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례자들에게 마리아 목걸이를 나눠주고 계시던 수녀님. 온타나스 가는 길.김남희
걷는 길에 프랑스인 벤자민이 합류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함께 걷는다. 오늘의 주제는 유럽의 이민사회. 닐스크리스티안은 덴마크의 아랍인 이민 사회에 대해 부정적이다.
"난 배타적인 민족주의자는 아니야. 하지만 다른 나라로 이민을 왔으면 그 나라의 문화에 동화하려는 노력을 하든가, 그렇지 않다면 적어도 문제는 만들지 않아야 하는 거 아니야? 아랍인들이 우리 사회에서 얼마나 많은 문제를 일으키는지 알아? 같은 이민사회여도 베트남인들은 아무런 문제도 일으키지 않고 얼마나 조용히 잘 살아가는데! 난 점점 이슬람사회에 대해 적개심을 갖게 돼. 그들이 덴마크 여자들에게 대하는 태도가 얼마나 폭력적인지 알아?"
"너무 언론이나 방송을 믿지는 마. 한 사회에 문제가 생길 때면 이민자들을 비롯한 사회의 약자들에게 문제를 돌리려는 경향은 어느 사회나 있기 마련이잖아. 쉬운 타깃이니까. 문제의 원인을 외부에서 찾는 건 얼마나 편리하고 안전하니. 아랍인이 아니라 해도 어느 사회에나 문제는 늘 있잖아."
벤자민이 말을 이어가며 나를 거든다.
"프랑스 같은 경우에는 아프리카에서 무슬림들이 들어오게 된 배경을 살펴볼 필요가 있어. 우린 값싼 노동력이 필요해서 그들을 데려 왔어. 이민을 장려한 거지. 그리고 집단 거주 지역을 만들고 그곳에 거주하게끔 했어. 그런데 거긴 아무 것도 없어. 나도 어렸을 때 잠시 그런 지역에 살아 봤는데 거긴 완전히 소외되고 낙후된 지역이야. 도서관도, 공원도, 문화 시설도, 아무 것도 없어.
오직 공장과 싸구려 집들이 늘어서 있을 뿐이고, 부모들은 돈을 버느라 아이들을 돌 볼 시간이 없어. 청소년들이나 어린이들이 할 수 있는 것, 즐길 수 있는 시설이라고는 아무것도 없고, 그들은 그냥 방치될 뿐이야. 그런 환경에서라면 자연히 폭력적인 방식으로 분출구를 찾게 되고, 자기가 속한 사회에 반감을 가지기 쉽지. 그러니 이민 사회의 문제점을 비판할 땐 이민 집단이 형성된 배경과 한 국가가 이민 사회에 제공하고 있는 인프라를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어."
"프랑스 사회에서 흥미로운 건 중국인들과 한국인들의 사회야. 중국인들은 경제적으로 완전히 프랑스 사회 속으로 동화해. 그들은 불어를 배우고, 프랑스인들과 거래하고, 그들을 상대로 돈을 벌어. 하지만 문화적으로는 그들 문화를 지켜가지. 하지만 한국인들은 달라. 그들 중엔 불어를 못 하는 사람도 많아. 그들은 프랑스 사회 내의 한국인들을 상대로 돈을 벌고 장사를 해. 문화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프랑스 사회로 동화되지는 않아. 하지만 이 두 사회의 공통점은 어느 쪽도 프랑스 사회에서 문제를 일으키지는 않는다는 거지."
한국인 여자친구를 사귄 적이 있다는 벤자민의 프랑스 내 한국 사회에 대한 지적은 따끔하다.