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수
그렇다고 3년 전에 갑작스레 아버님을 여의시고 홀로 그 힘든 농사일을 다 해내시는 어머님을 안 도와드릴 수도 없는 노릇 아닙니까. 여하튼 우여곡절 끝에 2박4일 일정으로 시골로 향하게 됐습니다.
시골에 새벽에 도착해 첫날은 할 일이 많다며 싫다고 하시는 어머님을 모시고 지리산 인근의 'OOO 온천랜드'로 하루 일정으로 간단한 피서를 떠났습니다. 휴가를 떠나기 전 처갓집이 있는 남원시 근처의 괜찮은 관광명소를 찾다 마땅한 게 없어, 그래도 제일 괜찮아 보이는 곳으로 선택한 것이지요.
출발하기 전 어머님에게 온천랜드 이름을 대며 혹시 가보신 데 아니냐고 여쭸지만, 기억이 나지 않으신다며 "내가 웬만한 덴 다 다녀봤는데…"하시더군요. 시골에서는 농한기 때 마을어르신들이 단체로 관광을 많이 다니시니까 그럴 만도 하겠지요.
어쨌든 어머님과 처형네 식구들을 자동차에 태우고 우리는 구례를 거쳐 문제의 온천에 도착했습니다. 노천온천과 수영장을 갖춘 관광호텔로 인터넷을 통해 홈페이지에서 본 사진은 꽤 그럴 듯했거든요.
하지만 도착하자마자 우리의 기대는 산산이 부서졌습니다. 관광호텔이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허름한 숙박시설 옆에 부대시설로 딸려 있는 온천은, 서울에 있는 괜찮은 찜질방과 별반 다를 것 없었던 것입니다.
거기다 결정적으로 어머님이 올해에만 두 번이나 오셨던 곳이라는군요. 단체관광을 다녀오실 때 꼭 여기에 들려 온천을 즐기신다는 것이었습니다. 참 김새더군요. 제딴에는 신경써서 선택해 효도 한 번 하겠다며 모시고 간 곳인데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