 한국을 여러 차례 방문했는데, 4·3항쟁을 기념해 제주에서 열린 평화회의에 참석하기도 했다. 제주시장과 난징, 히로시마 시장이 밴쿠버를 방문해주기를 희망한다. 지금까지 150여 비정부기구가 세계평화포럼 참여 의사를 밝힌바 있다."
- 포럼에선 주로 어떤 주제를 다루게 되나?
"여성, 평화, 군축, 핵무기, 원주민, 젊은이, 지속 가능성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루게 된다. 또 지역별로 포럼을 열게 될 것이다. 세계평화포럼은 대규모 행사지만, 행사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네트워크가 더욱 소중하다. 서로 다른 전세계 평화운동 진영이 만나는 것 자체가 의미가 크다."
- 세계평화포럼에 한국과 관련된 주제도 있나?
"전세계 여론이 이라크에만 집중돼 있다 보니, 한반도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적다. 이번 포럼을 통해 남북통일과 핵문제, 일본과의 갈등 등 한국의 독특한 상황에 대해 인식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내년 포럼에 북한 대표단을 초청할 예정이다. 캐나다는 북한과 이미 외교관계를 맺고 있다. 미국의 압력 때문에 어려움이 있긴 하지만(웃음), 민간 차원에서도 교류가 있다."
- 한국은 이라크에 3번째로 많은 군대를 파병하고 있다. 평화운동가로서 한국정부에 할 말이 있다면?
"이라크에서 한국군대를 조속히 철수하기 바란다. 한국정부가 이라크에 파병한 이유를 모르는 바 아니다. 그러나, 외국 평화운동가들은 한국군의 이라크 파병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은 캐나다에 대해서도 화가 나 있다. 이라크 파병도 안 했고, 미사일방어체제(MD)에도 참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은 그저 하나의 국가일 뿐이고, 한국도 마찬가지다. 이 점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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