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정위반? 괘씸죄? 대한항공 '이상한' 해고사유

이용자가 올린 글 근거로 홈피 운영 노조원 파면 조치

등록 2005.08.16 16:42수정 2005.08.16 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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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을 비판하는 기사를 홈페이지에 올린 대한항공 노조 조합원이 회사로부터 명예훼손으로 고발당한뒤 파면 처분까지 받아 노조탄압 논란이 일고 있다.

노조 대의원인 류승택씨는 대한항공 임직원에게만 개방된 사내 게시판 열린마당에 인터넷신문 <민중의소리>가 지난달 5일 보도한 '대한항공 사측, 훔쳐서라도 파업을 막아라'라는 제목의 기사를 올렸다.

<민중의소리>는 이 기사에서 조종사 노조가 준법투쟁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마련한 '단협쟁취, 비행안전'이라고 적힌 리본 1300여개를 대한항공 사측이 몰래 훔친 것으로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조종사노조가 리본 절도행위에 대해 강력히 항의하자 사측도 리본을 무단으로 가져간 것에 대해 시인했고 노조는 절도혐의로 사측을 고소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기사 올린 직원엔 명예훼손 '고발', 기사 작성한 언론사엔 '무대응'

a 대한항공 본사에서 파면처분의 부당함을 알리는 1인 시위중인 류승택씨.

대한항공 본사에서 파면처분의 부당함을 알리는 1인 시위중인 류승택씨. ⓒ 대한항공조종사노조

이 기사가 게재되자 홈페이지 관리 담당자는 바로 사이버수사대에 수사를 의뢰하겠다는 방침을 밝혔고 회사 측은 지난달 29일 류씨에게 경위서를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류씨는 답변서를 통해 인터넷언론의 기사내용이라며 출처를 밝히고 해명을 했다. 하지만 회사 측은 류씨를 명예훼손으로 강서경찰서에 고발했다.

그러나 대한항공은 류씨가 올린 기사를 쓴 해당 언론사를 상대로는 정정보도 요청 등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다.

회사 측은 또 류씨가 자신의 개인홈페이지에 올린 회사 내부 문건도 문제 삼았다. 류씨가 '때외비입니다'라는 제목의 글과 회사 인사정책과 관련된 문서 등을 올리자 회사 측은 홈페이지에 이와 같은 내용을 게재하는 것은 사규를 위반한 것이라며 시정을 요구했다. 이에 류씨는 회사가 요구한 대로 해당 문서를 삭제하거나 노조원만 볼 수 있도록 접근 제한 조치를 취했다.


하지만 회사 측은 류씨가 회사의 명예를 훼손하고 규정 위반사항 시정 지시를 불이행했다며 상벌심의소위원회에 회부했다. 지난 11일 열린 상벌심의소위원회에서는 류씨에게 파면 결정이 내려졌고 이 사실은 하루 뒤인 12일 류씨에게 통보됐다.

하지만 류씨가 올린 '때외비입니다'라는 글은 이미 대한항공조종사 노조 홈페이지에 게재돼 있던 것을 방문자가 개인홈페이지로 퍼온 것이었다. 인사정책 관련 문서에 대해서도 류씨는 조합원들의 노동조건에 관한 것이라 당연히 알고 있어야할 내용을 올린 것으로 정당한 노조활동을 했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류씨는 "조합원들의 알권리 차원에서 홈페이지에 인사정책에 관한 문서를 올렸는데 사측이 사규를 들어 합법적인 노조활동과 표현의 자유를 탄압하고 있다"며 "또 기사를 올린 열린마당도 그동안 사측이 맘에 들지 않는 내용을 일방적으로 삭제했으면서도 이번에는 명예훼손으로 고발까지 했다"고 부당함을 호소했다.

"정당한 노조활동 탄압하고 있다"

조종사노조 측도 이번 류씨의 파면 결정이 노조 활동을 위축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 조종사노조 관계자는 "민주노조를 만들려는 류 대의원이 사측에는 눈엣가시였을 것"이라며 "2007년 복수노조가 인정되기 전에 미리 싹을 자르려는 의도를 사측이 가지고 있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류씨는 현재 대한항공 노동조합 내 '민주노조를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는 모임의 대표를 맡고 있다.

이에 대해 회사 측은 "류씨는 개인홈페이지에 회사로고를 무단으로 사용하고 회사의 취업규칙, 인사규정, 정보보호 규정을 위반했다"며 "류씨는 정당한 노조활동을 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노조가 아닌 개인홈페이지에 회사의 문건을 올린 것은 정상적인 노조활동이 아니라고 판단해 파면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해명했다.

류씨는 파면 결정에 불복해 재심을 청구할 계획이다. 또 서울 본사와 부산사업본부에서의 1인 시위를 통해 이번 파면 조치의 부당함을 알려나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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